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출발하려던 일정을 당겨 밤늦게 영덕으로 출발했다. 급격히 추워지면서 전국에 눈 소식이 있고 내가 사는 곳엔 우박도 내리기 시작했기 때문인데,새벽 내내 눈 쌓인 미끄러운 도로를 뚫고 영덕으로 가기엔 힘들 수 있으니 일찍 출발한 것.
가방 하나 꺼내 들고 잠옷과 칫솔, 핫팩 정도만 챙겨 넣고 친한 언니네 집으로 갔다.2시간 정도 달려간 곳에서 어두움이 그득히 깔려 적막한 영덕 해안도로를 만났다.지독히 어둡고 인적이 드물어 여자 둘이 돌아다니기엔 너무나 오싹하고 무서웠던 시간.이른 새벽에 도착하여 잘 곳을 찾아 들어가 간단히 잘 준비 후 피곤한 몸을 침대에 누이고,꼴까닥 잠들기 전까지 이야기를 나누다가...아침 7시 10분 평소와 같이 눈을 번쩍! 얼른 채비를 해서 숙소 밖으로 나갔다.아쉽게도 해 뜨는 걸 보기엔 날이 너무 흐렸지만, 아침으로 생선 구이 정식을 사 먹고영덕의 이곳저곳을 누비며 시간을 보냈다.
점심으로 먹은 대게, 가리비 그리고 바다를 보며 커피 한 잔.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고 햇빛을 쐬고, 멍도 때리며... 아늑한 시간을 보냈다.
아무 계획 없이 훌쩍 떠났던 여행. 짧은 시간이었어도 다녀와서 자꾸만 아른거리는 것이 여행의 묘미.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하루 밤 자고, 평소에 보지 못하는 풍경을 눈에 담고,그 지역에서 먹을 수 있는 신선한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머무르고, 둘러보고, 시간을 보내는 것.무언가 계획이 휘황찬란하게 있지 않더라도 여행의 틈새는 자연으로, 바람으로 채워지기 마련인 것 같다.아, 또 떠나고 싶다.
집으로 돌아온 토요일 저녁.영덕에선 눈발도 날리지 않았는데, 집 앞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보니 새하얗게 눈이 쌓여있다.눈을 피해 잠시 다른 세계로 떠나 다녀온 것 같은 기분.결혼 후 2년 6개월째... 다사다난했지만, 아직 내가 홀몸이라 즐길 수 있는 것들.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언젠가는 즐기기 어려울 수 있을 거란 전제로 바라보면 한시적인 즐거움이 참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