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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 각자의 영화관 Sep 18. 2024

로스트 치킨과 함께한 토요일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2001)


영화 '루카'(2021) 속 트레네테 알 페스토 파스타


영화 ‘루카’(2021)를 보고 트레네테 알 페스토 파스타를 만든다. 냄비에 감자와 그린빈, 파스타를 넣어 함께 삶은 뒤 바질 페스토에 섞으면 끝. 감독이 직접 그려준 귀여운 레시피를 보고 차근차근 따라 하다 보면 금세 완성이다.


'루카'(2021)의 감독이 공유한 영화 속 파스타 레시피 (출처: 디즈니 푸드 블로그)


영화 ‘라따뚜이’(2007)를 보고 라따뚜이를 만들기도 하고, 어느 날은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며 영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 속 크림을 곁들인 애플 스트루델을 찾아 헤매기도 했다.


영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 속 크림도 챙겨주는 먹을 줄 아는 아저씨


‘그’ 장면을 보고 크림이 올라간 애플 스트루델을 먹어보고 싶어 했던 내가 웃기긴 하는데,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나는 영화 속 음식을 먹기 위해 직접 먼 곳을 찾아가기도 한다. 얼마 전 여름휴가로 코펜하겐을 다녀오면서 서울의 S가 추천해 준 Poulette를 방문했다. 영화는 아니지만 미국 TV드라마 ‘The Bear’ 시즌 2의 네 번째 에피소드 Honeydew에 짧게 스쳐 지나갔던 가게다. 주인공이 일했던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Noma에는 아무래도 갈 수 없었지만, 대신 다른 등장인물이 먹었던 Spicy Fried Chicken Sandwich를 맛보며 행복해했다. 살벌한 물가를 자랑하는 코펜하겐에서 마음 놓고 먹은 훌륭한 한 끼였으므로 코펜하겐을 방문하게 된다면 추천한다.


간혹 음식을 구하기가 어려울 때는 영화 속 음식을 흉내 내보기도 한다. 다행히 현재 같이 살고 있는 친구도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쉬는 날이면 종종 미리 봐둔 레시피를 보고 함께 만든다. 그리고 그 영화를 빔으로 틀어두고 영화를 감상하며 그 음식을 먹는다. 공감각적 체험이랄까, 어쩐지 영화 속 등장인물을 좀 더 이해하게 되는 기분이다.


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2001)의 명장면 론 위즐리의 닭다리 먹방


휴일이었던 지난 토요일에는 로스트 치킨을 했다. 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2001) 속 호그와트의 만찬 메뉴였던 로스트 치킨은 영국의 전통 음식으로 영국에서는 주로 일요일에 흔히 먹는다. 그래서 ‘선데이 로스트’라고도 불리는데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양고기와 채소 등을 오븐에 구워서 만드는 음식을 통칭해서 부른다. 메뉴를 시키면 공갈빵 같은 요크셔푸딩과 육즙에 루(Roux)를 풀어 만든 그레이비소스가 항상 같이 나오는데 음식 맛이 없기로 유명한 영국이지만 이 그레이비소스만은 정말 정말 맛있다. 선데이 로스트는 대부분의 펍에서 일요일마다 판매하니 일요일에 영국에 방문한다면 한 번쯤 경험해 보는 것도 좋다.


영화 속에서 론이 얼마나 맛있게 먹던지 해리포터 시리즈를 처음 보던 당시의 어린 나는 전기구이 통닭과는 묘하게 달라 보이는 로스트 치킨이 그렇게나 먹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런던에 와서 처음 먹게 된 로스트 치킨은 상상하던 것만큼 대단한 맛은 아니었지만 맛있었다.


나는 쓸데없는 짓에는 부지런한 어른이 되었고, 이미 아는 맛이지만 맛있는 로스트 치킨을 휴일에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요리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오븐에 다 넣고 굽기만 하면 되는 요리. 나는 제이미 올리버의 로스트 치킨 레시피를 참고했으나 추가로 내가 좋아하는 재료도 다 넣어버렸다. 그레이비소스는 마트에서 시판 소스를 구입해 치킨 스톡 등 감칠맛만 추가해 만들어서 따로 레시피가 없다.


1. 1.6kg 사이즈의 치킨을 최소 30분 이상 실온에 둔다

2. 240도로 오븐 예열

3. 준비한 야채와 허브, 마늘 등을 오일과 잘 섞기

4. 레몬을 뿌리고 200도에서 치킨 1시간 20분 굽기 (야채는 45분만)

5. 오븐에서 꺼낸 치킨은 포일에 포장해 15분간 휴지


오븐에서 갓 꺼낸 치킨. 속까지 익었는지 확인하느라 반이 갈려서 모양은 좀 그렇지만 맛있었다.


장장 두 시간에 걸쳐 완성한 요리는 맛있었다. 사진엔 없지만 선데이 로스트와 꼭 함께 먹는 요크셔푸딩도 오븐에 굽고 그레이비를 잔뜩 뿌려서 먹었다. 날이 좀 추워지면 연말에 다시 해봐야지.


'줄리 & 줄리아'(2009) 속 비프 부르기뇽을 만드는 유튜브 영상


영화를 보고 새로운 음식을 경험하거나 직접 만들어보는 조금은 번거로운 이러한 행위는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만들어 먹는 ‘줄리 & 줄리아’(2009)의 비프 부르기뇽 등 소중한 레시피들을 나에게 남겼다. 요즘은 영화 속 음식을 따라 만드는 유튜브 영상도 상당히 많아서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으니 시간이 된다면 한 번쯤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음식을 만드는 과정도 생각보다 재밌고 무엇보다 맛있는 걸 먹으면 기분이 좋으니까. 그럼 모두들 Bon Appétit!



글쓴이 : 런던의 D

런던에서 영화 주변을 기웃거리며 살고 있다. 한국에서 영화 홍보마케팅 일을 했으며 영국에서 미디어와 관련한 짧은 공부를 마쳤다. 현재는 영화제, 영화관 등 영화 관련된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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