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앉아 있는 시간이 너무 많다. 특히 이번주에는 운동도 거의 안 하고 매일밤 야식을 먹고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했다. 앉아있는 몸은 당연히 좋지 않다. 엉덩이는 쪼개질 것 같으며 등과 어깨는 굽고 목은 앞으로 튀어나온다. 반성하는 의미로 이번주에 먹은 야식을 써보려고 한다.
한 달에 한번 음원을 3개 정도 발매 하는 것이 올해 목표인데 7월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구상만 하고 음반사에 파일을 못 넘겼다. 나는 홈레코딩으로
음악을 만드는데 노트북과 십만 원대 오디오인터페이스, 중고 모니터링스피커, 고무가 떨어져 나간 모니터링 이어폰, 멜로디언만 한 미디건반을 사용한다(아, 중국제 마이크도). 음악을 만드는 것 이외에 믹싱 마스터링도 하고 있기 때문에 쉽지는 않다. 물론 믹싱 마스터링은 전문가에게 외주를 맡기면 퀄리티자체가 확 올라간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씩 세네 곡을 믹싱-마스터링을 맡긴다면 비용이 많이 들어 부담이 된다. 또 트랙도 잘 정리를 해서 넘겨야 하기 때문에 정리하는 것보다는 그냥 내가 하는 쪽이 속이 편하다.
월요일에는 컵라면과 만두를 먹었다. 새우맛이 나는 라면에 이슬만두를 먹었다. 컵라면은 끓여 먹는 라면과는 전혀 다르다. 컵라면을 먹을 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물을 붓고 기다리는 일이다(싫은 건 비닐을 뜯고 스프를 넣는 일). 이슬만두는 전자레인지에 넣기만 하면 되는데 부추, 두부, 새송이 버섯과 같은 내가 좋아하는 재료가 들어있다.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나면 이슬처럼 투명하기 때문에 이슬만두인가 보다. 컵라면 뚜껑을 열고 새우향이 확 나는 뜨거운 라면 냄새를 맡는다. 젓가락으로 얇은 면발을 건져 후후 불다가 호로록 먹는다. 김치가 있으면 아주 좋고 없으면 어쩔 수 없고. 투명하게 반질거리는 이슬만두는 잘 식혀서 베어 물면 뜨거운 즙이 흘러나온다. 이 두 가지를 번갈아 가며 먹다 보니 어느덧 12시 반이 되었다. 이제 믹싱이고 뭐고 배 두들기며 자고 싶지만 배부른 상태에서 자는 건 나에게 못할 짓이므로 노트북을 열어서 이퀄라이저 작업을 하는 수밖에 없다(이퀄라이저는 음성 신호의 주파수 특성을 보정하는 장치다) 내 귀가 엄청나게 좋은 것도 아니니 이제 그 소리가 그 소리처럼 들려오며 꾸벅꾸벅 고개가 떨어진다. 2시 반, 소화는 어느 정도 된 것 같으니 자야겠다.
화요일- 하루의 일과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을 때 노트북을 연다. 어제 걸어놓은 컴프레서를 점검해 본다. 컴프레서는 소리를 일정한 값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것저것 만지다 보니 또 배가 고파온다. 오늘은 낮에 구워뒀던 감자와 구운 계란이 눈에 들어온다. 냉장고 구석에서 살얼음이 끼고 있던 캔맥주를 찾아낸다. 감자랑 고구마는 별로 좋아하는 품목이 아니다. 그냥 있으니까 먹는다. 감자 껍질를 벗기고 구운 계란 껍데기를 깐다. 감자를 한입 베어 물고 씹어 넘기는 데 갑자기 가슴이 막혀온다. 감자가 이렇게 위험한 음식이었나. 나는 서둘러 주먹으로 가슴을 치고 맥주를 마신다. 맥주의 탄산과 거품 때문에 식도의 감자를 탄산으로 장식하는 기분이긴 했지만 다행히 곧 위장으로 내려갔다.
수요일- 아주 게으른 날이었다. 오래간만에 일이 별로 없는 날이라 오전부터 맥주와 감자칩을 먹으며 뒹굴거렸다. 음악을 듣고 책을 조금 읽은 후 저녁을 먹고 로직(애플에서 개발한 음악 제작용 소프트웨어)을 열었다. 오늘은 보컬을 녹음해야 한다. 가사의 문장이 길거나 발음이 어려우면 부르기 힘들기 때문에 내가 쓰는 가사는 최대한 짧고 쉬운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노래를 부르고 보컬튠을 한다. 보컬튠은 멜로다인이라는 프로그램을 주로 사용하는데 최소한만 사용하고 살짝 피치가 나가는 건 관대하게 용인한다. 짭짤한 볶음면이 당긴다. 밤에도 여는 태국식당에 가서 팟타이와 맥주를 주문해 먹었다. 탱탱한 면발에 숙주와 부추가 알맞게 익었다. 감칠맛을 방금 나온 생맥주로 타악 잡아주면 시원하고 기분이 매우 좋다. 이 맛에 야식을 먹지. 역시 야식은 아직 못 끊겠다. 만족하며 돌아와 살짝 보정한 파일에 공간감을 입히는 작업을 한다.
목요일- 이번에 발매할 곡들을 고르고 중점적으로 믹싱 해보기로 한다. 하지만 오늘은 바빠서 원하는 것만큼 하지 못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니 빵으로 푼다. 아까 사둔 팥빵과 유자소금빵을 야금야금 먹기 시작했다. 팥빵은 팥보다는 설탕이 많이 들어있는 것 같고 빵의 겉껍질과 앙금이 따로 놀아서 불합격이다. 유자소금빵은 단맛 신맛 짠맛의 조화가 제법이라 높은 점수로 합격. 곡 하나를 마스터링을 해서 들어본다. 곡을 만드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현타(현실자각타임)가 올 때도 많다. 건반이나 기타를 혼자 녹음할 때도 많지만 같이 음악 하는 친구들과 협업을 할 때도 있다. 협업은 훨씬 어렵지만 나 혼자는 절대로 나오지 않는 색깔이 나오기도 해서 재미있다. 할 일을 남겨둔 채 또 잠이 든다.
이렇게 이번주는 그동안 손 놓았던 트랙들을 열어 믹싱 하는 작업을 했다. 요새 새로 만들고 있던 곡은 선데이과카몰리라는 곡이다. 두들두들 낙서일기에 올렸던 낙서와 글이 다른 형태로 남아서 곡이 되었다. 음원으로 발매되면 선데이과카몰리를 읽어주신 작가님, 독자님들에게 들려드리고 싶다.(들어주실 거죠?)
오늘은 야식을 먹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글을 마친다(나에게 야식의 기준은 10시 이후)
*즐거운 금요일 저녁, 맛있는 거 드시면서 주중에 미뤄뒀던 하고 싶던 일 실컷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