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디로 갈거나?!
" 어~~ 어~~~ 어여 보고를 해야 돠~~ 시방(지금)!!!"
왜적을 직접 목도(目睹)한 돌석 아범은 적지 않게 당황하고 있었다.
" 당최 이해가 안 되네유 워째 병력이 저래 많대유?.... 근디(그런데) 천상 (하는 수 없이) 보고는 해야 될 건데 이걸 워째 보고를 한대유? "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에 돌석 아범은 아재인 만득에게 묻고 있었다.
" 그래두 니가 혀야 될 거 아니여~~ 망루병이 그거 하라고 있는 거 아니여? 어여 장군님께 보고 혀라 돌석 아범아!!!"
" 알것구먼유 아자씨!!!~~~"
" 뭐라?!! 그게 참 이더냐?"
망루병 돌석 아범의 상황보고를 전달받은 도순변사 구좌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부산포 최장군이 했던 말이 사실 이란 말인가?"
최장군 호색의 설명에 반신반의(半信半疑)하던 도순변사 구좌는 전시 상황이 급박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지가 뭐라 캤습니꺼? 맞다 아입니꺼? 왜놈덜 보통이 아입니더.... 조총 살상력이 어마무시합니더 장군~~"
숨 가쁜 보고를 듣는 순간 갑자기 볕이 쨍쨍하게 빛나던 하늘에 먹구름이 잦아들고 있었다.
" 이게 뭔 일이래여? 갑자기 하늘이 시꺼멓게 바뀐대여?? "
성안 모든 장졸들은 순식간에 바뀌는 하늘을 보며 "희한한 일일세~~ 희한 혀~~"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군들로 인해 가뜩이나 무거워진 마음에 찬물이 끼얹어져 얼음장이 되고 있었다.
"미우라!! "
고니시(소서행장)의 낮고 굵은 목소리가 깔렸다
" 하이!! 장군~~"
부장 미우라의 한마디는 충성심 그 자체였다.
"멈추고 여기 대기한다!!"
대문산에 다다른 왜군은 무엇을 기다리는지 별도의 진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진지는 평소와 다르게 우중(雨中) 진 지를 설치 중이었다. 막사에 지천에 깔린 나뭇가지와 나뭇잎으로 진지 주변을 위장하고 동시에 비피해를 막으려 하고 있었다.
화창하던 하늘이 서서히 시꺼먼 먹구름으로 덮이고 이내 굵은 빗방울을 보이기 시작했다.
고니시의 눈빛은 책사인 미키자와에게 향하고 있었다.
살짝 입꼬리가 올라가며
" 자네는 역시~~~ 하하하하하~~“
범인(凡人)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점술을 보게 한 고니시와 이를 간파하고 화답한 미키자와의 미래안(未來眼 )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삼각의 (三刻 45분 ) 시간이 지나면 비는 잦아들 것입니다. 장군~~"
미키자와는 평소와 동일하게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선봉장 고니시에게 고하고 있었다.
" 미우라!! "
" 하이!! 장군!!!"
" 비가 그치는 그 순간 탄금대 주변 강기슭으로 이동한다..... 조센의 씨를 말릴 것이다"
" 하이!! 장군!!!"
고니시는 의미심장한 쓴웃음을 보이며 비가 잦아들 때까지 간이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장군님 이게 뭔 날벼락이래유?”
오전까지 해가 중천에 떠있어 세찬 비바람을 막을 길이 없었다. 주위에 설치된 조선 군영 깃발 대기치(大旗幟) 도 비바람에 꺾여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처참에게 꺾여 있었고 떨어진 깃발을 주워 다시 설치하는 장졸도 아무도 없었다. 후방 조선군의 기강은 떨어 질대로 떨어져 이것이 군대가 맞는가?라는 의구심 마저 들 정도의 오합지졸이 따로 없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도순변사 구장군은
‘어허~~~ 어찌 이런~~ 이런 장졸들을~~~'
도순변사 구좌는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 여봐라~~ 포구로 가는 길을 먼저 차단하고 달천땅 목계나루로 (남한강 목계나루 물류 이동의 중심지) 이어지는 모든 배를 불 지르도록 하여라!!!”
도순변사 구좌는 작금(昨今 현 지점. 요즘)의 상황을 봤을 때 지금 같은 군 기강으로는... 탈영병 그 수는 혜아릴수 없이 많을 것임을 그는 알고 있었다.
