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장 터지는 선조,김장군,서희,왜(倭)... 그나마 백성이 있으므로
" 아니~~~ 뭐라?~~~ 임금이 없다??!! 그게 말이 되느냐???"
조선의 심장 한성(漢城)을 탈환한 왜군 선봉장 고니시는 보고를 하는 미우라를 바라보았다.
" 하이!!! 장군! 그렇사옵니다 장군~~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사실이옵니다... 장군~~~"
보고를 하는 부장 미우라도 믿을 수 없다며 수장(首長) 고니시(소서행장 小西行長)를 향해 고하고 있었다.
" 조센~~~ 조센~~~ 이것이 진정 나라는 맞기는 맞는 것이냐? 그동안 태합전하의 장졸들이 이런 나라를 두려워했단 말이냐? "
한성을 무혈입성(無血入城) 하다시피 한 왜군 선봉장 고니시는 있을 수 없는 일을 실제로 접하고 분노의 감정을 표하고 있었다.
' 조센 왕을 생포해 태합전하(풍신수길 豊臣秀吉)께 보고를 해야 되는데... 어찌 이런~~ 이런~~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냔 말이다... 어찌 '
다른 것은 조선의 세작(細作) 질을 통해 대비했던 고니시였지만 임금이 백성(百姓)과 도성(都城)을 버리고 가는 상황은 꿈에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시 15~16세기의 왜국 센코쿠 시대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 미우라!!!"
고니시는 열이 받을 때로 받은 상태로 부장 미우라에게 전하고 있었다. 평소 부드러움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강한 어조로 부장을 찾고 있었다.
" 하이!!! 장군~~~"
부장 미우라는 머리를 조아리며 명령 하달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 지금 이 시간 부로 남아있는 모든 것은 모두 태워버린다.... 깡그리 태워 버려라 알겠느냐??!!"
"하이!!! 장군~~~~"
왜군 수장 고니시의 분노의 찬 령을 받은 미우라는 즉시 령을 전하고 있었다.
" 모두 태워 버린다!!!!~~~ 싹 다 잡아들여 도륙을 낼 것이다!!!! 보이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모두 깡그리 없애 버려라!!! 나무든 집이든~~~ 모두 깡그리~~~ 모두 잿더미만 보이게 할 것이다!!!! "
부장 미우라의 지시는 왜군 수장 고니시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었다.... 실질적으로 군사들에게 전하는 이는 부장 미우라였지만 지시는 명백히 선봉장 고니시가 한 말을 전할 뿐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조선 백성들로 인해 궁(宮)이 타버린 상태였지만 그나마 온전하게 남아 있던 궁(宮) 마저도 이제는 왜군의 확인 사살에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조선의 심장 경복궁(景福宮)은 이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었다.
" 대감~~ 영상 대감~~~ 상주에서 패전한 김장군이 합류했다 하옵니다 대감~~!!! "
소식을 전하는 이는 종 2품 어영대장(御營大將) 윤수(尹壽 )였다.
" 아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상주와 탄금대에서 생사(生死) 확인이 안 되었다는 순변사 김장군 말이오이까? " 김장군의 합류 소식을 접한 영의정 유룡은 어영대장과 함께 부랴부랴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 대감~~~ 대감~~ 무탈하셨는지요 대감~~~"
반갑다며 영의정 유룡을 찾는 순변사(久) 김성일의 몰골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몸에 두른 것은 거적때기 쌀가마를 어디에서 구했는지 온몸에 옷대신 걸치고 짚신마저 없는 맨발로
헝클어진 상투를 올리며 파천행렬에 다다른 것이었다...
" 어허~~~ 어찌? 이게 순변사 김장군이 정녕 맞단 말이요? "
영의정 유룡은 놀라며 물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 예~~ 대감~~ 제가 구좌(舊座)장군과 북방을 주름잡던 순변사 김장군 이옵니다 대감~~"
'왕년에 내가~~'를 부르짖으며 헝클어진 머릿결을 올리며 답하는 김장군은 아직도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사람처럼 위세를 부리고 있었다. 그동안 본인 자신으로 인해 피해를 본 수많은 인원을 무시라도 하는 듯 그의 말에는 거침이 없었다.
