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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유난스럽지만

나팔관 조영술

by 사랑

나팔관 조영술을 했다. 10월에 다시 난임센터를 방문했을 땐 나팔관 조영술이든 시험관이든 겁이 나서 못하겠다고 했었는데, 그새 마음이 바뀌어버렸다. 배란 유도 1회, 자연임신 1회 시도 후 임신 소식이 없으니 이번 달엔 나팔관 조영술 후에 배란 유도를 해보기로 한 것. 아직까진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담당 원장님의 말씀에 안심하긴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생각난 김에 얼른 했다. 인터넷에 나팔관 조영술 후기를 검색하면 대부분은 약간의 불편함 정도만 느끼고 괜찮다고 했지만, 그중 몇몇 후기들에서 '살면서 느낀 가장 큰 고통'이었다는 말에 겁을 먹었었다. 아침 일찍 끼니 챙겨 먹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초음파 확인 후 조영술을 해 볼 수 있는 상황이라 엉덩이에 따끔한 진통제를 맞고 무섭게 생긴 차가운 곳에 누워서 처음으로 겪어보는 조영술을 받았다. 괜히 간호사에게 '아플까요?' 물어보고, 핸드폰을 집어 들고 카톡, 카톡,... 5분 정도 지났으려나, 기구가 들어가는 느낌이 불편했지만 진통제 덕분인지 다행히 '고통'이랄 건 없었다. 휴, 몇 안 되는 퍼센트에 내가 들어가게 될까 봐 무서웠는데, 다행이었다. 나팔관 조영술이 무섭지, 나팔관이 막혔을까 봐 무서운 건 없었던 아리송했던 나팔관 조영술이 끝났다. 엑스레이 찍은 뒤 바로 설명을 들었다. 다행히도 내 나팔관은 막혀있지 않았다. 약간 좁은 구간이 있긴 했는데, 그래도 뭐 괜찮다는 소견이었다. 혹시 모르니 잠시 앉아서 상태를 지켜본 뒤 수납 후 약국에 가서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하루 두 번, 아침저녁으로 5일간 꼬박꼬박 먹어야 하는 항생제를 손에 들고 병원 밖을 나섰다.


우리 부부에겐 아기가 좀 유난스럽게 찾아온다며 남편과 카톡을 나눴다. 자연 임신은 축복이라며! 자연스레 덜컥 임신이 되어 출산까지 무탈히 지나가는 임산부라면 정말 복된 것임을 또 한 번 느꼈다. 나에게도 첫 임신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되었었다. 시도하자마자 생긴 아기. 마음의 준비를 채 다 하지도 못했는데 임테기의 빨간 두 줄을 확인했던 그날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곧이어 두 번의 유산을 연이어 겪었고, 이후 1년 간 다시 임신을 준비 중이고, 이제는 난임 센터에도 들락날락 거리며 매번 초음파를 보고, 주사를 맞고, 이제는 나팔관 조영술까지... 또 임신을 위해 먹고 있는 벌써 몇 박스째의 엽산과 배란 유도제와 항생제. 우리 부부에게 찾아올 아기가 너무나 귀하게 느껴진다. 결혼하고 시간 지나면 임신하고, 출산하고... 당연스럽고도 자연스럽게 엄마가 되는 줄로 알았다만. 나에겐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이 긴 과정 속에서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긴 기다림 끝에 만날 수 있는 우리 아이는 당연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 너무도 귀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 부부가 둘이 하나 되어 한 생명을 품는다는 것이 얼마나 고귀한 일인지를 몸소 느낄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다. 남들보다 조금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몇 번의 아픔을 겪어야 했지만 덕분에 우리는 더 좋은 부모가 될 것이고, 더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되지 않을까라는 포근한 소망이 우리 마음에 싹트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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