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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ther time 자축인묘 Sep 17. 2024

개나리 꽃

제발... 제발...

개나리 꽃     


 길고도 긴 강원도의 겨울

면에서도 제일 오지인 능막골 성수의 일상에선 겨울은 빨리 지나기를 바라는 계절 중의 하나였다.  

   

성수는 학교수업은 재미가 없었지만 친구들과 즐기는 생활이 너무 그리웠다.

빨리 이 겨울이 지나기만을 기다리는 친구 중에 한 명이었다.


더군다나 개학과 함께  2학년으로 올라가면 그동안 무늬만 남녀 공학이던 학교가 합반을 한다는 소문이 있어 성수는 나름 그때를 기대하고 있었다.

초등 (국민) 학교 때부터 점찍어둔 선자~~

같은 반이 되기를 기도 하고 있었던지라 하루라도 빨리 날이 풀리기를 바랄 뿐이었다.

    


  시간은 흘러 기다리고 기다리던 개학날 당일

평소보다 1시간은 일찍 일어난 성수는 오늘을 위해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던 누나가 집에 두고 간 향수와 무스(쓰)를 찾기 시작했다.    


“어 누나가 이걸 어디에 뒀지?? 전에 내가 본 것 같은데??”

 혼잣말을 흥얼거리며 콧노래가 절로 나고 있었다.


“그렇지 여기 있었네~”

성수는 책상 맨 아래 서랍에서 누나가 두고 간 '황진이 사향 향수'라 적힌 향수와

'발라줘' 350MM 용량의 무스(쓰)를 찾아 곧바로 흔들기 시작했다.

pexels-furkaneroglu-16280928 (무스)

한참을 흔든 무스를 뿌리는 순간

“쏴”하는 송아지 오줌소리 마냥 흰 거품이 뿜어져 나왔다.  


사실 성수는 한 번도 무스를 사용해 본 적이 없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와! 거품이 이렇게 많이 나오나? 희한하네 희한해.... 근데 냄새는 좋은데?!"    

성수는 혼잣말을 하며 그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무스를 머리에 바르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은 며칠 동안 감지를 않고 떡 진 상태여서 그런지

며칠 만에 감은 머리카락엔 쉰내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은 상태였다.


그래도 성수는 '발라줘' 무스로 커버하기로 마음먹고 돼지털과 같은 머리카락에 뽀마자(포마자) 기름처럼 무스를 흠뻑 바르고 빗질을 하기 시작했다.

   

“와!! 희한하네... 빗질하는 대로 머리카락이 그대로 있네.... 이런 것도 다 있었네~~~”

 콧노래를 부르며 빗질을 할 때  옆에 있는 향수가 눈에 들어왔다.. 향수도 뿌려야 될 것 같다는 강한 끌림이 성수의 손을 가만 두지 않았다.   

  

“어디 보자... 그럼 이것도...” 하며 향수 뚜껑을 열어 보았다.

향수는 분무기처럼 뿌리게 되어있어 손바닥에 조금 뿌렸을 때 냄새는 기가 막히게 은은하게 느껴졌다.


“이건 그럼 학교 가서 중요한 순간에... 흐흐흐~~~”

혼자 상상만 해도 성수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날 줄은 모르고

               

성수는 일단 1학년 1반 교실로 향했다.

두 달 동안 못 봤던 친구들을 보게 돼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성수야!!! 어째 지냈어? 올 겨울에 능막골서 토끼는 좀 잡았어??”

기성리 승기가 반가운지 짝지인 성수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뭐 몇 마리 못 잡았어.. 한 다섯 마리... 작년보다 토끼가 없어...”

성수는 눈 뜨면 보이는 곳이 사방이 산이라 봄에는 두릅, 고사리... 여름엔 산딸기,오디... 가을엔 으름, 다래, 머루... 겨울엔 토끼,고란이... 수렵과 채집에 능한 그냥 만능 시골 맥가이버(1985년 방영된 외화 시리즈 주인공)였다.      

