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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ther time 자축인묘 Dec 15. 2024

옥포 (玉浦) II

전술의 달인 이장군...

호위 무사 (네이버)

" 경(京)이 있느냐? "


" 예~~ 부르셨습니까요 나으리~~"


"그래 건이가 들어왔느냐?"

건(建)을 찾는 이는 이장군 신(臣)이었다. 건은 이장군의 호위 무사로 얼마 전 고뿔(감기)에 걸려 하루 쉬며 몸을 추스를 것을 당부한 터였다.


"예~~ 나으리... 진즉에 들어왔구먼유... 장군님을 옆에서 보필해야 된다며 아침 댓바람부터 들어왔구먼유..."

" 요새 고뿔이 지독해서유... 나으리께 옮길까 봐서 아직 근처엔 없구먼유~~ 워쩌지유?"


"그래~ 난 괜찮으니 들게 하거라~~"

이장군 신(臣)에게는 오늘 중요한 임무가 있었다.


" 예~~ 나으리~~"



" 몸은 괜찮은 게냐?"


" 예!!! 장군~~~"

건(建)의 답은 언제나 짧고 강렬했다. 건은 어릴 적 동문수학하던 유도령댁 무사로... 전라좌수영으로 천거된 이후 옛 벗을 염려하는 차원에서 당대 최강의 무사인 건(建)을 이장군 신(新)에게 보냈던 차였다.


" 그래... 오늘은 진영감 집에 가봐야겠구나... 채비를 하거라!!"


"예!!! 장군!!!"

어부생애죽일간 (네이버)

옥포에서 평생 물고기를 잡으며 어부로 살고 있는 진영감은 마을에서도 물때를 제일 잘 아는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 이전 좌수사 부임 시 물때를 제일 잘 알고 있는 이를 수소문한 끝에 찾아낸 이가 진영감이었다.


" 진영감 계신가?"


"아이구~~ 장군님께서 우얀일로 이케 누 추한곳까지.... 퍼뜩 드가시지예??"

진영감은 이전 좌수사 이장군이 여러 고을에 순시차 방문 시 뱃사공을 했던 터라 신(臣)을 잘 알고 있었다.

전라좌수영(여수)과 경상우수영(광양)이 맞붙어 있는 곳이라 경상과 전라를 오가며 여러 고을 사람들과 인맥을 쌓은 것 또한 좌수사 신(臣)이었다.


섬과 섬사이가 오밀조밀 붙어있는 다도해(多島海)는 그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고을들이 삼삼오오(三三五五) 부락을 이루고 있었다. 그 상황에 경상도와 전라도 지방 말투 자체는 희한할 정도로 다른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좁은 바다를 경계로 한 거제 옥포 인근은 경상도 방언이 그 반대편 광양, 여수는 걸쭉한 전라 방언이 사용되는 광경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또한 섬들로 둘러싸인 해안가는 조수 간만의 차이가 커 물때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 장군님요~~  바람이 차겁습니더  퍼뜩 들어오시지예~~??"


" 알겠네... 진영감~~ "

이장군 신(臣)은 진영감의 성화에 못 이겨 막사와도 같은 초가로 들어가고 있었다.


"장군님요? 우얀일로 이까정 행차 하싯습니꺼?"

"내 긴히 진영감께 상의드릴 내용도 있고 진영감이 어떻게 사는가 궁금하기도 하여... 이렇게 찾아왔네... 불쑥 찾아오는 것이 실례인 줄 아네만.... 이해해 주시게 진영감~~"


" 하이고~~ 아입니더.. 아입니더~~ 지야 영광이지예... 장군님께서 우찌 다 늙어빠진 쇤네 집에 엄감생심(焉敢生心 )... 지야 감사할 따름입니더 장군님요~~"


" 그래~~ 이해해 준다니 다행이네.... 음.... 내 긴히 상의할 얘기는... 진영감이 이 지역 바다는 손바닥 보듯 훤히 다 안다 해서 그걸 좀 논의하러 왔네.... "


" 을매든지 말씀 하이소~~ 장군님요~~~ 마카(전부)  설명 드리겠습니더~~"

진영감은 바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눈빛이 섬광처럼 빛나고 있었다.


" 진영감??!!  옥포 이쪽 물때가 어찌 되는가? 만조와 간조 고조와 저조가 어찌 되는가 말해 보시게나~~"


" 예~~ 장군님요~~ 오월 초이레 사(巳)시가 물이 젤로 많이 들오는 만조 고조 이지예? 그카고 물이 젤로 많이 빠지는 간조 저조 시간은 신(申) 시 아입니꺼? "


" 장군님요~~ 지는 딴거는 잘 몰라도 이 물때 하나 만컴은  넘덜보단 쪼매 잘 안다 아입니꺼? "

확신에찬 진영감의 목소리가 낭랑하게 들리고 있었다.


" 그러한가? 진영감??"


" 하모예!!!! 지는 그건 학실합니더~~~ 평생을 이거로 밥벌어 묵고 살았다 아입니꺼 장군님요~~~"

" 허허허~~~ 그야 나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진영감~~ "

진영감을 대하는 이장군 신(臣)의 행동은 비록 신분이 다른 일개 부락의 촌로(村老)에게도 인간적인 예우를 하고 있었다.

