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쓰거나 글을 쓰거나 할 때 항상 가는 단골 다방이 있다. 집에서는 차로 5분 거리, 지하철 7호선 삼산체육관역 5번 출구를 나오면 바로 보이는 '오라델떼'라는 카페이다. 카페 오른쪽에는 부천만화박물관도 있다. 나는 이곳을 단골 다방이라고 부른다. 10여 전에는 TOM N TOMS라는 카페였는데 옆 건물까지 터서 만든 200평이나 되는 대형카페이다. 카페 바로 앞 부천시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카페를 이용하면 4시간에 주차비가 천 원으로 할인이 되고 4시간 이상 부터24시간 주차까지는 4천 원으로 주차비도 엄청나게 저렴한 장점이 있다. 게다가 애완동물 동반 가능한 곳이라 주말이면 이 넓은 카페가 꽉 찰 정도이다.
단골 다방이 된 이유
아들이 고 3일 때 코로나가 발생했고 대학을 입학한 다음 해에도 코로나 확산의 불안함을 가지고 생활했다. 대학생이 됐는데도 대부분은 줌수업이고 일주일에 한 번 학교에 갔지만 수업 중에 마스크를 벗을 수가 없어 동기들과 친해질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아들은 지금도 속상해한다. 아들은 이과 출신인데 물리 대신 화학을 선택과목으로 공부했다. 그런데 공대에 입학하고 보니 화학보다는 물리가 기본이 돼야 공부가 가능했다. 물리를 전혀 모르는 아들은 자기는 이제 망했다며 속상해했다. 어차피 학교는 일주일에 한 번만 가면 되니까 카페에 가서 공부를 해보자고 제안을 했다.
단골 다방의 좋은 점
단골 다방은 장소가 넓다 보니 테이블 크기도 크고 테이블 간 간격도 멀어서 일에 집중하기가 좋다. 제일 좋은 점은 카페가 200평이나 되다 보니 오래 앉아 있어도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다. 아들은 고등학교 물리 교재를 사서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차근차근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아들은 백색소음에 둔감해서 스터디 카페나 독서실보다는 오히려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집중이 잘 된다고 했다. 아들이 학교에 가는 금요일만 빼고 거의 매일 카페에서 공부를 했다. 하루는 카페 여사장님(부부가 함께 운영하신다)께서 아들하고 공부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서비스로 조각 케이크를 주셨다. 아들이 동안이고 체격이 작아서 고등학생인 줄 알았다며 대학생 아들하고 같이 공부하는 엄마가 너무 보기 좋다고 하셨다. 여사장님은 기계공학과 출신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아들이 공부하는 것도 물어보고 개인적인 얘기도 조금씩 하면서 친해졌다. 카페에는 손님들이 읽을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책들이 많다. 나는 좋아하는 책이 있으면 한 권 더 사서 카페에 선물하기도 했다. 그러면 또 사장님은 서비스를 주시고 서로 고마운 마음을 주고받으며 단골이 되었다.
지정석을 사수하라
카페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리가 있다. 구석진 곳 벽에 테이블이 붙어 있고 큰 통창이 바로 앞에 있어서 일을 하다가 막히거나 지루하면 창 박을 보며 머리를 식히기에도 좋다. 등받이 의자는 낡았지만 너무 편해서 오래 앉아서 일하기엔 딱이다. 그래서 자리를 맡기 위해 최대한 일찍 카페에 오려고 하지만 좋은 자리는 누구나 탐내는 법. 조금만 오픈 시간에 늦어도 어김없이 지정석을 뺏기는 슬픈 상황이 발생된다. 대학교 다닐 때 시험기간에 도서관에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새벽부터 도서관으로 향하던 그 기분이랄까? 오늘도 부지런히 서둘러 오픈 시간 20분 전에 도착해 지정석을 사수했다. 이 편안함 때문인가? 창작열이 마구 불타오르는 목요일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