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결정장애
호색의 속사포에 주눅이 든 순변사(구) 김성일은 입이 있어도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 최장군님.. 아니 최장군 내 말 좀 들어보시게... 내가 그러려고 그런게 아니고... 이 전시 상황을 도순변사 구장군께 알리려고 진짜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내 혼자라도 이렇게 새재까지 넘어 달천땅까지 오게 된 것이네... 자네가 이해 못 하면 누가 이해하겠나? 안 그런가 최장군?? "
벌거벗은 순변사(구) 김성일은 호색에게 경어(敬語 )까지 써가며 이전과는 다른 어투로 설득 아닌 설득을 하고 있었다.
" 모라꼬? 째진 입이라고 그기 할 말이라 캐쌓는 기가? 으잉? "
호색은 김성일의 말을 듣고 분이 더 돋구어져 만약 손에 칼이 있었다면 단칼에 목을 벨 정도의 흥분 상태가 되고 있었다..
" 허허... 동생? 왜 그러시나? 내 그렇게 설명을 해도 이해를 못 하면 어쩐단 말인가? 안 그런가 동생?"
김성일은 더더욱 입에 꿀을 바른 마냥 달콤한 말로 호색의 화를 돋우고 있었다.
" 뭐라꼬??!! 동생?? 동생?? 내 니 같은 개 호로자슥 같은 행님 둔적도 없꼬 니 함부로 동생이라 이바구 했싸면 그땐 니 그날로 저승길 문 열리는기라 알았나?? 알았냐꼬?? 퍼뜩 답 안 할 끼가? "
" 허허... 그럼 동생도 안 되면 뭐라 말하는가? 최장군? "
김성일의 꼬리는 몇 년 만에 주인을 만난 강아지 마냥 꼬리를 돌리며 딸랑딸랑거리고 있었다.
" 마~~~ 내... 니 맨상(면상) 보믄 마... 신물이 나가.... 콱 직이삘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드니까.. 끄지라(꺼져라)... 으잉? 퍼뜩 안 끄지나?? 으잉??"
호색은 한시도 도망자 순변사를 쳐다보고 싶지 않았다.
" 알았네~~` 알았어.... 화 푸시고~~ "
순변사는 호색의 화를 삭이려고 무진 애를 쓰며 슬슬 피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성곽 위에서 망루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거기 왜 덜 싸우구들 그려~~? 가만있어 보자~~ 첨 보는 얼굴 들이구먼?"
망루병은 누가 들어도 걸쭉한 충청도 사투리를 쓰고 있었다.. 어떻게 산하나 (소백산)를 사이에 두고 말투가 이렇게 바뀌는지 신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 그래!! 도순변사 장군께 순변사 김성일이 왔다 전하거라?"
벌거벗은 순변사 김성일은 자세를 가다듬고 목소리도 근엄하게 망루병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 허허허... 그려~~?? 그럼 난 임금님이여... 그렇지 않은감? 순변사 양반 ~~ "
말을 하고도 웃음을 참지 못한 망루병 돌석 아부지 갑진은 전시 상황임에도 여유와 웃음이 묻어났다.
그 소릴 듣고 있던 호색은
" 마~~ 아무리 그캐도 그게 할 말이가? 지금 전시 상황인지 몰라가 그래 태평하게 이바구 하는 기가? "
아무리 밉고 보기 싫은 순변사라 해도 김성일을 대하는 망루병의 행동에 성격 급한 호색이 일침을 가했다.
" 아니~~ 내가 못할 말을 했는가유? 안 그러유? "
" 잠시 기둘리서유~~ 보고 하고 오것구먼유~~"
망루병 갑진은 지금 상황이 일촉즉발의 전시 상황임을 알고 있을 것임에도 천하태평이었다.
