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지킴이 라이엇 게임즈
근데 그러고보면
우리 나라 전통 문화가 진짜 다양하고 세계적인 수준으로 뛰어나지 않아요?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한국의 구미호 전설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 된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 아리(Ahri)**. 글로벌 PC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이하 LoL)>에 들어갈 그 캐릭터의 게임 속 비주얼을 만드는 주축은 미국에 있는 스킨 팀과 챔피언 디자인 팀 등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한국의 모습과, 한국의 느낌을 그대로 잘 담아내기 위해 한국 오피스에 있는 직원들도 부지런히 노력했다. 옛 문헌을 찾아보고, 참고할 수 있는 이미지와 사진 자료도 수도 없이 개발진에 공유하고 설명했다.
**캐릭터 아리(Ahri)는 라이엇 게임즈가 자사의 대표작 <리그 오브 레전드>의 한국 서비스 진출을 기념해서 수 개월에 거쳐 개발한 여성 챔피언이다. 2011년 12월 LoL한국 서비스 시작과 함께 해당 챔피언은 전 세계 LoL 내 공개됐고, 그녀의 의상인 스킨 중에는 ‘한복’도 존재한다.
그러다 한국 오피스의 직원들끼리 모여 앉아 스몰 토크를 즐기던 중이었는데... 한복의 다채로운 색감 등을 이야기하다 한 직원이뱉은 저 말에 머릿 속 느낌표가 떴다. 며칠 전 새벽에 문득 이런 생각이 났다며 잠에서 막 깨어난 내게 남편이 했던 이야기도 다시금 떠올랐다. 어, 이거 뭔가 스토리가 되는데!
앞서 이야기한 것 처럼 본인은 2012년 2월 라이엇 게임즈 한국 오피스에 조인을 했고, 홍보 조직을 구성하고, 플랜과 전략을 잡아가는 동시에 이 회사의 진정성을 드러낼 사회환원사업을 고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4개월 만인 6월 26일 라이엇 게임즈는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의 사회환원 사업, 다시 말해 문화재 지킴이 사회환원 사업을 발표한다.
사실 이는 본인이 기획하고 리드한 사회환원사업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본 프로젝트를 통해 본인은 문화재청장 표창을, 라이엇 게임즈는 사회공헌우수기업상, 대한민국 봉사대상 및 한복사랑감사장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상장, 그리고 문화유산 분야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또 이 사업은 해당 기업의 콘텐츠 사용자들에게는 자부심을, 게임업계와 일반 대중에는 우리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환기시키고 국외 문화재 환수에 기업이 일역할 수 있다는 관심과 인지까지 만들어 냈다.
문화재, 이런 거는 기업이 나서서 돕기가 쉽지 않겠지?
남편이 처음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만 해도, 음 게임 사용자뿐 아니라 모두가, 전 국민이 혜택 대상자가 된다는 포인트는 매우 좋지만… 문화재라니, 민간기업이 나설 일이 맞나? 우리 회사다운 일이라 보기도 애매하고 좀 너무 거대한 영역인데…라 생각했다.
그러다 한 직원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사고가 뒤짚어졌다. 아! 오히려 라이엇이라서 할 수 있고, 라이엇이라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도 볼 수 있네, 싶었다.
라이엇 게임즈는 오늘날의 가장 현대적인 놀이 문화를 만드는 기업아니던가. 그런 라이엇 게임즈가 문화의 뿌리인 문화 유산 보호에 앞장선다는 것은 의외라는 첫 인상 뒤에 은근한 당위성을 가질 수 있다 봤다. 당시 라이엇의 프로덕트 사용자는 10대부터 30대에 이르는 젊은 층이 주축이었다. 그들은 우리 역사를 과거 누군가의 삶의 이야기가 아닌, 암기과목, 따분한 이야기로 생각했다. 하지만 게임 클라이언트, 홈페이지 내 안내메시지는 친숙하게 클릭했다. 그러니, 라이엇 만한 화자가 없겠다 싶었다.
생각의 물꼬가 트자, 본격적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우리 회사이기에 할 수 있는 일
우선 내부를 설득코자 논리와 메시지 내러티브를 구체화했다.
게임은 오늘날의 즐거운 놀이문화인 바, 그 문화의 뿌리인 한국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지원한다는 것은 당위성과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
해당 사업의 의도를 설명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게임은 문화다>라는 메시지를 전파할 수 있다
전 국민을 혜택 대상자로 두는 이 사업을 통해 그 어떤 사회환원사업보다 명료하게 한국 친화적인 이미지를 전파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게임 사용자들에 대한 존중과 진심을 전하기도 좋다
본 사업을 통해 우리 게임의 주 사용자들에게 한국 문화유산의 가치를 알리고 관심을 환기시키는 선한 영향력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기존에 어느 게임사나 외국계 기업이 진행한 바 없는 사회환원사업으로 차별성이 있으며, 기업.브랜딩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다.
이러한 발상과 논리는 한국 오피스 임원들은 물론 미국 본사에서도 흔쾌히 지지를 얻었다.
특히 라이엇이 문화재를? 한국에서 외국계 게임회사를 문화유산 보호를? 이라 의문 부호가 뜨는 아이디어란 점이 오히려 잘 먹혔다. <우리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 라는 부분의 논리를 명쾌히 세웠기에, 의외성에 기인한 의아함과 궁금증이 짧은 시간 안에 공감과 동의로 바뀐 것. 어느 새 모두가 남들은 하지 않는, <우리 회사이기에 할 수 있는> 문화재 지킴이 사회환원사업 제안에 빠져 들었다.
