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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하글 Nov 11. 2024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가 사랑이야


어느 날 술에 잔뜩 취한 네가 내게 물었다. “너는 네가 나를 사랑한다는 걸 확신할 수 있어? “ 그 말을 들은 나는 너를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현아,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가 사랑이야? 내가 하는 게 사랑이 아니잖아? 그럼 이 세상에는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거야. “ 그 말끝에 너는 ”맞지 맞지 승하는 나를 너무 사랑하지 “라고 말하며 내게 안겼다. 나는 너의 질문의 의도를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사실 그 질문은 나를 향한 게 아니라 너를 향한 질문이었을 것이다. 너는 나와 함께하며 주는 것보다 받는 것에 익숙해져 갔다. 그게 마음이든 아니면 다른 무엇이든 그냥 내가 한없이 다 해주는 것을 받으며 마냥 좋아만 했다. 내가 너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에 보상은 전혀 바라지 않았지만, 날이 갈수록 마음이 텅텅 비어갔다. 끝에는 결국 내 마음에 있어야 할 온기나 사랑은 찾아볼 수도 없게 되었다.


네가 떠난 뒤 남겨진 건 상실감 그뿐이었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었던 내가 이렇게 혼자 남은 내가 가진 거라고는 네가 버리고 간 추억뿐이었다. 너무 온 힘을 다해 사랑했나 보다. 너무 애를 쓰며 사랑했나 보다. 어차피 떠날 너를 내가 너무 내 목숨처럼 아꼈나 보다. 그렇게 목숨같이 생각한 네가 떠나고 나니까 나는 정말 목숨이 위태로워질 것 같았다. 지독한 고독과 상실 속에 살아가는 매일은 나를 끝없이 시험에 들게 했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고 억지로 부여잡고 끌고 온 목숨이다. 겨우 목숨을 건진 내가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그때 내가 한 것은 사랑이 아니었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죄악이었다. 그러니까 해서는 안 될 것이었다는 말이다. 나는 너를 절대 사랑하면 안 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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