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그래, 진정한 인생은 후반전부터
1995년 가을로 들어설 무렵, 나와 아버지는 고향집에서 모처럼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은 잠깐이었고, 언성을 높이며 의견 다툼을 벌였다. 주제는 ‘나의 진로’ 문제였다.
나는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 후, 중학생 과외 아르바이트로 하숙비를 벌고, 장학금으로 학비를 보태며 나름 힘들게 살고 있었기 때문에 맘 속 한 구석에 알지 못할 ‘불만의 씨앗’이 늘 자리 잡고 있었고, 이 날 아버지와 언쟁을 통해 제대로 한 번 폭발을 했던 것이다. 나는 대학원을 진학하여 공부를 좀 더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였지만, 알고는 있었으나 그즈음 아버지의 일이 상황이 더 안 좋아지고 있던 터라 아버지는 취업을 빨리 해서 내가 가계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셨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돌아가신 아버지는 늘 나의 학창생활에 어머니보다도 더 소위 ‘바지바람’을 일으키고 다니실 정도로 나에 대한 애정이 크셨는데, 아들의 공부가 더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들어주지 못하는 그 마음은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이제는 이해가 되고도 남는 감정이지만, 그때는 너무 야속하고 원망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취업 후 내가 28년을 다닌 회사는 유난히도 소위 ‘학벌’이 좋은 사람들, ‘가방 끈’이 긴 사람들이 많았다. 아주 대범하지는 못한 나의 성격으로 늘 그들을 보면서 마음 한 구석에 그때 조금 더 공부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지워 버리지 못하고 맘 속에 고이 보관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퇴직 후, 정신을 차리고 이것저것 알아보는 과정에 제일 먼저 찾아보기 시작한 것이 바로 '대학원'이었다. 우선, 학부를 졸업하고 바로 진학하는 ‘일반대학원’은 나의 현재 상황과 맞지 않기 때문에 고려대상이 아니었고, 결국 직장인 또는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대학원’ (고등교육법 제29조의 2. 대학원의 종류)이 타깃이었다.
종류가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교육대학원, 경영대학원, 신학대학원, 행정대학원…
그리고, 실제 등교하지 않고 온라인상으로 수강을 하는 ‘사이버대학원’도 ‘틈새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몇 가지 고려사항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었다.
왜 지금 내가 대학원을 가려하는가? 수업을 하는 방식이나, 수업일수는 나의 상황과 적절하게 조화가 될 수 있는가? 학비는 너무 부담스럽지 않고 감당할 범위 내 들어오는가? 학교가 너무 멀지 않은가?...
글로 다 쓸 수는 없지만, 우여곡절 끝에 나에게 딱 맞는 곳을 발견하였다.
‘국민대 경영대학원 석사과정, 리더십과 코칭 전공’
이미 나는 앞으로의 ‘업(業)’으로 ‘코칭(coaching)’을 선택하였고, 인사업무 중심의 나의 지난 경력을 좀 더 '이론적으로 체계화'시켜줄 수 있으며, ‘석사학위’와 ‘전문코치 자격증’까지 획득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낸 것이다. 몇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것인 지 모르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모처럼 나를 흥분시키는 점은 ‘같은 관심분야를 가진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비록 머리가 옛날처럼 핑핑 돌아가지는 않지만, 다시 한번 학구열을 불태울 열정이 마음속에서 다시 솟아오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