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에서
대리시절, 담당임원 분이 무척이나 엄했다. 내가 술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척이나 화를 내시기도 하였다. 자기 주관이 너무 강해, 그 생각과 다른 의견은 듣지 않으려 했다. 더욱이, 직급도 낮은 부하 직원의 말은 더더욱 무시했다. 그분께 무언가 보고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부담이 되었다.
술자리에서 그분의 논조는 이러했다. 네가 감히 내가 딸아 주는 술을 마시지 않냐는 것이었다. 어떤 날은, 술을 따라 주고 그 술잔이 비웠나 아닌가 가만히 바라본 적도 있었다. 마시는 척하며 어딘가 뱉었던 것 같다. 그 당시, 그분께 찍히면 회사 생활이 불가능할 듯 보였다. 실제로, 그분 밑에서 많은 직원들이 퇴사했다. 그런데, 지나 보니 그런 상사도 지금은 나보다 먼저 회사를 떠나 버렸다.
나이보다 더 큰 무기는 없음을 느낀다. 물론 외국회사 같이 해고가 쉽고 한 곳은 예외다. 하지만, 대부분 회사는 결국 고직급 분들이 먼저 떠나기 마련이다. 사원만큼 회사를 사랑해야 할 사람이 없다고 농담 삼아 말했던 상사의 말도 어느 정도 사실이 맞았다.
너무 무섭고, 너무 너와 안 맞고, 너무 너를 괴롭히는 상사가 있다면, 그냥 피해 다녀도 된다. 부서를 옮겨달라고 해도 된다. 그때는 그것이 찍히는 것이라 겁먹을 수 있지만, 괜찮다. 어느 정도 노력은 해야 하지만 네 건강을 잃어가면서 그분께 맞춰갈 필요는 없다. 차라리 너와 맞는 사람과 일하면서 능률을 높이는 것이 회사도, 너도 결국에는 이득이 된다.
너무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 평생을 챙겨줄 것 같은 상사도, 평생 너를 지켜줄 회사도 많지 않아 보인다. 아니 없을 것 같다. 내가 설령 회사를 만든다 해도 불가능할 듯하다. 조금이나마 즐거운 곳에서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