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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홍차 Jul 29. 2024

어느 겨울날의 온기.

따뜻한 에세이 한 잔. 세번째.

 아이가 아직 어릴 때 이야기다. 어리다고는 해도 아기띠를 하고 다니기에는 꽤나 무거워졌더랬다. 그러나 걷기도 싫어하고 유모차도 타기 싫어하는 아이 때문에, 내 허리를 갈아 넣은 아기띠를 오랫동안 차고 꼭 부둥켜안고 다녔었다.


 어느 겨울날이었다. 그날은 기온이 매우 낮았다.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기 위해 여느 날처럼 아기띠를 맸다. 따뜻하게 입힌 아이를 보온담요로 꽁꽁 싸매고, 내 외투까지 둘러 완전 무장을 시켰다. 행여나 감기라도 걸릴까 봐 걸음을 서둘렀다. 내 온기가 전해져 아이가 춥지 않길 기도하면서.


 목적지에 도착해서 안고 있던 아이를 내려주니, 아이 콧잔등에 땀이 송글 맺혀있는 것이 오는 길이 춥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듯해서 뿌듯했다. 가벼운 몸으로 돌아서 집으로 향하는데, 이상하게 추웠다. 품이 너무나도 허전하고, 서늘했다.


 내가 널 품어 따뜻하게 해주는 줄 알았더니, 니가 날 품어주고 있었구나.


 한참 별거 아닌 일에 찡할 때라 한동안 걸음을 멈추고 나에게 찾아온 이 아이의 의미에 대해 생각했다. 아기가 어른보다 체온이 약간 높다는 사실은 차치하고, 마냥 내가 품어 지켜야 할 작고 여린 것 덕분에 내 몸이 따뜻했다는 건 작은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나는 다낭성난소증후군때문에 결혼 후 4년간 아기가 생기지 않았다. 신혼 초에는 아기를 원하지 않아서 괜찮았으나 시동생이 아기를 낳은 후, 그 아기가 너무 예뻐서 나도 아기를 원하는 마음이 생기더라. 그러나 인생이 어디 뜻대로 뿅! 이루어지던가. 바랄 땐 그렇게도 안 생기더니 포기하니까 거짓말처럼 아기가 찾아왔다.


 모종의 이유로 태명이 혼마구로가 될 뻔했던 그 조그만 게 자라더니 엄마라며 안겨오고, 손을 꽉 잡아주고, 눈을 마주치면 웃어준다. 이 시기에는 매일매일이 죽을 만큼 피곤했지만, 죽을 만큼 행복했다. 그래서였는지도 모르겠다. 품에 담겼던 그 체온이 더욱 소중했던 것이.


 많이들 얘기한다. 엄마품에 머무는 건 잠깐이니까, 그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더 많이 안아주고 더 자주 웃어주라고. 언젠가 후회, 혹은 아쉬움이 남을지 모르지만, 틈만 나면 껴안고 같이 웃어주곤 했으니까 지금까지는 잘 해왔다고 스스로를 토닥여 주고 싶다.


내 꼬맹이가 요정이던 시절.

 

 어느덧 아이는 훌쩍 자라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뛰어다니고, 엄마말보다 친구말이 더 잘 들리는 것 같다. 깜짝할 사이에 중학생이 되겠지. 조만간 찾아 올 사춘기라는 등반이 두렵다. 그러나 힘들어도 흘러간 그 어느 겨울날의 온기를 붙잡고 견뎌보리라 다짐한다.


 그래도 아직은, 아직은. 자기 전에 안아달라고 하고, 볼을 가리키면 뽀뽀도 해주니 괜찮다. 아직은, 내 품의 작은 꼬맹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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