" 그걸 말이라 캣쌓는기가? 이라니 왜넘덜 한테 한번 악 소리도 몬하고 성을 내 주삐는기라? 아이고 무시라 무시라~~ 속에 천불이 나는 기라 으잉!!!~~"
호색은 대문산 (大門山 ) 탄금대(彈琴臺)도 새재와 마찬가지로 군사들의 군기(軍氣)가 엉망임을 한탄하고 있었다. 새재와 다른 것이 있다면 새재는 아무도 없었고 탄금대는 있어도 없느니만 못한 듯 보였다.
" 뭐라?! ~~ 순변사 김장군이? 여기가 어디라고 상주성을 버리고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당장 그놈을 끌고 어너라!!!!! "
도순변사 구좌는 순변사 김성일을 문책할 요량으로 당장 성으로 끌고 오라 영을 내렸다.
" 예~~ 알것구먼유 장군!! 그러구유 부산포에 최장군이라는 사람하고 같이 성 앞에 있구먼유 장군..."
"그래? 그 자도 같이 입성(入城 ) 시키거라~~~"
도순변사는 순변사 김장군과 최장군 호색을 같이 볼 요량으로 성 안으로 불러들이고 있었다.
" 장군 소장을 죽여주시옵서서 장군~~~ 상주성을 지키지 못한 소장을 참수하여 주시옵소서 장군~~~"
순변사 김성일은 4군 6진이 있는 북방 함경도땅에서 현 도순변사 구장군과 같이 생사고락(生死苦樂)을 같이 한 터라 누구보다 구장군의 심기를 잘 알고 있었다. 강직한 구장군의 성품을 잘 알고 있는 순변사 김성일은 처음부터 낮은 자세로 바닥을 할고 있었다.
" 그래~~ 말 잘했소!!! 장졸(將卒) 들을 지키지 못하고 성(城)을 버리고 온 자 그대를 가만 둘 수 없는 일~~~
여봐라~~~ 저놈을 참수하고 수급은 성문에 달아 두거라... 모든 장졸들의 본이 되도록 지금 당장 시행을 하거라~~~ "
도순변사 구장군의 노여움은 가시질 않고 있었다...
' 어?! 이게 아닌데~~~ 내가 이렇게 말하면 왜? 이리로 오게 됐는지 연유(緣由 )부터 듣는 것이 순서일 것이고... 그동안 장군의 성격상 그게 맞는 것인데.... 이 일을 어쩌란 말인가? '
순변사 김성일은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 없어 전전긍긍하던 찰나...
옆에 있던 한 장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 장군~!! 순변사 김장군의 죄는 크오나~~ 왜적의 상황을 먼저 알아야 되는 것이 급선무 이므로 이번 전투에서 그 죄를 씻게 하심이 어떨는지요? "
그는 도순변사 구좌의 부장 진장군이었다.
쥐구멍에 볕이 뜬것일까? 부장 진장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순변사(구) 김성일이 말을 이어나갔다.
" 장군~~ 비록 소장 지금 당장이라도 죽어 마땅하나.. 죽더라도 왜적의 수급은 베고 전사(戰死) 하도록 허(許) 해 주시옵소서 장군~~~"
골똘히 생각 중인 구장군은 영을 내렸다.
" 김장군의 죄는 당장 참하여 수급을 성문에 거는 것이 마땅하나... 전시 상황이고 전장에서 왜적과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을 다짐했으므로 이번 전투에서 상주성 전투의 과오(過誤)를 씻길 바라오~~~"
" 예~~~ 장군!!! 이번 전장에서 죽음을 각오하겠나이다 장군!!!. 기회를 주신 구장군의 은혜 백골난망(白骨難忘 )이옵니다 장군~~~"
이재와 임기응변에 능한 순변사 김성일은 이번에도 어찌어찌하여 목숨줄이 길어지고 있었다.
그때 순변사 구장군의 눈빛이 옆으로 향하고 있었다....
벌거벗은 순변사 김장군 옆에 있는 호색을 향해 구장군이 묻고 있었다.
" 그래? 자네가 최장군이라 했던가? "
" 예~~ 맞습니더 장군!!! 최가에 호색이라 합니더 장군!!! "
호색은 짧게 답하고 있었다.
