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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ther time 자축인묘 Jul 25. 2024

짠한 마음 & 초가 (시낭송)

막내딸 요청 시낭송....

며칠 전 딸내미가 필자에게 시낭송을 요청했다.

안 그래도 딸을 위해 시낭송을 준비하려 했으나 어떤 것을 해야 될지 고민하던 중이었다.

이육사의 '초가'를 낭송해 줄 것을 요청했다...


'초가'는 고등학교 수능시험에 나왔던 시라 하는데... 필자 입장에서는 몇 번의 교과 편제가 바뀌었기에  생소한 시였다. 며칠을 이 시가 어떻게 쓰였는지

왜 이 시를 딸이 요청을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원래 이육사 시인이라 하면 일제에 항거한 저항 시인으로 중고등학교 시절에 배웠던 터라 일제에 대한 억압과 현재 처한 환경에 대한 인내, 극복등

딸이 처한 상황에 접목해서  낭송에 실어 보기로 하였다

아직 왜 이 시를 선택했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물어보지는 않았다... 

나름의 사연이 있거나 그냥 듣고 싶어서 이야기했을 수도 있지 싶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 알았어!!! **야~~~"  


며칠을 이 시를 보고 몇십 년 만에 수능?(우리 때는 학력고사)에 출제되었던 이육사의 '초가'에 대한 시를 훑어보았다.... 


'초가'의 화자는 현재의 위치를 묘사했고... 화자가 위치한 장소는 돌담이 있는 구겨진 하늘이 보이는 곳을 설명했으며 화자가 현재 상태는 녹녹지 않은 상황임을 보여줍니다. 박쥐 날개 및에 황혼이 묻어오면 호롱불이 켜지고 화자 자신은 고향을 생각하며 묵화를 보는데 그 묵화는 오래되어 좀이 쳐져있으므로 그만큼 고향을 떠난 지가 오래돼 기억이 가물거려 단편적인 것만 보여줍니다.


2 연부터는 띄엄띄엄 보이는 그림 조각을 통해 화자의 기억도 정확하지 않지만 어렴풋하게 기억되는 것을 떠올려 보고. 봄을 설명합니다... 보리밭, 가시내와 종달새 등... 


3연에서는 반전하여  '그넷줄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는' 내용이 있지만 여름은 홍수가 일어나 풍년을 기대할 수 없는 암울한 상황을 묘사했으며 젊은이는 농촌이 아닌  항구로 돈을 벌러 가지만 뗏목을 타고 가는 삶이 힘듦을 보여주었고


4연에서는 피폐해진 농촌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피로 가꾼 이삭을 참새가 가져가는 가을을 묘사했고 곰처럼 어린아이가 농촌을 벗어나려 애쓰고 고향의 겨울이 얼어붙는 삭막 함으로 이 시가 마무리 됩니다...


이 시를 둘러본 바로는 

현재는 어디에도 갈 수 없는 묶여 버린 내 삶과도 같고... 딸과 같이 멀리서 자신과 치열하게 싸움을 하는 학생과도 같으며 타국이나 타향에 머무는 모든 이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낭송을 하는 것이 맞지 싶어... 그렇게 감정을 잡아 보기로 하였다. 

 


녹음 상태도 좋지 않고 오늘 현장에서 소리를 많이 질러 목 상태도 좋지 않지만 나름의 감정을 담아 낭송을 해 봅니다. 깊은 밤 눈감고 느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초가

                                     이육사

                                                                                 

구겨진 하늘은 묵은 얘기책을 편 듯

돌담 울이 고성같이 둘러싼 산기슭

박쥐 나래 밑에 황혼이 묻혀 오면

초가 집집마다 호롱불이 켜지고

고향을 그린 묵화(墨畫) 한 폭 좀이 쳐.      


띄엄 띄엄 보이는 그림 조각은

앞밭에 보리밭에 말매나물 캐러 간

가시내는 가시내와 종달새 소리에 반해

빈 바구니 차고 오긴 너무도 부끄러워

술레짠 두 뺨 위에 모매꽃이 피었고.


그넷줄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더니

앞내강에 씨레나무 밀려 나리면

젊은이는 젊은이와 뗏목을 타고

돈 벌러 항구로 흘러간 몇 달에

서릿발 잎 져도 못 오면 바람이 분다.


피로 가꾼 이삭이 참새로 날아가고

곰처럼 어린 놈이 북극을 꿈꾸는데

늙은이는 늙은이와 싸우는 입김도

벽에 서려 성에 끼는 한겨울 밤은

동리(洞里)의 밀고자인 강물조차 얼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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