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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하글 Sep 30. 2024

회색빛 사유의 나날들

외로움과 고독, 두 감정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다른 차원의 감정이라 하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외로움을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이 소외될 때 느끼는 것이라 말씀하셨고, 고독은 스스로 나를 소외시킬 때 느끼는 감정이라 하셨지요. 그렇다면 외로움과 고독을 동시에 느끼는 이들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세상과 나 사이에서 표류하는 존재일까요? 그리하여 그들은 더 이상 자신에게도 세상에도 머물지 못하는, 진정한 유리(遊離)의 상태에 놓이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상실은 또 어떠한 감정일까요? 그것은 어딘가에서 소중히 간직했던 것을 잃고 나서야 그 빈자리를 느끼는, 그리하여 마치 자신이 더 이상 온전치 않음을 깨닫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상실이란 남겨진 흔적들 속에서 부재를 느끼고, 그 부재로 인해 자신이 더 이상 완전하지 않음을 자각하게 되는 과정입니다.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회색빛 단어들이 있습니다. 외로움, 고독, 상실, 망실, 이러한 단어들은 완전한 검은색도, 그렇다고 순백의 흰색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색을 띠고 있습니다. 우리 마음의 깊은 곳에서 어렴풋이 깔려 있는 이 회색빛 감정들은, 마치 사라진 것들의 흔적처럼 우리의 일상에 묻어 나옵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이 단어들의 의미를 비로소 이해하게 될 때쯤엔, 이미 우리는 고독단신의 길을 걷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고독 속에서 홀로 서 있는 우리의 모습은 그 회색빛을 입고 말이죠.     


선생님, 선생님의 삶 속에서는 어떤 단어들이 자리하고 있을까요? 그 단어들은 어떤 색을 띠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어떤 이는 자신의 삶을 붉게 타오르는 열정으로 표현할 것이고, 또 다른 이는 차분한 푸른색의 고요함을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그 단어들 속에서 각자의 회색빛을 품고 있지 않을까요? 회색이란 색은 슬픔과 고요, 그리고 조금은 익숙하지 않은 불안까지 담아내는 색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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