같이해서 더 빛나는 일
내부 설득을 마친 뒤에는 곧바로 민관 협력을 통해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에 나설 수 있는 다양한 경로와 선례들을 서치했다. 그리고 이를 기반해 문화유산청(당시 기관명 : 문화재청)을 비롯해 서울시, 한국유네스코 위원회 등 각종 기관에 연락을 취했다. 자본과 의지 외 문화유산 분야에서는 문외한인 민간 기업에게 있어 전문적이고 신뢰 높은 파트너는 필수적이었다. 수 개월의 설득을 거쳐, 문화유산청과 협약을 맺었다. 이후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문화유산국민신탁, 국립고궁박물관, 문화희망 우인 등 해당 분야의 수많은 파트너들로부터 도움을 끌어냈다.
사실 문화유산청 담당자 입장에서 라이엇 게임즈는 회사이름도, 프로덕트 명도 낯설고 미국에 본사를 둔 외국계 게임사라는 점에서… 내 첫 연락부터 그저 당황스러웠다 한다. 하지만 얼굴을 마주하고 열변을 토해낸 끝에 진심은 결국 전해졌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렇게 믿음직스러운 파트너사들, 공기관과의 협업은 라이엇 게임즈 사용자들은 물론, 라이엇을 잘 모르는 일반 대중에게까지도 이 회사가 무슨 사회환원사업을 하는 것인지 쉽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무게를 더했다.
또 누구보다 해당 분야서 높은 내공과 전문성을 가진 이들과 함께 논하고 사업을 행함으로서 투명하고 가치 있는 사회환원사업 전개가 가능했고 사업 자체의 신뢰도 또한 높아졌다.
당신도 함께 주체가 되는 일
파트너사와 머리를 모아 매년 어느 정도 규모의 기부금을 전달할 것인지, 또 그 기부금을 연 단위의 어떤 세부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는 데 어떻게 사용할지 등 사업의 처음부터 끝까지 촘촘하게 만들어 갔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매해 이렇게 세부 프로젝트를 기획, 준비하고 나면 <라이엇 게임즈>와 <문화유산청> 간 후원약정식을 열어 언론 및 대중에 계획한 내용을 공표했다. 또 각 프로젝트별로 실질 사업 진행이 완료되는 시점마다, 그 내용을 팔로업하여 한번 더 외부 고지했다. 투명하게, 또 누가봐도 알아보기 쉽게 사업을 진행하고 외부에 보여드리려 했다. 이는 무엇보다 이 사업의 또 하나의 주체인 사용자들께 사업의 내용을 잘 알리고, 또 그런 동시에 외부에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이 하는 사회환원사업이 아니라 고객과 함께, 이뤄가고 있는 사업임을 꾸준히 드러내기 위함이었다.
기업뿐 아니라 그 기업의 사용자이자 고객인 게임 플레이어들도 사회환원사업의 주체라는 구조는 꽤 흥미롭지 않은가. 사실 이는 사업 기획 초기부터 다분히 의도된 부분이었다. <문화재 지킴이> 사회환원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매년 기부하는 기부금 자체를, 고객 즉 게임 플레이어들이 구매한 특정 캐릭터(챔피언)나 캐릭터의 특정 의상(스킨)에 근거해 조성하는 형태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구미호 전설을 담아낸 가장 한국적인 캐릭터 '아리'부터, 하회탈을 쓰고 초롱불을 든 '신바람 탈 샤코' 스킨 등 한국 시장과 한국 플레이어들을 위해 제작된 콘텐츠들의 일정 시기 판매금 전액이 초반 사회환원사업 기부금의 기반이 됐다. 때문에 사용자들은 그 기부금의 조성부터 문화재청에 대한 기부, 해당 예산을 갖고 이뤄지는 역사 교육이나 여러 문화유적지 지원 사업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나도 기여를 했다"는 느낌을 직관적으로 받았다. 수 년뒤에는 특정 콘텐츠의 판매금이 아닌, 기업의 예산 차원서 일정 예산을 <사회환원기금>으로 조성하는 형태로 변화했지만 여전히 플레이어들은 "라이엇 게임즈가 나와 함께" 매해 문화유산 보호와 지원을 이어간다 생각했다.
또 사회에 기여하는 사업의 내용 자체도 고객 스스로를 더 움직이게 했다. 게임 기업과 게임 플레이어들이 우리 문화유산 보호와 지원을 이어가 한국 사회 전체에 도움을 주는 것 아니던가. 의미있는 일의 주체라는 자부심에 게임 플레이어들이 스스로 이 사업을 대변했고, 전파했다.
사실 라이엇 게임즈의 문화재 지킴이 사회환원사업은 13년 째 계속되어 오고 있는, 현재도 진행 중인 내용이 있는 살아있는 사업이다. 또 매해 끝없이 뒤지고 찾아 새로운 도전을 얹어 왔기에 이뤄낸 내용 또한 매우 방대하다. 단적으로 라이엇 게임즈가 문화유산 보호 분야에 기부한 누적 기부금만 지난 해 12월을 기준해 이미 84억 원이 넘는다. 국내 민간기업 중 유일하게 국외의 우리 문화유산을 환수하는 데 지속적으로 후원을 이어가, 이미 6차례의 인연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 하나 하나를 열거하기 보다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사업을 개발했는지. 성공적으로 런칭하고 10여 년을 이어온 데에는 어떤 핵심 포인트가 있었는지를 잠시 돌아봤다. 그 중 굵직한 뒷 이야기들은 후일 또 한번 다뤄보기로. 오늘은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