임진년(壬辰年) 오월 초닷새 평양 근교 황해도 봉산(鳳山)에 도착한 파천일행은 비렁뱅이와 같은 행색의 순변사 김장군을 볼 수 있었다.
" 어허~~ 이를 어찌~~ 어서 내 여분의 의관을 김장군에게 주시게!!~~"
영의정 유룡은 김장군을 향해 여분으로 챙겨 온 의관(衣冠)을 챙겨주고 있었다.
" 하지만 대감~~ 영상께서도 갈아입을 의복은 있어야 되지 않겠는지요? "
걱정스러운 마음에 어영대장 윤수(尹壽)의 말이 이어졌다.
" 지금 저대로 어떻게 그냥 놔두겠는지요? 어영대장~~ 주위 시선은 가려야 되지 않겠소이까? 아무리 잘못을 했다 해도 의복(衣服)은 갖추고 자초지종(自初至終)을 들어야 되지 않겠는지요? "
영의정 유룡의 일리 있는 설명에 어영대장 윤수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 영상 대감~~ 백골난망(白骨難忘)이옵니다 대감~~~ 고맙고 감사합니다요 대감~~"
순변사 김장군은 영의정 유룡을 향해... 감사함의 표시로 큰 절 올릴 모양새를 취하고 있었다.
' 지금은 최대한 숙여야 될 것이다... 여기서 어찌 되었든 살아남아야 된다... 왜란이건 전쟁이건 내 알바 아니고~~~ 내 목숨을 지켜야 그다음을 도모할 것이야~~ 내 반드시.... 최장군 이 놈하고 이장군은 반드시 도려 낼 것이야 반드시.... '
혼잣말을 되뇌는 순변사 김장군은 평소 오만방자(傲慢放恣)하던 태도를 일시에 바꾸며 현시점의 상황을 눈으로 훑어본 후 최대한 불쌍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해진 옷에 피골이 상접해 있었지만 더 불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어허~~~ 이러지 마시오 김장군~~ 어찌 이 자리에서 큰 절을 하시는 지요... 김장군 행색이 너무도 딱하여 그런 것이니 괘념치 마시오 순변사~~~ "
영의정 유룡은 큰절을 올리려 하고 있는 김장군을 말리고 있었다....
" 캬~~~~ 좋고 좋구나~~~ 어디 이리로 이리로 가까이~~~"
파천길에 올라 황해도 봉산(鳳山) 관아에 묵고 있는 임금 선조는 그동안의 여독(旅毒)을 풀기라도 한 듯 술 한잔을 걸치며 서희(徐戱)를 마주하고 있었다.
" 전하~ 아잉~~~ 이러시면~~~ 이러시면~~ 왜적이 코앞인데~~~ 부끄럽사옵니다 전하~~"
성은(聖恩)을 입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서희는 못 이기는 척 선조의 품에 안기고 있었다.
작금(昨今)의 조선 상황이 바람 앞에 등불인 풍전등화(風前燈火) 임에도 불구하고 주색잡기에 빠져있는 선조가 어찌 조선을 사반세기(25년)동안 통치하고 후에 16년을 더 지배를 했는지 도무지 이해 불가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런 최악의 왕이 조선의 14대 임금 바로 그 이름도 찬란한(?) 선조였던 것이다.
" 어허~~ 부끄러울 것이 무엇이 있소? 짐은 이 조선의 지존이오!!! "
" 곧 한성땅으로 돌아갈 것이오~~~ 금일 장계(狀啓)에 의하면 임진강엔 벌써 짐의 군사들이 진을 치고 더 이상 왜군이 북상을 못한다는 전갈을 받았소~~ 이런 날 짐이 술 한잔 걸치지 않을 수 있겠소이까?~~~ 아니 그렇소이까? 숙원~~"
얼마 전 성은을 받아 종 4품에 해당하는 벼락 출세의 시작점에 서게 된 것이 바로 숙원 서 씨 서희(徐戱)인 것이었다.
" 감축드리옵니다 전하~~~"
서희도 맞장구를 치며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임진강변에 있는 모든 나룻배들은 선조의 몽진(蒙塵) 후 선조의 령에 의해 모두 수장시키는 대 참사가 일어난 후였다.
어찌 이 일로 인해 잿더미가 돼 있는 한성땅으로 복귀를 한다는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내뱉는지 정말 무뇌(無腦)가 따로 없었다.
