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금리인상은 처음이라
오피스텔은 프리미엄이 1억까지 붙었었다. 원석은 조금만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2억을 받고 세금을 내고 실질적으로 원석이 가질 수 있는 돈이 1억 정도가 되었으면 했다. 그래서 3천 정도 더 오른 다음에 매도를 하고 부모님 노후자금으로 반, 자신들의 대출금을 갚는데 반을 쓸 생각이었다. 끝없이 올라가기만 하는 부동산을 보면서 상식적으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돈을 지불하고 집을 사는 사람이 있나? 이렇게 까지 오른 프리미엄을 주고 오피스텔을 사는 사람이 있나? 싶었지만 거래는 되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모를 싸함, 불안감도 있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릴지도 모른다. 지금 자산시장은 버블이 심각하고 꺼질 일만 남았다. 똘똘한 한 채를 남겨두고 정리를 해라. 투자 사이클 상 하락기 초입이다.라는 블로거들을 글을 스치듯이 읽으면서 생긴 불안이었다. 원석도 그 글에 공감하고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산시장이 분석대로만 흘러간다면 전문가들이 다 부자가 되었지 저렇게 어그로를 끓어야 자신들의 인기가 올라가니까 저러겠지 라며 애써 떠오르는 불안을 무시했다.
현수에게 전화를 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했다. 현수는 웃으면서 투자가 누가 불로소득이라고 하느냐고 네가 겪는 그런 심적 부담은 투자자에겐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늘 신경이 쓰이고, 불안하고, 걱정되고,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낙관적이어야만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원석을 다독여주었다. 원석은 현수의 말에 안도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곤 했다.
#금리인상
원석은 출근길에 습관적으로 '뉴욕마감'을 검색해 본다. 미국 주가 변동, 환율 등 전반적인 사항을 알게 해 주었다. 회사에서 대화를 위해서 기본적으로 알아두던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달랐다. 2022년 5월 빅스텝 감행. 자이언트 스텝 예상과 같은 뉴스가 검색됐다. 뭔가 예감이 좋지 않았다. 원석은 초조함을 느끼면서 등줄기를 타고 내려가는 불안을 느꼈다.
오전에 해야 할 일들을 마치고 점심시간에 약속이 있다고 나와 부동산에 전화를 했다. 분위기가 이상하니 매도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박 나길 부동산 소장님에게 안부를 묻고 일전에 말씀하셨던 1억에 매도를 하려고 하는데 한번 알아봐 줄 수 있냐고 했다.
소장님은 웃으면서 원석 씨 요즘은 좀 소강상태예요. 매수자는 연락이 없고 매도하시려는 분만 연락이 오네요. 1억에 매수하시겠다는 분은 그때 계약을 했어요. 물건이 좋으니 매수자 있으면 우선적으로 브리핑해볼게~ 가격 조정은 얼마까지 생각해요?
원석은 불안했다. 1~2천 정도는 조정하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배도 고프지 않았다. 신용대출을 낸 은행앱을 켰다. 3프로 대 후반. 그래 아직은 괜찮아. 너무 걱정할 것 없어. 진정하자.
#자이언트스텝
매일 부동산 앱에 들어가 오피스텔 시세를 조회했다. 가격은 그대로였다. 일부 매도자가 1천만 원씩 낮춰놓은 경우가 있었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매일 기사회 되는 금리 인상에 대한 이야기는 원석을 불안하게 했다. 원석은 현수에게 자주 전화했다. 현수 또한 미국 금리 인상에 이은 한국의 금리 인상 은 현수의 신용대출 이자도 늘고 있다고 했다. 아직은 괜찮지만 조금 더 오르면 자신도 부담이라고 했다. 이것도 투자자로 살아가면서 반드시 겪어야 할 일이니 잘 견뎌볼 거라고 말했다. 원석도 현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도 투자자로 살아가고 싶으니 이런 경험을 잘 새겨둬야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불안했다. 원석의 직감은 매도를 말하고 있었다.
퇴근길에 부동산에 다시 전화를 했다. 매수 문의가 없다는 대답과 함께 3 천정도면 물어볼 사람이 한 명 있다면서 어떻게 하겠느냐고 했다. 1억이었는데? 3천이면 세금을 내고 이자를 낸 것을 치면 남는 것이 크게 없는데? 원석은 그건 너무 낮지 않으냐고 했다. 부동산에서도 그렇죠? 고객님 물건은 좋은 물건이니 하고 매수문의가 있으면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그것이 마지막 기회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한국 금리인상
금리는 계속 올랐다. 사람들은 이번에 더 올리면 자영업자 다 죽는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한국은행은 아랑곳하지 않고 금리를 올렸다. 조금씩, 야금야금, 끝없이. 원석의 신용대출 이자는 급기야 6.84%가 되었다. 생활비에도 지장을 줄 만큼 이자가 늘어났다. 부동산은 고점을 지나 떨어지기 시작했고, 영끌족 경매기사가 간간이 들렸다. 원석의 오피스텔도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등장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계약금 포기 매물도 생겼다. 원석은 속이 타들어갔다.
현수에게 전화를 했다. 현수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상했다. 최근 바쁜 부서로 인사이동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일이 많이 바쁜가 했다. 하지만 부재중 전화를 보고 다시 연락을 하지 않는 경우는 없었는데 부쩍 그런 일이 잦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