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 질 뻔!!
우리 한방이는 숙제를 다 하고 자유시간이 되면 한껏 웅크리고 쇼츠를 본다. 소파도 있고 의자도 많은데 '한국인의 특'을 외치며 카펫에 털퍼덕 앉아 핸드폰 안으로 들어가듯 라운드숄더를 뽐내며 본다. 특히 동물들이 나오는 쇼츠를 즐겨 보는데 요즘은 고양이 영상에 꽂혀서 보는 영상마다 나에게 보여주느라 바쁘다.
멀리나 떨어뜨려서 보여주지 노안인 엄마눈에 핸드폰을 딱 붙이다시피 해서 보여주니 야옹야옹 소리만 들리고 영상이 초점 잡혀 보일 때쯤 쇼츠는 끝이 난다.
"엄마~ 고양이 귀엽죠"
"응~ 귀엽네"
(영혼이 없지만 최선을 다해 반응해 준다)
어느 날은 뜬금없게 이런 말을 한다.
"엄마~ 우리 고양이 키우면 안 되죠?"
"응 안돼!"
(빛의 속도로 답했다! 아주 순발력 있었어 칭찬해~)
"그럼~ 만약에 길을 가다가 풀숲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나한테 걸어와서 안기면 키울 거예요?"
그럴 리 만무하지 않은가! 고양이가 터벅터벅 걸어서 사람에게 올 확률이 얼마나 될까 싶어 이번에도 빠르게 대답해 줬다.
"만약 그렇다면 생각해 봐야겠지? 얼른 숙제해~"
뭘 믿고 그리 당당했던가... 아이가 가볍게 던진 말이 현실로 일어났다...
저녁을 먹고 설이(우리 집 반려견)를 데리고 공원 산책에 나섰다. 잠시 후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고 우리 한방이가 그 순간을 절대 놓칠 리 없다.
"엄마~ 새끼고양이가 울어요~"
너무도 가까운 곳에서 선명하게 새끼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서 못 들었다고 할 수도 없었다. 우리 동 앞에 관리사무소가 있고 그 주변에 풀숲이 우거져있는데 그곳에서 소리가 났다. 우리 한방이는 평소 초파리도만 봐도 기겁을 하고 도망치는 아이인데 어떤 벌레가 날아올지 모르는 그 풀숲을 손으로 헤쳐가며 '야옹야옹' 이리 오라고 신호를 보낸다. 한방이 부름에 반응이라도 하듯 정말 새끼고양이가 우리 쪽으로 걸어오는 게 아닌가..
나 역시 지나칠 수 없는 너무나 작고 귀여운 새끼고양이었다. 옆을 지나가시던 경비아저씨께서 이 고양이의 사연을 이야기해 주신다.
기계실에 어미고양이가 새끼를 3마리 낳았는데 밤새 울어서 민원이 너무 심하니 기계실 아저씨가 관리사무소 앞쪽에 옮겨놓으셨다 한다. 그런데 어쩌다 얘 혼자 여기 남아있는 걸까... 몸이 약해지면 어미고양이가 버리고 간다던데... 혹시 버려진 건가? 그러기엔 울음소리도 걸음걸이도 씩씩하다. 사람을 봐도 도망 안 가고 다가온 거 보면 사람손 타서 어미가 버린 건가?.. 이 큰 세상에 혼자 남아있는 이 아이가 너무 딱하다..
고양이 울음소리에 우리 위층 아주머니도 산책 가시다 발걸음을 멈추셨다. '너무 애기다... 가만있어봐'라고 하시곤 다시 집 쪽으로 향하신다. 잠시 후 그 아주머니도 강아지를 키우시는데 어쩌다 고양이 우유가 있으셨는지는 몰라도 다가가시더니 우유를 손가락에 찍어서 새끼고양이 입에 대주신다. 입만 댈 뿐 먹을 줄 모르는 거 보니 정말 태어난 지 얼마 안 됐나 보다... 그렇게 이 사람 저 사람 다 같이 안쓰러운 마음에 바라만 보고 있을 때 한쪽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 거린다. 어미고양이가 찾으러 왔을 수도 있다. 얼른 우리 한방이 손을 잡고 멀찍이 떨어져서 지켜보다가 새끼한테 다가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다시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방이는 너무 아쉬웠는지 미련 남긴 말들을 옆에서 계~속 떠들어 댔지만 난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지금 내 옆에 걷고 있는 설이도 사랑을 주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안쓰럽다는 동정심으로 새끼고양이를 데려다 키울 수는 없었다. 잠시의 순간이었지만 설이를 데리고 올 때처럼 마음 약해져서 우리 집에 데리고 갈 뻔했는데 어미고양이가 나타나 줘서 너무 다행이었다.
새끼고양이야~ 잠시 떨어진 가족들과 다시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