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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창민 Jul 16. 2024

분양, 내게는 사치

내 삶에서 아파트는 #15

첫 집을 갖는 방법은 직접 매입하는 방법도 있지만, 청약을 넣어 분양을 받는 방법도 있다. 몇년 전 집값이 치솟던 시기, 청약 경쟁률도 덩달아 올랐다. 경쟁률이 200:1 막 이랬다.


집값이 오르니까, 분양을 많이 넣는다는 것. 사실 집을 갖고 거기서 실제 거주할 목적으로 생각하는 나 같은 소시민은, 직관적으로 이해가 잘 안 된다. 한 번 더 머리를 굴려야, 그나마 이해가 된다. 실수요자도 당연히 청약을 넣지만, 많은 경우 분양을 받아 돈을 벌려고 그러는구나.


집값과 청약 경쟁률이 치솟다가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간 시점에, 둔촌주공 분양 알림이 떴다. 살고 있는 동네여서 당연히 눈이 갔다. 우리 동네에 계속 살고 싶었다. 집 없는 무주택자가 그나마 저렴한 가격으로 집을 살 수 있는 기회, 청약.


점수가 높지는 않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마침 은행원이었던 친구를 통해 다행히 청약통장을 만들어놓기는 했다. 한 달에 10만 원을 꾸준히 입금할 때도 있었지만, 안 내거나 건너뛴 경우도 많았다. 복잡한 청약 점수 계산. 몇 점인지 백지에 써 내려가며 계산해 보지만, 그리 높은 점수는 아니다.




둔촌주공,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지하철을 타러갈 때나 근처 시장에 갈 때, 공사장 옆길을 자주 지난다.


둔촌주공 분양가격은 가히 놀라웠다. 눈을 씻고 다시 봤다. 59제곱미터가 10억, 84제곱미터가 13억 원을 훌쩍 넘었다. 아파트가, 서울의 아파트가, 내가 살고 있는 이 동네 분양 아파트가 10억이 넘는다니. 돈 많은 혹자는 그것도 싼 거라고, ‘로또 분양’이라고, 무조건 청약 넣으라고 하겠지만, 나에게 10억은 상상 속의 돈이다.


당시에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직장 동료가 나에게 말했다.


“형님, 둔촌주공 무조건 넣어요. 경쟁률이 낮아서 될 거예요.”

“10억이 넘는데, 그 돈을 어떻게 주고 사요?”

“아이고 형님, 그냥 무조건 청약 넣고 되면 돈은 그다음에 생각해요. 무조건 올라요. 넣어요.”

     

나는 그의 말을 듣고 긴가민가하면서도, 지금까지 경험으로 볼 때 오르긴 또 오르겠지 생각하면서도, 10억이 넘는 돈이 없는데 어찌 그 돈을 주고 살 수 있을까, 혼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분양은 무주택자에게 기회를 주는 제도이긴 하지만, 그렇게 큰돈을 전제로 한다는 건, 그만한 돈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한 기회다. 내가 순진한 걸까. 여전히 잘 모르겠다.




나는 엄청난 돈의 규모에 짓눌려, 결국 청약을 넣지 않았다. 당시 상황으로 볼 때, 만약 청약을 넣었다면 당첨은 됐을 것이다. 가진 돈 얼마에, 대출을 받아 중도금 등을 냈을 테고, 아니, 중도금을 못 냈을 수도 있었을 거다. 이자 후불제인지 뭔지, 이런 것도 있다더라. 그리곤 입주 시기에는 잔금을 치를 능력이 모자라 전세로 들어올 사람을 찾아 나섰을 거다. 뻔하다. 


‘그러니까 네가 돈을 못 벌지.’ ‘피 - P(프리미엄), 분양가격 대비 가격이 인상돼 이익을 낼 수 있는 차익을 말한다 - 붙여서 팔면 되지.’ 주변 사람들은 지금도 말한다. 나를 걱정하는 말인 건 알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이러니, 아직도 집이 없는 걸까.


나는 우리 동네에 살지만, 우리 동네에 만들어지는 아파트에는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내가 자발적으로 청약에 안 넣긴 했지만, ‘소외’가 이런 거구나 느꼈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그 소외라는 말. 


10년 넘게 산 우리 동네를 좋아했지만, 마음 한편이 공허해졌다. 우뚝 솟은 그 많은 아파트들을 볼 때면, 뭔가 모를 아쉬움과 공허함이 든다. 그렇다고 내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내 상황에 맞게 집을 얻고 사는 건 여전히 가진 생각이다.




최근에, 잠깐 소강상태였다가 다시 서울의 집값이 오른다는 뉴스가 많아졌다. 우리 동네에 계속 살 수 있을까, 생각이 복잡해진다. 높아지는 집값과 전셋값을 내가 더 감당할 수 있을까. 점점 더 자신이 없어진다.


최근에는 분양가격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물가인상으로 공사비가 예전에 비해 2배 이상 오르기도 했고, 서울의 집값이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기 때문인 거 같다. 집은, 아파트는, 서울의 아파트는 뭘까. 서울에 산 지, 25년 정도 됐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다. 


아파트는 집인데, 돈일까. 아파트는 거주 공간인데, 파는 것일까. 욕망하지만 절망하는 대상일까. 부러움의 대상일까, 차이를 만드는 상징일까. 참 오묘한 물건이면서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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