" 그래 자네는 어찌하여 그 먼 부선포서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최장군 자네도 순변사 김장군과 같은 것인가?"
도순변사 구장군은 의심의 눈초리로 최장군을 바라보았다.
" 예~~ 장군 이짝 순변사 김장군과 결과는 같지만 쪼매 다릅니더 장군~~"
역시 짧게 답을 하는 호색이었다.
" 허허~~ 그게 무슨 말인가? 소상히 말해 보거라!!!"
궁금증을 자아내는 호색의 말에 구좌는 재차 물어보았다.
" 지는~~ 부산진성 박 절제사의 명을 받잡고 후방에 왜적의 실상을 알릴라꼬 상주성에 도착했다 아입니꺼... 왜군이 우째 순식간에 열흘도 안 돼 가 상주땅에 도착했는지? 그카고 그래 대비를 해야 된다 억수로 이바구했다 아입니꺼.... 근데 말입니더... 저 저저 순변사 김장군은 내 말을 콧등으로도 받아들이지 않아가... 일이 이래 됐다 아입니꺼... 도순변사께서 함 순변사 저자에게 물어 보시지예?? 아니다카면 지가 이 자리서 콱 햇바닥( 혓바닥) 깨물고 죽어 삘낍니더~~ "
최장군 호색은 경상도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전후 사실을 도순변사 구좌에게 고하고 있었다.
" 허허 이 말이 사실이란 말인가 순변사???!!!"
도순변사 구좌의 불같은 호령에 순변사 김성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 그럼 사실이란 말인가?!! 이런 쳐 죽일 놈을 봤나??? "
잠시 수그러 들었던 구좌의 마음이 동(動)하고 있었다.
" 장군~~ 최장군의 말이 맞는 말 이기는 하지만... 말씀드렸듯이 제 죄는 씻기지는 않겠지만 전장에서 왜적의 수급으로 말씀드리겠나이다 장군!!! 부디 허(許)하여 주시옵소서 장군~~~"
순변사 김성일은 이번에도 이리저리 미꾸라지처럼 살길을 찾고 있었다.
" 좋다... 그럼 이 전장을 어찌 대비할지 술시(戌時)에 작전 회의가 있을 것이다.. 알겠는가?"
" 예~~ 장군!!!"
도순변사 구장군의 령에 호색, 순변사 김장군 , 부관 진장군의 답이 이어졌다.
" 하하하하하~~~ 저기가 달천이 흐르는 대문산(大門山 ) 탄금대(彈琴臺) 인가? "
새재에서 멀리 내려다 보이는 대문산 탄금대를 보며
고니시 (소서행장)의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보름도 되지 않아 충청도 땅을 밟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 연신 웃음이 떠나지 않고 있었다.
" 하이~~~ 장군!!"
부관 미우라의 답이 짧고 간결했다.
" 저쪽에 도순변사 구좌가 진을 친다지? 조센의 장수는 왜 이리 우둔(愚钝) 한 것인가?? 하하하하하~~"
그 요새 같은 새재를 버리고 넓디넓은 달천 탄금대에 진을 치니 이게 말이 된단 말인가? 하하하하하~~ 도순변사 구좌 이자도 똑같은 인물일 것임이야... 어찌 병법을 아는 장군이 이런 판단을 ~~~"
고니시 (소서행장)는 장군이라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병법 즉 산을 방패 삼고 매복으로 타격하여 기선을 제압하는 기초 중의 기초인 전술도 이행하지 않는 조선 장수의 후방 전술에 기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미키자와!!! 날이 어두워지면 별자리를 보고 언제 비가 올 것인지 보고하라!! "
고니시( 소서행장)는 책사인 승려 미키자와에게 별자리 점성술을 볼 것을 명하였다.
" 하이~~ 장군!!"
미키자와는 합장하며 답을 하였다.
날은 어두워져 왜군 1만 8천여 명의 숙영지인 수안보의 하늘이 열리고 있었다.
수없이 많은 별자리를 보며 책사인 미키자와는 하늘의 기운을 점치고 있었다.