그런 성수에게도 좋아함의 감정은 숨길 수가 없었는지 한 번도 사용하지 않던 무스를 바르고 향수를 준비 한 걸 보면 성수도 여느 친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사춘기의 건장한 청(소)년 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pexels-didsss-1653085 (향수)

그때 담임선생님이신 성 재영 선생님께서 드르륵 소리와 함께 교실 앞문을 통해 들어오셨다..

선생님은 “반장!”하며 자세를 잡으시고 마지막 1학년 1반 조회시간을 맞으셨다.     


“차렷! 경례!” 마지막 1학년 조회시간의 인사는 우렁찼다.

“안녕하십니까!!!!!!”

마지막이라 그런지 1반 남학생들은 평소 보다 더 크게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어...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지? 다들... 이제 느들 같은 말썽꾸러기들 안 봐서 속은 편할 것 같네.. 그렇지?!” 하시며 성 재영 선생님의 말씀이 시작되셨다.

    

“방학들은 잘 보냈지?? 다들 잘 알겠지만 오늘은 너희들이 아주 아주 1학년 생활을 잘해줘서(?)   2학년으로 올라가는 게 아니고.... 시간이 지나가니까 2학년으로 올려 보내 주는 거다.....    다들 알지?”


웃음을 보이며 선생님께선 1반 학생들을 둘러보셨다. 

1반 학생들 모두는 성 재영 선생님의 웃는 모습 뒤에 숨겨진 쓸쓸함과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자 그럼 짐작은 했겠지만 오늘 너희들이 그냥 2학년으로 가는 게 아니라... 여기서 반반씩 1반 2반으로 간다. 남녀공학 취지를 살린다고 학부모 및 전체 교무회의에서 결정돼서 2반 여학생들이랑 합반이 되니까 그렇게들 알고....... 자 이제 1반, 2반 따로따로 부를 거니까.. 잘 듣고 잘 찾아가야 된다... 알았지? 또 1반인데 2 반가서 2학년 담임선생님한테 출석부에 내 이름 없다 하지 말구?? 알았지!!!?? 꼭 그런 놈 한 둘이 있더라구~~.... 자 이제 부를 테니 잘 들어~~”


“1반 정승기, 배광석, 정형남. 김상현........ 2반 김영도, 최성수, 진광수....... 다들 잘 들었지??” 속사포와 같은 성재영 선생님의 호명이 있었다


“자 그럼 가방 가지고.... 2학년 교실로 이동~~~"   

이동한다 해도 같은 화강암 건물 옆이라 2학년으로 이동 범위는 크지 않았다. 친구들은 모두 가방을 싸들고 복날 삼계탕 집에 줄 서있는 손님들처럼 좁은 교실문 밖에 줄줄이 대기를 했다.     

 

그때 성 재영 선생님께선 반장인 재성이를  따로 부르셨다...

“그동안 반장 한다고 고생 많았고... 애들 반 잘 못 찾을지 모르니까...

특히 창성이 끝까지 1,2반 헛갈리지 않게 끝까지 봐주고.... 선생님은 너희들 3학년 때 되면 다시 볼 것 같으니까 그동안 담임선생님 말씀 잘 듣고 알았지?” 하시며 1학년 1반 교실을 한번 둘러보시고 쓸쓸한 뒷모습을 보이며 뒷문을 향해 나가셨다.

.     


 성수는 떨리는 마음으로 2학년 2반 교실로 향했다.

음악실이 있는 다른 화강암 건물에서  이동할 아리따운(?) 여학생을 기다리며

제발 선자가 같은 반인 2반 교실로 들어와야 될 텐데 하는 기대감으로 가슴은 콩닥콩닥 뛰었다.

갑자기 아랫배는 시험 보기 전 화장실에 가고 싶은 것 마냥  찌릿찌릿 뭐를(?) 조금 지린 것처럼 아파왔다.