거제,통영 리아스식 해안 ( 네이버 )

" 그럼 물 때 차가 제일 많이 나는것이 오월 초이례 인가?

이장군 신(臣)은 재차 진영감에게 확인을 하였다.


" 학실하다 아입니꺼~~~... 초이레  사(巳)시 가 되몬 옥포만에 물이 한그(가득)차가 조류가 없어가 배가 잘 움직이지 않는다 아입니꺼 그카고   신(申)시 도 물이 다 빠지가 그때도 조류가 없다 아입니꺼... 이 땐 물괴기도 움직이질 안한다 아입니꺼~~"


" 그러한가? 진영감??!!"

좌수사 이장군은 한번더 확인차 물어보았다.


"에헤~~~ 장군님요?? 내 진영감입니더~~ 내는 물 때 마추기는 귀신이라 안합니꺼?? "


" 그래 알았네 알았어~~ 내 진영감을 못 미더워 그런것이 아님이야... 몇 번이라도 확인을 해야 될 일이 있어 그런것이니... 너무 나를 나무라지는 말게나~~ 하하하하~~" 


" 하모예~~ 지~도 농입니더~~ 장군님요~~ 어데 장군님께 지가 감히~~ 용서 하이소 장군님요~~"

약간은 자신을 못 미더워 하는 듯한 이장군의 질문에 자존심이 상한 듯 보였던 진영감도 농이라 말하며

나름의 화를 삭히려 하고 있었다.


" 그래 잘 알았네~~ 그럼 날도 어두워 지는데 나는 이만 진중으로 돌아 가도록 하겠네~~` 진영감!!!"

" 지금은 전시 상황이네 내 이리 지체할 때가 아니네... "


" 아이고~~ 그래도 이까지 오싰는데~~ 요기라도 차리가 드려야 될낀데~~ 쪼매만 계시 보이소 장군님요~~"

" 영신 어매요??? 여~~ 장군님 상쫌 퍼뜩 채리리카이 ~~~ 얼른 퍼뜩~~~"

진영감은 요기도 못하고 떠날  이장군 신(臣)을 생각하니 마음이 바쁘지 않을 수 없었다.


" 아닐세~~ 아니야... 시간이 너무 지체 되 이제 가 봐야 되네...내 다음에 진영감 자네와 조반(朝飯)을 같이 할 때가 있을 것이네... 오늘은 마음만 받고 다음에 꼭 같이 하세나~~"


" 장군님요~~ 어데예?? 안 됩니더.... 그카면 잠시만예?"

짭조름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뒤뜰로 가더니 금새 말린 어포를 들고 오는 것이었다.

대구 덕장 (네이버 발췌)

" 장군님요~~ 그라몬 이기라도 가 가이소 장군님요~~"

진영감은 크기도 큰 석자가( 한자 30.3CM)넘는 말린 대구를 가져오며 이장군 신 (臣) 에게 건네고 있었다.


"이기~~ 철은 쪼매 지났어도... 맛은 기가 찰낍니더..장군님요~~"

진영감은 말린 대구 다섯 마리를 건네고 있었다.  


" 그래 내 이것은 진영감 성의로 받을 것이니... 한 마리만 주시게... "


"장군님요~~그카면 안됩니더... 내는 맘만 먹으몬 지금도 물괴기는 잡을 수 있습니더... 가 가이소 장군님요~~"


" 알겠네 알겠어.... 그럼 감사히 잘 받아가겠네... 내 후(後)에 진영감과 조반(朝飯 ) 할 일이 있을 것이네 그럼 그때 보세나... 그럼 이만~~~"

이장군 신은 진영감의 배웅을 받으며 좌수영으로 향하고 있었다...



도도 다카도리 (불멸의 이순신 발췌)

" 노우치!!! 조센 경상우수사 동향이 어찌 되는가?"


" 하이~~ 장군!!! 세작의 전갈에 따르면 경상 우수사 성찬이 전라좌수영과 전라우수영에 지원병을 요청하기 위해 서신을 보냈다고 합니다. 장군~~"


" 뭐라? 지원을?? 전라좌수사와 전라우수사는 누구란 말인가??"

왜선의 수장 도도 다카도리는 경상우수사 성찬이 지원요청에 대해 묻고 있었다.


 "하이~~ 장군!!!  아직까지 정확한 실체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전라좌수사는 이신(臣)이고 우수사는 기억진이라 합니다... 장군~~ "

부장 노리치의 보고에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수장 도도 다카도리의 말이 이어졌다.


" 이신? 기억진? 그 두장군도 면밀히 보고해야 될 것이야!!! 알겠는가??!!"

군주 9명을 갈아 치운 전력이 있는 도도 다카도리는 한치의 빈틈도 주지 않을 것을 주문하고 있었다.


" 하이~~ 장군!!!"


" 조센~~~ 조센~~ 이제 조센의 바다도 이제 이 도도 다카도리 품에 들 것이야~~~ 태합전하께 곧 승전보를 올릴 것이야... 하하하하하하~~~"



" 장군~~~ 전라우수사 기장군이 어인일로??"

