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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을 Jun 25. 2024

"경로를 이탈했습니다"

방황

두 개의 갈래길이 있다.

오른쪽을 택해야 하지만, 그만 왼쪽을 택해버렸다.


내비게이션은 내게 말했다.


"경로를 이탈했습니다."

"경로를 재 탐색 합니다."


길을 잃어야 다른 경로를 탐색해 볼 수 있다.

길을 잃어야 다른 경로로 발을 디딜 수 있다.


***


방황은 갈대 같은 것.

무엇하나 정해져 있지 않은 것.

그렇게 갈팡질팡 여러 군데 발길질하는 것.


방황은 나비 같은 것.

무엇하나 나를 막지 않 것.

그렇게 이곳저곳 꿀 맛을 느낄 수 있는 것.


***


나는 방황할 때 가장 많은 나의 가능성을 맛보았다.

방황을 하고서야 비로소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뭘 싫어하는지,

내가 뭐에 흥미를 느끼고,

내가 뭐를 지루해하는지 알 수 있었다.


길을 잃어야 길의 형태를 알 수 있다.

길을 잃어야 나의 길을 알 수 있다.


길을 잃어야만

어디가 오솔길이고,

어디가 돌아가는 길이고,

어디가 지름길인지 알 수 있다.


길을 어야만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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