    

pexels-137666-710743 (합반)

드디어 서서히 '뚝딱뚝딱'  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데시벨을 올리며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여학생들이 하나, 둘 2학년 2반 교실 문을 통해 수줍은 얼굴(?)을 하며 한 명씩 한 명씩  뻘쭘한 얼굴을 해가며 다소곳이 빈 책상에 한 명씩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성수를 비롯한 남학생들은 앞으로 다가올 여학생들의 본연의 모습을 모른 채 그저 입을 헤 벌리고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싱글벙글 낄낄거리며 남학생들 서로에게 귓속말로 뭔가를 전하고 있었다.


“야... 내가 찍은 애가 맞는 거 같은데? 근데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여기저기서 쏙닥 속닥대는 소리가 교실을 덮고 있었다.

   

성수는 벌써 열댓 명의 여학생들이 들어와 빈 책상을 차지했지만

아직 그토록 기다리던 선자는 보이질 않았다 기대감은 점점 불안과 실망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성수를 그토록 밤잠 설치게 했던 그녀!!! 선자!!!


선자가 가방을 둘러메고 가슴엔 책을 꼭 껴안은 자세로 교실 앞문을 통해 들어오고 있었다.    

순간 성수의 가슴은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실망에 젖어있던 성수의 얼굴엔 금방 화색이 돌았고 그 순간 갑자기 선자와 같이 앉아야겠다는 마음이 성수를 급하게 만들었다.

     

성수는  잠시 화장실로 자리를 피해 가지고 온 '황진이 사향 향수'를 이때다 싶어

온몸에 왕창 바르고 다시 교실로 들어왔다.

     

“야.... 이거 뭔 냄새여~~~”

넉살 좋은 광수가 앞으로 나오며 2학년 2반 교실에서 공식적인 첫마디가 시작되었다.


"향수를 언x이 이래 많이 바른 거여~~~"

처음 들어온 여학생들을 향해 짜증 섞인 한마디를 건넸다.


그때 여학생들 전부는 손에 냄새를 맡으며 혹시 자기가 아닐까 킁킁대며 냄새를 맡고 서로에게 맡아 보라며 서로의 손을 코에 대고 킁킁대기 시작했다.  

 

“우린 아니여~~~ 광수 이게 겁 대가리를 상실했나??? 죽을래???!!!”

영인이가 광수를 향해 쏘아붙였다.

사실 광수, 영인이는 같은 동네 살고 있어서  초등(국민) 학교 때부터 다 잘 알고 있는 처지라 거리낌이 없었다.   

  

“광수 너 입 좀 닦아야겠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영인이는 광수를 바라보았다.


광수는 혹시나 싶어 손으로 입을 닦아 보았다. 그런데 아무것도 묻지 않은 듯했다.    

영인은 광수의 행동을 보며 마지막 한 방을 날렸다.

“입에다 쓰레기를 물고 다니네?"

   

“야!!! 영인이 너 이따 두고 봐?”

 광수는 씩씩거리며 들어가며 한마디를 더했다...

“요즘은 개나 소나 향수를 발러 재끼니~~~ 아무리 그래 봐라 우리가 꿈쩍 할 줄 아냐?~~~” 하며 흥분된 상태로 자리로 들어갔다.

   

순간 황진이 사향 향수를 무지막지하게 뿌리고 온 성수는 마음이 뜨끔했다.

향수 냄새가 이렇게 셀 줄은 꿈에도 상상을 못 했던 터라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 성수 옆에는 선자가 빈자리를 찾아 않아 있었고. 드디어 선자에게 말을 걸 기회가 찾아왔다.

     

“여기는 내 자리였는데?? 이 일을 어쩌나?”

성수는 맨 앞줄에 비어있는 책상을 들고 선자 옆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그것을 본 선자는 올려 두었던 가방을 들고

“ 성수야 그냥 그거 거기 둬.. 내가 그쪽으로 가면 되지 뭐~~.”

성수와 선자도 응암 초등(국민) 학교 출신이라 전부터 알고 있어서 성수가 가져오는 책상을 그 자리에 두라 이야기를 전했다.