이런 전황을 읽을 줄 아는 도순변사 구좌가 왜 이리도 엉뚱하고 불리한 진을 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한 여인 평선만 아니었어도...
“ 장군!!! 포구로 들어가는 길목의 다리는 다 끊어 놨습니다 장군~~ ”
장군의 영을 받든 부장 진장군의 보고가 있다랐다.
진장군을 비롯한 몇몇 장수들은 군의 지엄한 영에 대해 충성심을 보이고 있었지만 대다수의 장졸들은 그렇지 않음이 이 전장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었다. 거기엔 순변사 김성일도 포함이 돼 있었다.
‘ 뭐야? 그럼 여기에 내가 뼈를 묻어야 된단 말인가? 아니지 아니야? 내가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럴 순 없는 일이야... 여기서 개죽음을 당할 바에는....’
순변사 김성일은 생각은 어떻게 하든 이 상황을 모면할 술수를 생각하고 있었다.
“ 도순변사 장군께 고합니다... 장군!!! 현재 포구와 이어지는 다리를 끊어놨는지 제가 다시 점검하고 오겠습니다... 필시 적들이 조금이라도 수리를 할 수 있다면.. 조선으로서는 큰 치명타 이므로 제가 다시 점검하고 오겠습니다. 장군!!!!”
“좋소!! 그럼 순변사 김장군은 석장군과 함께 주변 점검을 하고 복귀하시오~~!!”
도순변사 구장군은 앞으로 다가올 탄금대 전투를 구상 중이라 순변사 김성일의 권모술수(權謀術數 )를 간파하지 못하고 있었다.
“ 예~~ 장군!!! 점검 후 복귀하도록 하겠습니다... ”
순변사 김성일은 도순변사 에게 답하며 막내 장수인 석장군에게 눈빛을 보내며 막사에서 떠나고 있었다.
“ 석장군 따라오시게~~~ ”
“ 예~~ 장군!!”
초급 장군인 석장군은 순변사 김성일과 주변 순시를 떠나게 되었다.
“장군~~~ 그런데 이 길은 포구로 가는 길이 아니지 않는지요? ”
석장군은 포구 쪽 끊어진 다리를 점검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포구 쪽이 아닌 산 쪽으로 방향을 잡는 순변사 김성일에게 묻고 있었다..
“ 석장군 잠깐 이쪽으로 와 보시게~~”
“ 예~~~ 장군~~”
그때였다. ‘ 쒜엥~~’ 하는 풍용(風龍)의 포효와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 흐윽~~~’
순변사 김장군의 검은 순식간에 석장군의 목숨줄을 앗아가고 있었다.
아직 왜적과 전쟁이 시작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내부 분열이 시작되고 있었다.
“ 석장군~~ 내 미안하게 됐네.... 나를 원망하지 마시게.... 지금 현 시국을 원망하시게... 석장군~~~~”
있을 수 없는 일을 벌여 놓은 순변사 김성일은 앞날이 창창한 아군(我軍) 초급 장수를 참하고서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정작 자신이 받아야 될 죄를 여러 장군들에게 뒤집어 씌운 것도 모자라 아무런 거리낌 없는 행동은 도저히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해 헤헤헤.... 탄금대 전투는 불을 보듣 뻔한 일.... 도성으로 가야 되겠다.... 나라님을 어찌 됐던 구워삶아야 되지 않겠는가? 헤헤헤헤헤.....”
간악하고 잔악 무도한 순변사 김성일 이 자를 어찌해야 되겠는지...
“장군님요? 순변사 장군은 아직 이지예? 근 마 또 토낏을 낍니더!!! 장군님요? 왜 지하고는 한마디 이바구도 없이 그래 영을 내리셨습니꺼?? 근 만 진짜 믿어서는 안 되는 넘입니더~~ 우째 그런 명을 내려가~~~”
최장군 호색은 막사를 순시하는 동안 도순변사의 명을 따라 점검을 나갔다는 소식을 듣고 불이 나게 도순변사에게 고하고 있었다.
“ 어허~~ 점검을 하고도 남을 시간인데 아직 돌아오지 않으니.... 그래서 석장군하고 같이 보낸 것인데....”
“ 네?? 뭐라꼬예?? 석장군도 같이 갔습니꺼?? 이이고 무시라 무시라~~ 난리 났네 난리 났어... 장군님요? 김장군 근 마를 아직도 믿습니꺼?? 초급장군 석장군을 같이 예??
