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폰음11
하뮤하뮤: 와, 벌써 일주일이 지났네요. 잘 지내셨습니까?
고닭: 네, 어제 진짜 오랜만에 스쾃를 했는데, 몇 개 안 했거든요? 그런데 못 걷겠어요.
하뮤하뮤: ㅋㅋㅋㅋ아 그거 알죠 알죠. 그래서 오늘은 어떤 곡을 가지고 오셨습니까. 곡 가지고 오실 때 런지하면서 오세요.
고닭: 세상이 너무 고독한 것 같네요. 오늘 가져온 곡은 '건조기'입니다.
하뮤하뮤:(앨범리뷰를 읽는다)
고된 하루를 끝내고 비닐봉지에 빨랫감을 담아 터덜터덜 향한 곳은 동네 코인 세탁소, 그 앞에 앉아서 다양한 상념에 빠진다.
세탁기의 동그란 창안에서 일주일 동안 내가 살아온 시간과 땅의 먼지가 섞여 돌아간다. 그 와중에 세탁세제의 향기는 나름 꽃향기 같기도 해서, 내 인생 어느 봄날을 떠오른 게 한다. 담담한 내레이션과 되풀이되는 코러스가 외로운 도시의 존재에게 말을 건다.
고닭: 유난히 텅 빈 것 같은 날, 뒤섞인 옷가지를 비닐에 넣고 코인세탁소로 갑니다. 세탁기와 건조기 안에서 내가 살았던 시간과 들판에서 온 먼지등이 뒤섞여 돌아가는 것을 보며 '세탁기멍'을 때립니다. 문득 고개를 들어 창밖을 봤더니 붉게 노을이 지고요, 어디선가 꽃향기를 실은 봄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기도 했죠. 그 순간이 기억이 남아서 만든 곡입니다. 지금은 그래도 노트북이라도 있지 그때는 아이패드에 기본으로 깔린 개러지밴드 프로그램으로 만들었거든요. 엄청 조그마한 커넥터가 있는데 거기에 기타 연결해서 아이패드에 녹음하고ㅋㅋ
하뮤하뮤: 아, 지금보다 믹싱 이런 거 1도 모를 때군요. 노래 들어볼까요.
고닭: https://youtu.be/CFzzw_ft6sY?feature=shared
하뮤하뮤: 반복되는 느낌이 정말 세탁기 돌아가는 것 같네요. 저도 가끔 세탁기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할 때 있는데.
고 닭:네?
하뮤하뮤: 마음에 떠오르는 심상을 붙잡아 어떤 형태로든 담아두는 것은 좋은 것 같습니다. 또 누가 알겠습니까? 지구상에 있는 누구 한 명이라도 이 곡을 듣고 위로를 얻게 될지.
고닭: 네. 저도 오랜만에 들었는데 그때 생각나고 좋았습니다. 그러면 이제 20000.
하뮤하뮤:앗 20000이라니, 그러면 저도 이만 gun gun(총총)
고닭: 제가 잘 못했네요. 모두들 다음 주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