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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준란 Mar 27. 2023

부산의 '보수동 책방골목'

책사의 책문화공간 이야기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헌책방골목은 부산에 있는 '보수동 책방골목'이다.  1960년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보수동 책방골목은 한국전쟁 이후 산업시대에 형성된 지역으로 부산의 근대역사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보수동 책방골목 입구


1950년 6·25전쟁으로 피난 온 손정린씨 부부가 보수동 책방골목 입구(현재 글방쉼터)에서 박스를 깔고 미군부대에서 나온 헌책과 고물을 수집하여 노점을 시작하면서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보수동 책방골목 일대는 초량왜관과 일본인 거류지와 근접하였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이 지역은 일본인들에 의해 도시 개발이 진행 되면서 확장되고 지금 현재의 도시 모습의 바탕이 된 셈이다.

일본인이 남기고 간 책을 난전을 벌여 팔았는데, 그 장소가 개인소유가 되자, 보수동 앞길로 책장사들이 한 두 사람 자리를 옮겨 앉게 되면서부터 오늘의 골목이 형성되는 바탕이 되었다.

1950년 6.25 전쟁 이후 부산이 임시수도로 되었을 때, 피난온 많은 난민들은 주로 중구, 동구, 서구, 영도구(국제시장 일원) 등에서 정착하여 어려운 삶을 이어가고 있었으며 또한 부산 소재 학교는 물론이고 피난 온 학교까지 구덕산 자락 보수동 뒷산 등에서 노천교실 천막교실로 많은 학교가 수업을 하였던 관계로 보수동 골목길은 수많은 학생들의 통학로로 붐비게 되었다. 당시 사회는 너무 어려워 서적의 출판문화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여 수많은 학생과 지식인들은 공부하고 싶어도 책을 구입하기가 참으로 어려워 헌책이라도 구입할 수 있으면 감지덕지였다.

1960~70년대에는 70여 점포가 들어서 문화의 골목 부산의 명소로 자리 잡게 되었다. 당시 생활이 어려운 피난민과 가정형편이 어려운 수많은 학생과 지식인들은 자신이 가져온 귀중한 책을 내다 팔기도 하고 저당 잡히기도 하였으며 다시 자기가 필요한 헌책을 싼값에 사서 학업에 충실할 수 있었다.      





보수동 책골목 거리 조성 사업   

보수동 책방골목은 1955년 번영회가 결성되었고 1970년대에 책방이 번창하기 시작하면서 자리를 잡게 되었다. 1970년대 이후, 우리 사회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교육열에 휩싸였고 광범위한 교육 교재 시장이 형성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보수동 책방골목 주인들에게는 큰 기회로 다가왔다. 하지만 1990년대에 책방골목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책방의 거래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쇠퇴하기 시작하였다. 2004년부터 매년 ‘보수동 책방골목 축제’가 열리고 있으며, 책방골목 활성화를 위해 ‘보수동 책방골목 문화관’을 개관하는 등 상업거리가 아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거리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문화를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거리로 탈바꿈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나 효과적인 책방골목의 활성화에 영향을 주지는 못하였다.  이에 부산시 중구는 2015년 12월 31일자로 보수동 근린재생형 도시재생사업으로 선정되었고 주민의 이해증진과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2회에 걸쳐 보수동 근린재생형 도시재생대학을 운영 및 공청회 등을 개최하였다.

불황을 탈출하고 옛 명성을 되살리기 위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세월 속에서 점점 잊혀져간 보수동 책방골목은 책방 주인들이 상가 번영회를 만들고, 하나, 둘 사라져 가는 책방을 살리기 위해 지난 1996년부터 보수동 책방 골목축제와 헌책방사진전시회 등을 개최하고 있으며 각종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보수동 책방골목축제를 열어 도서무료교환, 고서 전시회, 불우이웃돕기 등 여러 행사와 문화 활동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추억이 생명력을 가지고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추진하였다. 최근에는 새 책의 수요도 대폭 늘게 되어 새 책방도 많이 들어서 각종 양서를 구비하여 싸게 공급하면서 명실공히 헌책과 새 책이 같이 어우러진 전국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문화의 골목 책방골목이 되고 있다.   

  


보수동 책방골목의 특성     

책방골목은 부산 민주항쟁의 선구적 역할을 한 부산중부교회, 부산양서협동조합(현재의 알파서점), 주변 상업지구와 문화지역의 중심에 있다. 하지만 대략 70개의 골목서점은 40여 개로 점차 줄어들었으며 대부분의 골목서점은 다른 시설로 변화하였고 현재의 골목서점 상인들은 헌책에 국한하지 않고 활성화를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보수동 책방골목 문화관, 보수동 책방골목 어린이도서관, 부산 중구 노인복지관 등 편의시설들이 생기면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바뀌어가고 있지만 보수동의 공간적 매력과 문화를 충분히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다.


어린이 도서가 많은 동화서점

보수동책방골목은 헌책방으로부터 시작을 했다. 현재는 헌책 이외에 신간도서, 잡지도 팔고 있지만 아직까지 헌책의 비중이 더 크다. 현재의 책방골목을 유심히 돌아보면 어린이 도서가 많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도서 정찰제 뿐만 아니라 어린이 배움의 장소로 보수동 책방골목을 찾는 부모님들이 늘어나면서 어린이 도서를 구비한 책방이 많이 있다.




사람들은 보수동 책방 거리에 책만 사러 가는 것은 아니다. 이곳의 문화를 즐기고 걷기 위하여 찾는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오래된 흔적의 거리를 걷고 헌책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면서 자기만의 책을 찾고 커피를 마시면서 계단에 앉아서 책을 본다. 이것이 이 책방거리가 가진 매력이다.



2020년 10월 현지 답사를 다녀왔다. 코로나 19 이후에 방문이 많이 줄어서 문을 닫은 곳도 많았지만 오랫동안 보수동 헌책방마을을 어느 지역보다 잘 복원해놓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주변 지역에 감천마을, 깡통시장, 국제시장, 영화인의 거리 등 부산의 역사와 어울려 한눈에 볼 수 있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헌책방에서 나도 모르게 눈에 띄는 책을 발견해서 사게 되었다. 그 헌책방은 북카페와 같이 운영하여 복합문화공간으로 느껴졌다. 이 많은 책들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책을 사면서 주인에게 헌책방 데이터베이스에 관해 물었는데 따로 없다고 하였다. 일본의 진보초 헌책방 거리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되었다. 헌책방 거리 안에 있는 '헌책 데이터베이스' 센터에서 헌책방의 재고를 바로 검색할 수 있다.

보수동 책방골목을 관리·보전하기 위해 보수동 책방골목 번영회, 보수동 책방골목 문화관, 보수동 책방골목 쇼핑몰 등 보수동을 중심으로 여러 조직이 공존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상호작용과 교류면에서는 아직도 아쉬운 면이 있는 상황이다.




-참고 자료-

신선화, 「서점을 주제로 한 특화거리조성 사례분석-부산시 ‘보수동 책방골목’을 중심으로」,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2012.

최창규·우신구, 「보수동 책방골목의 이용 특성 분석에 관한 연구」, 『한국도시설계학회』, 2013.

(57) 헌 책 냄새가 가득한 보수동 책방골목 / 40여개의 책방이 모여있는 골목 / 57년째 운영중인 책방 할아버지 /1906년 나온 매일 신문 / 없는게 없는 서점 [그곳,그사람]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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