아이꼬 이거 이거 사다이(사단이) 나도 단디 났다아입니꺼? 어뎁니꺼??? 거가?? 내 빨랑 가가 수습을 해 보구로예..."
최장군 호색은 현재 상황이 눈에 뻔하게 들어왔음에도 상황을 이렇게 만든 도순변사를 원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앞날이 창창한 석장군의 목숨이 위태로움을 감지한 최장군은
불이 나게 움직이고 있었다.
포구 쪽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석장군과 순변사 김성일은 보이지 않았다.
“ 그럼~~ 아이고~~ 인마~~ 이 자슥~~ 또 토낏네...”
상황을 판단한 최장군은 반대편 산 쪽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었다.
“ 아이 뭣꼬???~~~ 석장군!!!!! 석장군!!!!”
방향을 틀어 산 쪽 초입 칡넝쿨 주위에 피를 철철 흘리며 널브러져 있는 이는 석장군이었다.
비바람에 씻겨 내려가는 검붉은 피는 온 주위에 퍼져 검붉은 피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호색은 끓어오르는 울분을 주체할 수 없어 포효하고 있었다...
“ 이 개 호랑말코 같은 겁 대가리도 상실한 개 쓰레기 같은 개**야~~~~ 니가 어찌 장군이며 조선 사람이고.... 내 단디(분명히) 니 찾아가 사지를 절단 내가... 사지를 오독옥독 씹어가 니 빼(뼈)를 갈아 마실 끼고만~~~ 이 천벌을 받을 놈 김성일 이놈~~~~~~~ ”
최장군 호색은 석장군을 이리 만들고 달아난 김성일을 쫓아 사방을 헤매게 되었다.
그러나 김장군과 최장군의 생각에 조금의 차이가 있어 추격 방향을 달리하고 있었다.
순변사 김성일은 탄금대 전투에서 모두 몰살당할 것을 예상하고 도성이 있는 북쪽 한성으로 또 다른 모략질을 위해 올라가고 있었으며
최장군 호색은 대모산 방향으로 사방으로 찾고 있었다.. 최장군은 더 이상 북쪽으로 도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여 남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었다.
여기에서 두 인물의 위치적 방향이 틀어지고 있었다...
최장군 호색은 추격자로 순변사(?) 김장군은 도망자로서...
“ 장군!!! 최장군도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필시 무슨 변고가 있음이 틀림없지 싶습니다. 장군!!!”
부장인 진장군의 보고를 받는 도순변사 구좌는 ...
“어차피 두 장군은 없었던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인데... 앞날이 창창한 석장군이..... 흐흠...”
최장군과 김장군은 없던 것으로 칠 수 있었지만 석장군의 행방이 묘연한 것에 도순변사 구좌는 마음이 심란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장군 이제 비가 멈추었습니다 장군!!! ”
삼각( 三刻 45분) 동안 내리던 비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햇빛이 쨍쨍하게 비치고 있었다.
그러나 벌판에 퍼부었던 비로 대지는 순식간에 진흙으로 바뀌고 있었다.
“ 전 장졸은 성 밖으로 집결시킨다~~~”
도순변사의 명을 듣는 부장 진장군이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장군!!! 좀 더 공성전(攻城戰)에 대비하여 시간을 버시는 것이 어떠하신지요?”
아군의 적은 수로 1만 8천의 왜군을 어찌 감당하시겠는지요? 전황을 살피시어 며칠 동안 성안에서 적들의 동태를 살피셔야 됩니다. 장군... 허(許)하여 주옵소서 장군~~“
“ 아니다~~~ 모든 것은 기선제압이 그중에 으뜸이니라~~~ 어서 기병을 필두로 성에 전 장졸을 배치한다~~~ 알겠는가???”
도순변사는 아님을 알면서도 꿈속 평선의 말을 따르고 있었다.
“ 예~~~ 장군!!!”
부장 진장군은 마지못해 총 지휘권자인 도순변사의 말을 따르게 되었다.
“ 으하하하하하하~~~~ 어찌 계획이 딱 맞아떨어지는가???”
왜적 선봉장 고니시(소서행장)의 웃음은 끊이지 않았다.
“ 미우라!!! 전장졸 전투형태로 배치한다 알겠는가?”
“하이!!! 장군~~!!”
