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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홍차 Jul 26. 2024

매미가 맴맴맴매애애앰.

따뜻한 에세이 한 잔. 두번째.

아아, 7월은 매미의 계절인가.

매미야. 촬영에 협조해줘서 고마워!


 바야흐로 나의 초등학교 2학년 짜리 꼬맹이가 신이 나서 채집통을 들고 뛰어다니는 시기렷다. 


 이 어린이의 요즘 일과는 하교 후 매미 잡기, 하원 후 매미 잡기이다. 아직 채집망으로 잡는 건 어려워해서, 낮은 곳에 있는 매미는 아들이 손으로 잡고, 높은 곳에 있는 매미를 잡을 때는 내가 채집망을 휘두른다. 한 마리, 한 마리 잡힐 때마다 얼굴이 빠알갛게 달아올라서는 신나서 어쩔 줄 몰라하는 아들 덕분에 나도 덩달아 텐션이 올라서 매미를 찾으려 열심히 나뭇가지를 두리번거리게 되는 것이다.

 매미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커다란 파리같은 외모에 길다란 모기입을 가지고 있다. 엄청나게 징그럽고 싫다. 게다가 잡혔을 때 내는 소리는 어떤가. '까깍까까각' 이라니, 이게 그 바늘같은 입에서 나는 소리였다면 난 더욱 기겁을 했을 것이다. 그나마 꼬리와 날개로 소리를 내서 다행이랄까.

 하굣길의 남자 어린이들이 말릴 새도 없이 학교옆 울타리와 나무를 타며 매미를 잡는다. 맨손으로 참 잘도 잡는다. 그런데 손주를 마중 나온 할머니께서 잡은 매미를 놓아주라며 말씀하신다. 걔들 10년 넘게 땅속에만 있다가 이제사 밖으로 나왔다고. 그것들 잡아서 뭐 할 거냐고 타박 아닌 타박도 하시고 말이다. 무더운 하굣길,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으라고 채집망을 들고서 아들을 기다리고 있던 나도 괜스레 뻘쭘해진다. 잡았다가 금방 풀어줄게요. 하핫.

 그렇다. 어떻게 보면 걔네들은 불쌍하다. 매미라는 곤충의 생태를 알고 나면, 생의 대부분을 땅속에서 보내고는 이제 겨우 땅 위로 올라와 찰나를 불태우는 중인 매미들을 잡는 게 미안해지지만, 어쩌겠나. 매미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을 때부터, 아들의 머릿속이 온통 매미 잡기로 채워진 것처럼 '매미가 손에 닿을 정도로 낮게 내려 앉을'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매미들이 채집통 안에서 뒤집어진 채 축 늘어지기 전에 놓아주도록 하는 수밖에.

 나도 어릴 때 잠자리 잡으러 온 동네를 누비던 거 생각하면, 아이들이 매미 잡기를 왜 그렇게 재밌어하는지 알 것도 같다. 탁! 하고 낚아채는 손맛이 짜릿하긴 하지. 하긴, 집에서 게임만 하는 것보다는 건강에도 좋고 정서 발달에도 좋지 않을까. 물론 더위 때문에 땀은 비 오듯 흐르지만 그거야 매미들 날려 보내준 뒤, 집에 들어가서 샤워 한번 싹 해주고, 냉장고 문 열어서 아이스크림 하나 입에 딱 물면 될 일이고.

 아무튼 비가 한두방울 떨어져도 매미는 울고, 나의 꼬맹이는 오늘도 또 신나게 나무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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