    

“아니여. 아녀~~ 원래 자리는 뒷자리가 편한 거여~~그냥 있어~”

성수는 괜찮다 하며 속으로

'제발... 거기에 좀 있어라... 내가 오늘 너 때문에 무스도 바르고 향수도 찐하게 뿌리고 왔는데...니가 가면 난 울어버릴 거여~~~'     

선자는 어쩔 수 없이 성수의 애절 한 눈빛을 외면할 수가 없어 일단 자리에 다시 앉았다.


성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교실 앞문을 통해 2학년 2반 담임 선생님이신 음악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 진 은영 음악 선생님~~~' 순간 “와” 하는 소리와 함께 교실은 떠나갈 듯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남학생들은 여자 선생님이 담임을 맡을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고. 

여학생들은 음악실 옆이 1학년 2반 교실이었던 지라 진 은영 선생님을 자주 볼 수 있었으므로  반가운 마음에 저절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자!!!.... 주목!!!"

 음악을 하신 진 은영 선생님의 목소리는 카랑카랑 그 자체였다.


“일단 자리 배정을 해야 되니까... 어떻게 할까???”     

성수는 순간 당황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리를 바꾼다면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거는 뻔한 일이었다.    


성수는 앞에 있던 재성이에게

“야 그냥 이대로 앉는다고 해~~~ 얼른~~”

재성인.. 어쩔 수 없이 성수를 대신해서 선생님께 이야기를 전달했다.


“선생님.... 이 번달은 이대로 않아 보고 다음 달부터 결정을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런데 지금 너희들이 봐도... 앉아 있는 게  너무 남자, 여자 비율이 안 맞는 거 같은데 그렇지?”

그래서 오늘은 이렇게 앉고 내일부터 어떻게 할 건지 오늘 너희들이 반장, 부반장 뽑을 거니까 정해서 어떻게 할 건지 알려 주고~~~ 알았지?"  하시며 간단한 조회 겸 인사를 마치고  교실 문을 나가 셨다.

성수의 계획은 이게 아니었는데....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실망감은 커져만 갔다.

   


 드디어 2학년 첫날의 수업시간이 마쳐지고  특활 자습시간이 찾아왔다.

반장, 부반장을 뽑고 자리 정하는 일만 남게 되었다.

반장, 부반장 뽑는 것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기존 1학년때 반장을 한 재성이가 반장을 하고 여학생은 부반장을 한 영인이가 부반장이 되었다 문제는 자리 배치였다.


자리 배치에 있어.. 나름 “발라줘” 무스를 잔뜩 바른 성수가 제일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그럼 자리를 어떻게 앉았으면 좋겠는지 의견 있는 사람은 얘기해 주세요~~~”

 재성은 선생님을 대신해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했다.    

 

제일 처음 일어선 것은 성수였다. “그냥 오는 대로~ 앉고 싶은 대로 앉는 게 어떨까?”

재성은 칠판에 안건이 올라올 때마다 1번 2번 순번을 정해 칠판에 적고 있었다.     

다음은 여학생 중에 부반장인 영인이가 손을 들고 이야기를 전했다.

“이쪽에 눈도 안 좋은 친구들도 있고 하니까... 키 순서 대로 하는 게 어떨까?”     

그다음은 창성이가 손을 들었다. 순간 교실 안은 “와”하며 창성이에게 모두 집중을 했다

.

창성인 지금까지 발표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던 터라 친구들 모두는 창성의 발표는 놀람 그 자체였다.

나는 솔직히 너희들도 잘 알겠지만 좀 딸리 자너 그래서 앞뒤 성적순으로 좀 앉았으면 좋겠어 그래야 내가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고 그럴 거 같아서  


그때 광수가 손을 들며 이야기를 전했다

"그럼 내가 창성이랑 않아야 되는데? 그래도 괜찮을랑가 모르것네~~"

순간 교실은 광수의 진지하게 대답하는 모습을 보고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광수의 이야기가 끝나고 저 멀리서 조용히 있던 영성이의 말이 이어졌다.

