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다”라는 표현이 있다.
유럽 귀족층에서 유래한 이 말은 태어나자마자 풍류 즐기기에 너무나 바쁜 귀족 어머니 대신 유모가 젖을 은수저로 떠먹이는 유럽의 은식기 문화에서 비롯됐다.
근래 들어 한국에서 “은수저”를 빗대어 금수저, 다이아몬드수저까지 더해져 ‘수저 계급론’이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았다.
반대급부로 흙수저, 노수저 같은 표현이 나올 만큼 계급의 간극은 뚜렷해졌다.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어쩌면 가장 직관적이고 정확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은 빵으로만 사는 존재가 아닌데 각기 다른 종류의 수저가 정말 한 인간이 받을 유산의 전부일까.
우리 부부가 아이 셋을 키우면서 매우 자랑스러워 하는 것 중 하나가 우리 아이들에게 “서로 사랑하고 믿고 의지하며 조화롭게 상호 보안하는 부모”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굳이 수저로 이름 붙이자면 ‘사랑수저‘ 혹은 ‘안정감 수저‘
나는 남편과 아이들 앞에서 싸운 적이 없다.
물론 부부싸움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 앞에서 싸우지 않는 것은 나의 철칙이다.
그리고 그 철칙 뒤에는 나의 어린 시절 경험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나는 서로의 바닥을 치는 부부싸움을 보고 자랐다. 양보 없는 싸움, 고성과 비난, 서로의 영혼을 바닥까지 끌어내려 부숴버리는 전투.
어린 나와 동생에게 그 불안이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살면서 그게 얼마나 나를 갉아 먹는 지 경험했다.
물론 아이들 때문에 부부관계에 있어 불협화음을 안내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조심하는 부분이 분명 있다.
아이들에게 내가 물려받은 불안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부부간 갈등이 있어도 아이들 앞에서는 고성과 비난을 철저히 배제한다.
그 철칙과 더불어 천운으로 나와 너무나도 결이 맞는 짝꿍을 만나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는 행복한 부부생활이 오늘도 아이들 눈 앞에 놓여 있다.
난 아이들이 자라면서 경험하고 있는 이 안정감이야말로 내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수저라고 믿는다.
경제적 유산의 쓰임이 한 인간에게 줄 수 있는 행복과 안정감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사랑하는 부모의 존재로서 물려준 안정감과 신뢰는 평생 아이들의 정서의 기본이 되어
때로는 자신감과 자존감으로, 때로는 여유로운 사고방식과 태도로 끊임 없이 아이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단지 부작용이라면 부부간의 의견 충돌이 더 나은 해결점을 찾아 대화를 나누는 것 외에
얼마나 극한으로 인간의 바닥을 치는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지 경험한 바가 없어
우리 아이들은 “결혼은 그저 너무 좋은 것”이라는 매우 편향된 뷰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것은 뭐….
어쩔티비. 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