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낙동강 발원지 탐방
한강의 시원지 검룡소에서 맑은 물이 펑펑 솟아오른다. 솟아난 물은 용틀임하듯 구불구불 물줄기를 이루며 계곡을 힘차게 흘러간다.
2박 3일 동안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와 낙동강의 발원지 황지연못을 탐방하고 왔다. 한강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강이다. 강원도 태백시 금대봉 기슭의 검룡소는 한강의 발원지이다. 검룡소에서는 하루 2,000톤의 지하수가 샘처럼 솟아난다. 이 물은 강원도 정선의 골지천과 조양강으로 흐른다. 영월의 동강을 거쳐 단양, 충주, 여주를 지나 경기도 양수리에서 한강이 된다. 한강은 서울을 거쳐 김포에서 임진강과 만나 서해로 흘러간다.
한강은 남한에서 강의 면적과 물 양이 가장 많은 강이다. 낙동강은 남한에서 가장 긴 강이고 태백시 매봉산 천의봉 너덜샘에서 발원한다. 황지연못은 낙동강의 상징적 발원지로 알려져 있다.
검룡소에서 콸콸 솟아나오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모든 것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글쓰기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왜 글을 쓰고 있을까? 앞으로 언제까지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어려서부터 주위에는 책이 많았고 나는 책 읽기를 좋아했다. 엄마는 교육열이 아주 높은 분이었다. 육 남매나 되는 자식들을 위해 큰딸인 나에게 좋은 책을 많이 사 주셨다. 아버지는 농업협동조합에 다니셨다. 1960년대 농협에서는 ‘새농민’이라는 잡지를 월간지로 출간했다. 아버지는 한 달에 한 번씩 '새농민'을 가지고 집에 오셨다.
아버지가 잡지를 가지고 오시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퇴근 무렵 아빠 손에 들려있던 ‘새농민’을 보자마자 바로 엎드려 읽기 시작했다. 초등학생인 나에게는 조금 어려웠고 이해 못 하는 내용들도 있었다. '새농민'의 맨 뒷부분에 어린이 코너가 있어 그 부분만 보면 되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읽었다. 어떤 절기에 무슨 농사를 준비해야 하는지, 씨 뿌리는 방법, 작물에 맞는 비료, 어떤 병에 어떤 농약을 써야 하는지, 볍씨를 소독해서 못자리하는 방법까지 호기심을 가지고 재미있게 읽었다. 어쩌다 어른들이 벼멸구나 벼 목도열병에 대해 이야기하면 어떤 약을 쓰는지 말해 드렸다. 어른들은 깜짝 놀라며 나를 칭찬해 주었고 그게 더 신나서 열심히 읽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교내 저축 글쓰기 대회에 나가라고 하셨다. 글쓰기를 잘해서라기보다는 공부를 잘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처음 글쓰기 대회에 나갔고 우수상을 받았다. 사춘기가 시작된 고등학교 때는 친구들에게 편지를 자주 썼다. 친구들은 내 편지를 받으면 술술 읽힌다며 편지를 많이 써주라고 했다. 1970년대 여중, 여고 시절 그 당시 인기가 아주 높아 여고생들을 잠 못 들게 했던 이종환의 '별이 빛나는 밤에’와 ‘밤의 디스크쇼’에 엽서를 써서 보냈고 라디오 방송을 탔다.
대학에 다닐 때, 내 가방에는 우표를 붙이고 예쁜 편지지가 들어있는 편지봉투가 늘 준비되어 있었다. 언제 어디서나 친구들이 생각나면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고 부쳤다. 심지어 편지지가 준비되어 있지 않을 때는 커피숍의 냅킨에 글을 써서 부친 적도 있었다. 친구들은 내 글이 쉽고 감동적이라며 좋아했다. 눈물을 보이기도 하고 작가가 되어보라 권하기도 했다.
결혼 후엔 남편에게 편지를 자주 썼다. 생일, 크리스마스, 밸런타인데이, 기념일이나 남편이 출장 갈 때 편지를 써서 가방에 몰래 넣어주었다. 남편은 좋아하며 글을 아주 쉽게 쓴다고 했다. 부부싸움을 하고 나서도 편지를 써서 주머니에 넣어주면 퇴근해서 나의 손을 잡고 말했다.
“당신 마음을 모르고 내 주장만 해서 미안해요. 앞으로는 먼저 화내지 않을게요.”
글 쓰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나 망설임은 없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바로 썼다.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이 되었을 때,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잡지 ‘지방행정’에 에세이를 썼고 처음으로 작은 원고료도 받았다. 2003년 막내가 다섯 살이 되어 어린이집에 가게 되자 바로 ‘어린이도서연구회’라는 독서 모임에 들어갔다. 그 모임을 딸과 아들이 집을 떠날 때까지 20여 년 동안 계속했다. 아이들이 자랄 때 수준에 맞게 그림책에서부터 청소년 책까지 같이 읽고 함께 성장했다. 그 모임 월간지 ‘동화읽는어른모임’에 독후감을 쓰고 내가 사는 이야기를 썼다.
지방신문에서 방학을 맞아 청소년이 읽기 좋은 책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책 소개 글을 썼다. 그때 마침 브런치를 알게 되었고 정식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60대 중반이 되어서야 돌고 돌아 드디어 내 재능과 취미를 찾게 되었다. 가장 최근에는 ‘진안고원길’이라는 걷기 모임에서 길을 걷고 난 소감을 써 총회 때 발표했다.
내 글쓰기는 확실한 성과나 목표는 없었지만 꾸준히 뭔가는 쓰고 있었다.
한강, 낙동강 발원지 탐방은 내 글쓰기를 다시 돌아보게 해 주었다.
많이 보고 느끼며 작은 것도 놓치지 않고 싶다. 내 글의 영감이 검룡소 물줄기처럼 끊임없이 솟아 나오도록 머릿속 저장고를 가득 채워야겠다. 황지연의 물처럼 길게 길게 흘러 호호백발 할머니가 될 때까지 꾸준히 쓰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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