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보면 역시나 난 할 줄 아는 게 없었는데 너에겐 특히나 그랬다 혀
편의점 앞 의자에 앉아 마시는 맥주, 불꽃놀이가 한창인 밤바다, 늦은 밤 공원에서 듣는 노래와 웃으며 나누는 대화, 풍경이 예쁜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이불 안에서 귤 까먹으며 노트북으로 보는 영화, 슬리퍼 신고 강아지와 함께 했던 동네 산책, 매일 선물했던 너를 닮은 꽃, 성동혁의 시집
그뿐일까 전부 말하려면 몇 날을 밤을 새워야 하겠지 아니, 평생을 말해도 모자랄 거야. 너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일 테니까
별이 떨어진다면 당신이 있는 공간으로
네가 아침잠에서 깨어 방문을 열었을 때
천장을 뚫고 쏟아지는 별들
나는 그 별을 함께 주워 담거나
그 별에 상처 난 너의 팔을 잡아 주고 싶었다
지나 보면 역시나 난 할 줄 아는 게 없었는데
너에겐 특히나 그랬다
조용히 밥을 먹는 너보다 더 조용히 밥을 먹으며
너를 고요하고 불편하게 만들었다
나의 고요한 아이야, 가끔은
시끄럽게 너와 선루프를 열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정적이 찾아올 때
벌거벗은 나의 등을 안아 주던 게 생각난다
너는 작고 나는 포근했다
우린 오래오래 안녕이지만
오래오래 사랑한 기분이 든다
네 머리를 쓰다듬고 강에 뛰어들고 싶다
오래오래 허우적거리며 손의 감촉을 버리고 싶다
한 행성이 내게 멀어져 간 것은 재앙이다
네가 두고 간 것들을 나만 보게 되었다
너를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