' 우짤꼬? 우째야 되는 기고? 우째야 되는 깁니꺼? 예????~~~'
임진강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되뇌는 이는 불타 쓰러져 잿더미가 된 이백 년 도읍 한성을 목도한 최장군 호색이었다.
" 장군님!!! 이제 저희들은 어찌해야 됩니까? 어찌해야 살아지겠습니까? 장군님~~"
한성땅에서 호색의 설득에 방화를 멈추었던 백성들이 호색을 따라 임진강변에 다다랐다.
"쪼매만 있어 보이소~~ 우째야 될꼬 우짤꼬 퍼뜩 생각이 안나서예~~ 지둘려 보이지예~~"
호색은 흐르는 임진강물을 보며 살아갈 방도를 찾고 있었다. 그러나 좀처럼 뾰족한 수가 떠오르질 않았다.
그때였다... 마침 예전 이장군 이신(臣)이 있던 태안땅에서 보았던 일이 순간 번뜩이고 있었다.
" 맞다~~~ 맞다 아이가!!! 그카믄 되네 맞네~~"
" 마~~ 다들 잘 들으이소~~ 강삐알에(강변에) 젤로(제일) 많은 것이 뭡니꺼?"
호색의 물음에 호색을 따르는 백성들은 잠시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 글쎄요? 장군님~~ 여기 보이는 게 강물하고 저짝에 있는 갈대밖에 더 있습니까? "
백성들은 보이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 기가차게 맞추면 우얍니꺼??? 맞습니더!!! 맞다 아입니꺼!!! 그긴 기라예~~~ 저짝에 한 그 있다 아입니꺼? 맞지예?? 우찌 단박에 맞출 수 있는교?? 아재요??"
최장군 호색은 갈대를 외친 한성 백성들에게 놀라움의 표하고 있었다.
" 지가 전에 전라도 태한에 파견을 갔다 온 적이 있습니더... 그때 갈대배는 우째 맹글고(만들고) 몇 명이 타고 카는걸 마이 배았다(습득) 아입니꺼? 이장군님 한테 말입니더~~ 갈대배를!!!"
호색은 이장군 신(臣)으로 부터 배운 대로 그를 따르는 백성들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 저기 저짝 매(많이) 깔린 갈대 있지예? 마카 다 됬다칼때까정 한그 다 갔다 놓으면 된다아입니꺼~~"
" 그카고 딴건 다 필요엄습니더... 갈대만 있으면 됩니더."
그랬다
최장군 호색은 이장군 신(臣)으로 부터 함경도 녹둔도에서 두만강에 뗏목을 띄울때 사용된 침엽수 뗏목을 만드는 방법을 숙지하고 있던터였다.
최남단 남쪽에서는 그와 같은 튼튼하고 제작기간이 긴 뗏목은 목재와 같은 자재 수급이 어려웠다.
반대로 현지의 지형지물을 이용한 간단하고 단순하게 뗏목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갈대배였다.
" 그카고~~ 이건 진짜로 진짜로 쉽습니더... 다덜 짚새기 다 꼬아 봤지예? 그카면 됩니더~~ 손에 침도 쫌 바르고 단디 준비하몬 금방 될낍니더~~ 알겠습니꺼?? 아재요?? "
호색은 그제야 임진강(臨津江)을 도강(渡江)할 수 있는 방도를 찾았다며 흐뭇해하고 있었다.
" 짚신이라면 우릴 따를 사람이 없지요? 한성 시전(市廛)에 반 이상이 분성꼴 짚신이지 않은가? .... 안 그런가?"
" 그럼~~ 그럼~~ 두말하면 잔소리지!!! 분성꼴 짚신이 한성땅에선 최고지 최고야~~~"
백성들은 이 와중에도 동료들을 응원하며 얼굴도 모르는 상대를 띄우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 그렇습니꺼?? 그럼 누워서 떡먹기 아입니꺼?? "
" 그럼 함 해 보입시더~~~~우짜둔동 해보입시더~~~~ 예!!!!! 아재요!! 아지매요!!"
호색은 저물어가는 노을속에 붉은 태양빛을 바라보듯 끝까지 해보자며 주위 백성들에게 힘을 불어 넣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