“ 태합전하의 장수들이여~~~ 지금 이 시간부로 총공세로 나선다 각자 위치로!!!”
부장 미우라의 전투태세 영이 떨어지기 무섭게 호각(號角) 소리가 들리며 왜군들 모두는 각자의 위치로 정해진 대로 진을 형성하고 있었다.
화승포 조총으로 무장한 선봉 1진, 2진, 3진이 나란히 배치되었고 이시가리 족병은 북쪽 남한강 이외 세 방향으로 흩어져 숫자상으로 우위를 점한 왜군이 진을 펼치고 있었다.
반면 성을 나와 탄금대 강기슭에 진을 펼치고 있는 아군의 상황은 왜군들과는 정 반대의 초라함을 보이고 있었다....
기선을 잡는다며 기병으로 무장한 장졸은 고작 백여 명에 지나지 않았고
전술을 습득한 장졸은 8천 중에 기백을 넘지 않았다.
무슨 호기로 이런 진을 펼치는지 도순변사 부장인 진장군은 애가 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상관의 영를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이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 기병들은 모두 듣거라!!! 저 간악 무도한 원수들을 순식간에 쓸어 없애라!!!!!”
도순변사 구좌의 공격 명령에 기병 백여 명이 말을 달리는 순간....
“히이잉~~ 히이잉~~~~ 히이잉~~~”
말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퍼부었던 소낙비에 온 사방이 진흙 뻘처럼 옴짝 달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적장 고니시는 옅은 웃음을 지으며 영을 내렸다.
“ 조총병은 30보 앞까지 전진한다!!! 그다음 카타나( 일본도)로
조선군의 수급을 바치는 자는 상을 내릴 것이니!!! 모두 목을 베거라~~~”
임진년 사월 이후의 상황은 참혹함 그 자체였다... 처음은 수급으로 (머리)
뒤에 정유년 재란에서는 코와 귀로 조선군 및 양민을 앗아간 잔혹함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 하이~~~ 장군!!!!”
순식간에 모두가 정예병인 왜군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느 순간 “탕” 하는 총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에서 “ 히이잉~~` 히이잉~~” 방향을 잃은 말들의 비명소리가 들리며 타고 있던 말에서 떨어지는 기병들이 속출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조총소리와 함께 메케한 화약냄새가 사방을 진동하고 있었고 아군 쪽에서는 활이 “쉥” 소리와 함께 날아오고 있었다.
기선을 제압할 요량으로 선택한 도순변사 계좌의 기병 전술은 처참하게 어긋나고 있었다.
“ 하하하하.... 조센에서 최고의 장수라 하는 구좌라는 놈의 병법이 고작 이것이었단 말이냐? 하하하하하하하하.... ”
조총소리에 놀라 진흙 뻘구덩이를 벗어나지 못해 안달인 말들을 향해 조총은 쉼 없이 화약냄새를 풍기며 탄환이 날아갔다... 카나다(일본도)를 장착한 왜적들은 진흙탕에 빠져 손도 못쓰고 있는 조선군을 향해 죽음의 사자인양 다가오고 있었다.
“ 제발?? 제발~~~~ 으으으윽~~~~ ”
진흙탕에 갇혀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조선 장졸을 향해 다가온 왜적의 장졸들은 일제히 카나다(일본도) 꺼내 수급을 베고 있었다.
어떤 이는 단칼에 베는 이도 있었고 어떤 이는 서서히 아주 천천히 고통을 느낄 수 있도록 베는 이도 있었다.
천차만별로 닥치는 대로 목을 베고 있는 왜인들은 사람이 아니라 지옥의 사자와도 같았다.
“ 안 돼?? 안 돼?? 이러지 마?????..... 으으윽~~~”
카나다 칼날을 목에 대고 서서히 고통을 느낄 수 있도록 숨이 끊어지는 그 순간까지 고통을 느끼게 하는 악랄한 왜적 중에 한 명은 가와사키 쇼오지였다 (훗날 조선의 김성일과 쌍벽을 이루는 일본 장졸).
제일 낮은 조총병으로 입대하여 이번 조선원병이 첫 전투임에도 불구하고 악랄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 장군 이러다간 조선의 장졸들은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 장군~~~ 장군이라도 어서 이 자리를 피하시고 훗날을 도모하십시오 장군~~~”
부장 진장군의 제안에 도순변사 구좌는 이리 답을 하였다...
