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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코치 Sep 22. 2024

21. 그래, 진정한 인생은 후반전부터

<제3부> 그래, 진정한 인생은 후반전부터

28년의 시간을 외길로 달려 온 기관차가 멈춰섰다.


기관차에는 연료도 남아 있었고, 특별히 고장난 곳도 없었다.

그런데, 어디든 닿을 수 있을 것 같던 철길이 끊어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는 한동안 아팠던 것 같다. 마음이 아프다가 나중에는 몸까지 따라 아팠다.


아픔이 조금 가실 무렵, 달려가야 할 새로운 도로가 희미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길은 기관차로는 갈 수 없는 도로였다. 자동차가 필요했다.


새로운 차를 준비하고, 희미하게 보이는 도로를 굽어보면서 아픔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희망과 새로운 마음의 들뜸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퇴직 후 8개월 여가 지난 지금 제법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가끔은 현직에 있을 때 느낌으로 하루를 보내는 일도 있는 것 같다. 내가 느끼기에도 상당히 신기하기도 하다.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시간이 남아돌아 어쩔 줄 몰랐는데… 언감생심 ‘시간이 가져다주는 망각(妄却)’과 ‘노력을 통한 변화의 힘’이란 실로 대단한 것이다.


퇴직임원 사무실을 별일 없으면 매일 출근한다. 


나와 비슷하게 부지런한 동료분들이 몇 명 있다. “선배님 너무 융통성 없는 것 아닌가요?” 가끔 서로 놀리면서 웃곤 한다. 반복되는 여행으로 집에 거의 안 계신 분들도 다수 있기 때문이다.


오매불망, 드디어 원하던 대학원에도 다니고 있다.


나와 비슷한 나이, 배경, 관심사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무려 29명이나 모였다. 

웃고 떠드는 사이 사이 그 옛날 기억 저편의 대학생활이 떠오르곤 한다. 

과목마다 숙제와 과제가 쏟아진다.

이제 맘대로 제어가 되지 않는 흐린 눈과 무거운 머리를 끙끙거리며 숙제와 과제를 제출하고 있다.

뒤늦게 이게 무슨 짓인가?...이 생각마저도 즐겁다. 


마지막 실기시험까지 통과하고 드디어 ‘전문코치’로서의 출발인 ‘KAC자격’을 획득하였다. 


지난 6개월 가장 공들인 부분이다. 실습과정에 ‘코칭’이 잘 안 되는 날은 “이 길은 나하고 안 맞는 것 같아…”를 수 없이 반복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주 가끔 잘 되는 날의 기쁨으로 묻어 버리고 왔기에 그래도 묵묵히 전진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코치’는 이제 시작인 단계라 갈 길이 아직 멀다. 그래서 ‘목표의식’도 가질 수 있고, 부지런히 나를 채찍질할 것이기에 역설적이지만 너무 좋은 것 같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이제 글들이 제법 쌓여 간다. 


처음보다는 내 글에 ‘라이킷’을 보내 주시는 분도 많이 늘었다. 구독자님들도 많이 늘었다. 감사할 따름이다. ‘브런치스토리’는 내가 오십 년 넘게 살아오면서 전혀 몰랐던 새로운 세상, ‘신천지(新天地)’ 같다. 온갖 종류의 생각들이 다양한 필체로 그 생명력을 뿜어 내는 온라인상의 세상…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아니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눈이 침침해지고, 손가락에 힘이 없어질 때까지는 이 새로운 세상이 곧 ‘나의 세상’인 냥 열심히 활동해 보리라.


한 달을 보내다 보면 어김없이 ‘틈’이 생긴다. 바로 ‘재충전’하러 갈 시간이다. 


크게 준비 없이, 크게 망설임 없이 짐을 꾸려 떠난다. 때로는 아내와, 때로는 퇴직 동료들과, 때로는 혼자만의 여정으로 떠난다. 이 시간이 얼마나 좋은 지 모르겠다. 가끔 이 시간에도 힘들게 고민하고 일하고 있을 후배들을 생각해 보면 참으로 안쓰럽고, 마음이 아프다. “너희도 곧 좋은 시간 올 거야…”


아주 많이 단출해진 ‘사람들과의 관계’도 나의 정신건강을 증진시켜 주고 있다. 


내가 주도적으로 선택해서 만날 수 있는 인간관계’… 퇴직이 가져다준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다. 술도 내가 먹고 싶을 때나 먹으면 되고…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서 행복하다. 


아내의 부탁도 이젠 언제든지 내가 들어주고 해결해 줄 수 있다. 어떤 심부름도…단, 한 가지…MZ세대 우리 애들은 ‘불가근(不可近) 불가원(不可遠)’!!


무기력했던 중년의 한 인간이 8개월 만에 다시, 그러나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에너지와 열정을 갖게 된 데는 ‘가족’의 힘이 무엇보다도 컸다. 


‘나’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하여 가열찬 ‘인생 후반전’ 이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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