전라우수사 기억진 장군을 맞이하는 신(臣)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좌수사 장군~~ 경상우수사 성장군의 서신을 받았음이지요? "

전라우수사 기장군의 질문이 이어졌다.


" 내 전시 (戰時) 기는 하지만 경상우수사 장군의 터무니없는 말을 듣고 이렇게 좌수사를 찾았소이다~~"


"어찌 경상우수사 성장군은 도움만 청한단 말입니까? 내 비록 삼도(三道)에 속한 수장 중에 한 장수이지만 장졸과 전선을 스스로 버린 자와 어찌 상종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안 그렇소이까 장군?? "


전라우수사 기장군의 거침없는 말이 이어졌다.

" 그리고 좌수사 장군을 모함을 했다지요? 벌써 장계( 狀啓)를 올려 한양으로 파발이 가고 있다는 전갈을 들었소이다... 이게 참 이란 말인지요? "


좌수사 이장군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 아니!!! 좌수사 장군~~~ 경상 우수사 성장군을 가만 놔뒀단 말이요??  내 분통이 터져 이렇게 장군께 왔소이다~~~"


조용히 듣고만 있던 이장군 신(臣)은 이제야 말문을 떼고 있었다.


" 기장군!! 장군께서 화를 내는 연유도 잘 알고 마땅히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경상우수사 성장군의 행동도 죄를 물어 마땅한 일이지만.... 지금 왜군의 상황을 직시해야 될 것이외다.... 왜적의 육군 1선봉장 고니시는 벌써 한성을 지나 개성으로 진격하고 있고 왜적 육군 제 2수장 가토 기요마사(가등청정)는 청송을 지나 삼척 동북 방향으로 북진을 하고 있소이다.... 이제 남은 것은 수군이 버티고 있는 이곳뿐이외다...."


"기장군!! 이곳마저 왜적의 수중에 들어간다면 조선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외다... 기장군!!! 그러니 노여움을 묻어 두시고 왜적을 무찌를 방안을 강구해야 될 것이외다... 장군~~~"

옥포해전 상황도 (네이버)

" 이달 초이레가 적들을 섬멸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전라우수영과 좌수영의 연합함대가 옥포에서 적을 섬멸할 것이외다 .... 그때까지 판옥선을 옥포로 이동시켜주시지요 기장군? "


골똘히 생각에 잠긴 전라우수사 기장군은 잠시 생각에 잠긴 후 말을 이어나갔다.

" 내 좌수사 장군의 말씀을 깊이 새길 것입니다... 그러나 전라우수영도 또한 지켜야 되는 것이 수장으로서의 본분임을 좌수사도 이해해 주시기 바라오... 내 좌수사 장군의 말씀은 새겨듣겠소이다 하지만 많은 생각이 필요할 게외다 "


" 알겠소이다 기장군!! 깊게 생각하신 후 이달 초이레 옥포에서 만나시지요 장군~~~"



장수 (네이버)

" 자네가 옥포만호 경장군 인가?"

이장군 신은 옥포만호 경장군을 처음 대하고 있었다.


" 예 장군~~ 몇 해가 갔는가 모리겠습니더 한 삼 년은 이 짝에 있지 싶습니더 장군요~~"

고향이 경상도 청도인 옥포만호 경장군은 얼마 전 경상우수사 성장군의 기가 찬 행동을 보고 비록 같은 경상우수사 휘하의 장수이지만 나라의 배신자라며 강하게 비판한 인물 중에 한 사람이었다.


" 내 비록 경상우수사 성장군 휘하 장수이지만 서도... 아닌 건 아니지 않습니꺼? 우째 자식 같은 장졸하고 판옥선을 물에 빠뜨린단 말입니꺼? 기가차가 말이 안 나온다 아입니꺼 안 그런교? 장군님요

~~~"


" 경장군~~ 내 경장군의 말은 일리가 있다 생각하지만 지금 상황이 상황인 만큼 전장에 집중해야 될 것일세 알겠는가 경장군??" 


" 예~~ 맞습니더 그카고 내는 이제 좌수사께서 이 짝에 오셨다 캐가 우째 하실까 억수로 궁금했다 아입니꺼? "

경장군은 나름 좌수사 이장군을 이 난국을 혜쳐나갈 인물로 자신도 모르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 경장군~~ 금일부터 전 장졸들에게 화포를 점검하게 할 것이네... 알겠는가?"


" 예~~ 장군님요!!!"

" 총통 화포를 상시 점검할끼다... 천자총통, 지자총통, 현자총통, 황자총통 마카(전부) 점검해야 될끼다 알겠나!!!"

좌수사 이장군의 지시사항을 옥포 만호 경장군을 통해 전달되고 있었다.

화포 (네이버 )

천자총통과 현자총통의 사거리는 이천보에 가깝고

지자총통은 천 오백보 황자총통은 천 삼백보에 다다를 정도로 사거리가 어마무시한 가공할 만한 위력을 지니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불과 백보 상간인 왜적의 주 무기인 조총의 사거리와는 천지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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