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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연말모임

by 사랑



한동안 지인들을 안 만나고, 오는 연락도 달갑게 반기지 못했던 지난날의 나는 지나갔나 보다. 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한 두 가지씩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다시금 예전의 내 모습을 찾아가고 있어 너무나 감사하다. 나의 가까운 지인들을 다시 만나고, 집에 초대하고 자주 연락하는 모습. 내가 좋아했던 내 모습이었던 것 같다.


연말을 맞아 친한 동생들과의 모임. 1년 9개월 만에 우리 집에서 열렸다. 그간 우리 집은 내가 마음 놓고 슬퍼하던 공간이었기에 군데군데 슬픔이 묻어있는 공간에 타인을 초대하기가 꺼려졌던 탓. 시간이 넉넉히 지났기 때문이었을까, 열심히 문지르고 닦아가며 청소를 해서 묻어있던 슬픔들이 다 날아간 걸까. 한두 사람씩 발걸음이 다시 우리 집으로 들락날락 하기 시작했다.





일정이 모두 끝난 저녁에 모여 짜장면을 시켜 먹고, 약간의 담소 그리고 2시간에 걸친 보드게임. 무거운 이야기는 잠시 멀리 두고, 시답지 않은 이야기 나누면서 깔깔거리고 놀았던 어젯밤. 조용한 우리 집에 웃음소리가 배고 따스한 온기가 머무르는 느낌이 너무 좋다. 다시금 이런 날이 찾아온 것도, 아직 이렇게 즐길 시간이 남아있음에도 감사하다. 슬픔이 채 지나가기 전에 다시 아이가 생기지 않은 것이 나에게 이렇게 좋은 것이었음을 이제야 비로소 깨달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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