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는 그저 사랑

니가 속상하면 안 되지

by 갈휘연

7월 한 달 동안 우리집 둘째인 딸상전은 썸머스쿨로 영어 11과 세계사 12를 들었다.

빡세지만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할 수만 있다면 11학년이 됐을 때 core academic 과목을 들을 때 굉장히 여유로울 수 있고

그 여유로움은 성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그래서 방학 전 딸아이에게 플랜을 추천했고

딸아이는 1년이 여유로워진다는 미끼를 덥석 물었다.


썸머스쿨은 살인적인 일정이다.

한 학기 분량을 4주에 몰아넣은 코스워크.

과제, 퀴즈, 발표, 시험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썸머스쿨 마지막 날 전야였던 어젯밤도 마찬가지였다.

둘째는 밤을 꼴딱 새우며 마지막 시험과 프레젠테이션 준비에 매달렸다.

안쓰러웠지만 어차피 대학가면 밥먹듯이 할 밤샘공부를 미리 체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해”라는 말과 함께 그냥 두고 보았다.


오늘 아침 6시.

워낙에 늦잠을 자는 난데 눈이 불편해서 깼다.

눈두덩이가 심하게 부어 있었다.

처음에는 모기에 물렸나 보다 했는데 아니었다.

이것저것 찾아보니 감염증세인 것 같았다.

키친에 있는 약통에 혹시 항생제가 남아 있을까 해서 가는 참에 어차피 깬 거 딸아이 방으로 갔다.

어제도 정말 꼴딱 샜는지 걱정이 되서였다.

방문을 여니 방바닥에 졸린 눈을 비비며 앉아있는 막둥이가 먼저 보였다.

밤새 했지만 포스터 마무리 색칠을 못 끝낸 딸아이가

당장 역사 마지막 시험공부 마무리를 해야 해

막둥이를 깨워 색칠을 시키려고 했던 모양.


막둥이가 졸린 눈을 비비면서 색칠을 하려고 하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서 팅팅 부은 눈을 하고 말했다.


“누나는 엄마가 도와줄게. 넌 다시 가서 자.”


그렇게 포스터를 완성시켜 둘째는 유니콘과 학교에 보내고, 나는 병원으로 향했다.


잠시 후, ER 대기실에서 순서를 기다리는데 유니콘에게서 톡이 왔다.


“둘째가 폰을 놓고 갔다네. 그걸 막내한테 또 연락해서 가져다 달라고 한 모양이야. 집으로 들어오는데 막둥이랑 스쳤어. “


“그럼 데려다 주지 그랬어?”


“그러게. 폰 안 가져간 건 둘째 잘못인데, 순간적으로 막내한테 그걸 뭘 가져다주냐고 짜증을 냈네. 심지어 나한테 라이드 해줄 수 있냐고까지 했는데…”


순간, 내 마음이 푹 꺼졌다.

아침에 누나 도와준다고 강제기상까지 당했던 막둥인데.

그런 막둥이가 혹시 기분이 상했을까봐, 나는 병원 대기실에서 막둥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아빠가 엄마가 눈 감염된 것 때문에 예민했어. 누나한테 너무 친절한 동생이라 엄마가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그리고 메세지에 하트를 오백만 개 붙였다.


“널 너무 사랑해. 혹시 네가 기분이 상했을까 봐 걱정돼.”


막둥이의 답은 간단했다.


“괜찮아. 엄마가 내가 누나한테 친절해서 행복하다면…”


“?”


“버블티 하나만 사주면 안 돼?”


그 경쾌하고 호탕한 부탁이

마음의 무거운 짐을 낚아채 멀리 던져 버렸다.


“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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