“그래도 남자 여자 짝이 되면 좋지 않을까도 싶은데 한 달에 한번 매달 첫번째 수업이 시작 될 때 자리를 정하고 한 달간 앉는 게 어떤가 싶은데?”     

그때 성수는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 여기고 속으로 내일 두고 보자 생각을 했다.       

칠판에는

1번==> 오는 대로

2번==> 키 순서 대로

3번==> 앞뒤 성적순 대로

4번==> 남학생, 여학생이 짝 돼서 한 달 동안 유지하기.

         

재성은... “다른 안건은 없는 거죠???” 그럼 투표에 들어갑니다.

뭐 이걸 비밀투표 그런 거 할 것 없이 손들어서 정하겠습니다.

     

1번==> 오는 대로.... 7표

2번==> 키순서 4표

3번==> 앞, 뒤 성적순 1표

4번==> 남, 여학생 한 달 짝되기. 38표     

"자 다들 봤죠.... 그럼 4번==> 남, 여학생 한 달 짝되기로 결정 됐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것으로 2학년 첫 학급 회의를 마칩니다"라고 하며 재성은 교단에서 내려오며     

"이제 된 거지... 이대로 선생님한테 간다~~~ "하며 교실문을 나섰다.

   

순간 성수의 머릿속은 복잡한 계산이 깔리고 있었다.

내일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선자의 동선을 살피고 최대한 선자 근거리에서 한 순간도 눈을 떼지 않기로 마음먹고  하루를 더 기다리기로 했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아 왔다.  

성수는 버스에 올랐다. 선자의 움직임을 살피느라 성수는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성수는 갑자기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아침에 먹었던 미역국이 탈이 났는지 연신 배가 아파왔다.

버스는 아직도 10여분을 더 가야 차부에 도착될 것인데 배에서는 계속 '꼬르륵꼬르륵' 금방이라도 봇물이 터질 것만 같았다.

pexels-kpaukshtite-1591142 (개나리 꽃)

그렇게 참고 참아오던 성수는 차부 도착하기 몇 분 전 기어코 일을 터트렸다.

참는다고 참아오던 괄약근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성수의 하얀색 팬티를 개나리꽃을 그리기라도 하듯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순간 버스 안에 타고 있던 학생들 모두는 냄새의 근원지를 찾고 있었다. 모두 시선은 성수를 향하고 있었다.


성수는 안 그래도 무스와 향수로 칠갑으로 하고 있던 터라...

개나리꽃(?)을 더한 향기는 모든 사람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거기엔 선망의 대상이던 선자도 포함이 돼 있었다.

왜 하필 오늘 같이 중요한 날에~~~

     

 버스가 도착하고 친구들은 모두 학교로 올라가고 있을 때 

성수는 급한 대로 차부 옆 화장실에서 뒤처리를 하는 게 급선무였다. 일을 보고 개나리꽃 지린 삼각쪼가리를 그냥 벗어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고 시간이 늦을까 싶어 부리나케 학교로 올라갔다.

아직은 3월 초라 하지만 강원도의 날씨는 쌀쌀함은 가시지 않고 있었다.

헐렁한 바지 하나로 버티고 있던 성수는 그야말로 칼루이스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뛰어 교실에 도착했을 때

이미 선자는 운암 2리 원이 옆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니 이럴 수가!! " 내가 얼마나 기다렸던 오늘인데~~"

왜 하필 오늘 개나리꽃을 그렸는지 도저히 자기 자신이 미워 화를 삭 힐 수가 없었다.

    

사실 선자도 원이를 나름 좋아하고 있었기에......

그 자리에서 원이에게 자리를 양보하라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성수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본다'는 국어 시간 선생님 말씀이 오늘에서야 정확하게 가슴에 와닿는 것을 느꼈다.

   

이후 성수네 집 반찬에는 미역은 한 번도 올라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날이 성수 생일이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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