" 허허~~ 희한한 일일세 어찌 잡혀있지 않던 구름이 모래 있을 것이라 말하는가? 이는 필시 누군가의 원한이 있어 하늘의 기운을 빌리는 것이 아닌가? "
책사 미키자와는 선봉장 고니시에게 고하였다..
" 장군!! 밤하늘 별을 점친 바로는 양과 음이 통하는 자리에.. 여인의 눈물샘이 갑자기 끼어들어 모레쯤 비를 뿌릴 것이라 별이 말을 합니다 장군~~~"
음양오행에 능통한 책사 미키자와는 교토의 승려였다. 점성술에 능하고 병법 전술에도 탁월해 일찌감치 고니시의 책사로 자리하고 있었다.
" 알았다!!! 모래 비가 오고 그치는 시간에 탄금대를 공격한다!!! 알겠는가??"
고니시는 조선이 왜 새재를 버렸는지 상세한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평야에서 기병을 쓸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던 터라 평야가 있는 강기슭이 질척하게 젖는 때를 노리고 있었다. 비 오고 그치는 순간 그 순간을 총공격 시점으로 미리 생각하고 있던 전술과 병법의 귀재(貴材)였다. 비상한 머리는 한발 아니 서너 발은 먼저 조선의 장수보다 앞서가고 있었다.
" 하이~~~ 장군!!!!"
" 그래~~ 대비책은 찾아보았는가? "
도순변사의 음성이 낮게 깔리고 있었다.
" 예~~ 장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새재가 아니라면 이곳 탄금대 보다는 대문산 길목에 매복을 깔아 놓고 적의 길목을 차단함이 좋을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병력을 그곳으로 옮기셔야 됩니다 장군~~~!!"
먼저 부장 진장군의 작전 변경 의뢰가 있었다...
" 흐음..... 그럼 순변사 김장군의 생각은 어떠한가?"
" 예~~ 장군 제가 겪어본 봐로는 왜적의 수가 어마무시하므로 퇴로가 없는 이곳 탄금대 보다는 한강 이남으로 진을 옮기 심이 현 상황으로는 좋을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장군!!!"
그때였다. 최장군 호색이 끼어들며 말을 이어나갔다.
" 뭐라 캐쌓는 깁니꺼? 여서 또 뒤로 토낀다고예?? 예??? 잘 못 들은 건 아니지예?? 우째 그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입니꺼? 그카고 어데 당신이 왜놈들과 싸와봤다 말합니꺼? 꽁지가 빠지게 내뺀 주제에... 뭐 내가 겪어본 봐론?? 모라캐쌓노?? 으잉?? 내 니 같은 인간 하곤 맨상(면상)도 보기 싫으니.. 끄지래이 으잉??... 좀 전까지만 해도 이 짝서 빼(뼈)를 묻겠다 한 사람이 누굽니꺼??? 순변사 당신 아입니꺼?? "
" 도순변사 장군님요?? 내는 이 호랑말코 같은 인간하고는 상종을 몬합니더!!! 우째 사람이 이칼수(이렇게 할 수 ) 있습니꺼?? 예???"
최장군 호색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대는 순변사 김성일을 향해 도저히 상종할 수 없음을 도순변사 구좌에게 말하고 있었다.
" 허허~~ 자중들 하시게!!! "
도순변사 구좌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새재에 진을 치지 않은 것도 지금이라도 대문산에 매복을 치자는 진장군의 건의도 모두 맞음을 알지만 꿈속에서 그리 이번만큼은 자신의 말을 따라 달라는 평선의 청을 도순변사 구좌는 거절할 수 없었다.
" 흐음~~~ 이곳 탄금대에서 배수의 진을 칠 것이네~~~ 그리들 아시게~~~"
도순변사 구좌는 작적회의에 참석한 장수들에게 최종 결전지를 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장군!!!" " 장군님요??" " 순변사 장군!!"
세명의 장수 모두는 그럼 왜 작전회의를 소집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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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회차 제네럴 7회 차에 탄금대의 눈물 III이 이어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