“ 내 진장군 자네와 부산포 최장군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이 최대의 실책이네~~~ 그러나 어찌하겠소? 나는 목숨이 중하지 않으니 훗날을 도모하라는 그런 말은 하지 마시오 장군~~~“
“ 내 비록... 훗날 역사가 어찌 평가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구차하게 목숨줄을 길게 하지는 않을 것이오 장군~~~”
이렇게 진장군과 도순변사 구장군이 대화가 진행되는 이 순간에도 조선의 병사들은 퇴로가 없는 탄금대에서 순식간에 도륙당하고 있었다.
전쟁 포상을 염두한 왜군들은 보이는 족족 조선군 및 양민들의 머리를 베어 한 손에는 수급을 들고 한 손에는 일본도 카나다를 들고 마치 사냥터에서 먹잇감을 발견한 사냥개 마냥 주위에 널려있는 쓰러진 조선군들의 수급을 모으고 있었다...
몇천의 수급(首級 )들은 순식간에 산떠미처럼 쌓이고 왜군들 중에는 각자 몇 명의 수급을 가져오는지 수기로 기재하는 병사까지 있었으니 고니시(소서행장)의 치밀함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 하하하하하하~~~ 미우라!!! 수급 기재 인원과 화공( 畫工)을 뽑거라!! 이 전투가 끝나면 화공에게 수급을 불태우는 화형식을 생생하게 그림으로 그려 놓게 하거라 알겠나!!”
“ 하이!!! 장군!!! 분부 받들겠나이다 장군.... "
순식간에 산더미처럼 쌓인 아군의 수급들이 쌓여 탄금대에는 고작 몇 명의 장졸들이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조선상륙에는 선봉을 맞는 주요 장군이 있었으니 그 한 명은 지금의 고니시 유키나까( 소서행장)이고 다른 이는 가토 기요마사 (가등청정)이었다.
둘은 서로의 전공을 높이기 위해 갖은 악행을 저질러 조선인의 철천지 원수로 남아 있는 악질 중에 악질이 인물이었다. 이에 그들의 주군인 도요토미 히데요시 ( 풍신수길)을 향해 상상도 못 할 기이한 행동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모든 것을 설계하고 예상한 인물이 바로 이들이 말하는 태합전하 도요토미 히데요시 (풍신수길) 이었다.
“ 장군~~ 지금 상황이 이러실 때가 아닙니다.... 빨리 몸을 피하셔서 훗날을 도모하시옵서서 장군~~~”
탄금대 정자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지휘부의 긴박한 요청이 이어졌다.
“아니다~~~~ 나를 잡지 말거라!!!!”
“ 이곳을 지키지 못하고 내 어찌 나라님을 뵐 수 있겠는가? 나는 장수로소 소임을 다할 것이네..”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도순변사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무도 나를 따르지 말거라!!!!”
탄금대 정자에서 자리를 피해 이동하는 도순변사는 무엇을 작심이라도 한 듯
깊기로 유명한 달천 남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절벽으로 이동을 하고 있었다.
순간 ‘풍덩’ 소리와 함께 도순변사 구좌는 자결로 생을 마감하고 있었다.
전시 상황에 이루어진 도순변사의 자결은 그나마 남아있던 아군들의 전의를 상실케 함에 충분하였다.
“뭐라!!! 조센의 구좌가 스스로 몸을 던졌단 말이냐???”
“ 그래도... 정신은 그자가 살아 있음이야.... 장수로써 마지막을 자결로....”
“ 미우라!!! 이제 공격을 멈춘다 이만하면 됐음이야.... 잔병들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나마 그들의 수장 주검은 찾게 시간을 주도록 하거라~~~~”
고니시 (소서행장)는 그나마 같은 시기 선봉으로 나선 가토 기요마사 (가등청정)보다는 양호하게 장수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의 종교적 영향도 크다 할 수 있었다.
“ 나으리!!!! 어찌하여 소녀의 청을 거절하셨는지요? 이제는 소녀 장군과 같이 구천(九泉)을 떠돌며 살겠나이다~~~ ~~ 그러게 소녀의 청을 왜?... 으하하하하하하하..... 으하하하하하하~~~“
평선은 이제야 몸과 마음을 다 주기로 한 구장군과 함께 구천을 떠도는 원혼이 되었음을 말하고 있었다....
“ 여인의 한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장군~~~.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리지 않겠는지요 장군~~~ 으하하하하~~~ 으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