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고 싶다
이제 나도 어른이다. 법적으로는 그렇다. 사회로 나가지도 않았고 독립을 한 것도 아닌, 그저 20살이 된 한 명의 청년이다. 그런데 왜 세상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일까? 삶에 변한 것은 별로 없는데 왜 다르게 느껴질까.
일상에 자유가 늘었다. 시간적으로 행위적으로 모든 면에서 자유가 늘었다. 동시에 의무와 책임이 늘었다. 선택이 많아지니 당연한 현상이고 어른이 되었으니 선택의 순간들이 다가와서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한다. 다른 글에서 말했 듯 무엇을 해야 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혼란스러운 시기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다. 근데 어른이 되어서 그런지 그럴 수가 없다.
내가 기본적으로 의지하고자 한다면 먼저 드는 생각은 부모님이다. 내가 내 의지로 시작하는 일들이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일이 틀어져 도움이 필요한 순간들이 늘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부모님은 그것도 다 경험이라고 도와주지 않는다. 어쩌면 맞는 말이다. 훗날 내가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홀로 해결해야 할 일이기에 그럴 수도 있다. 근데 난 이제 막 20살이 된 청년인데, 아직 정신은 청소년에 머물고 있는데, 친구들은 술이 취해 살아가고 어른처럼 보이는 이들은 별로 없는데, 근데 내가 어른이 되었다는 이유 만으로 도움을 안 주고 배우라고만 한다. 그런 순간이 왔을 때 나는 너무 슬프다. 도움을 바라고 말을 한다. 적어도 말뿐이라도, 공감이라도 받기 위해 말을 했다. 허나 돌아오는 건 "배워야지". 의지할 수가 없다.
근데 어쩌면 이건 이기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주변 친구 중 한 명은 용돈을 아예 받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적어도 용돈은 받는다. 적지 않게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이다. 금전적인 지원을 정량 받는다. 그리고 그 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도움을 주지 않는다. 나의 문제는 내가 홀로 해결해야 한다. 나의 진로, 나의 취미. 내가 직면한 학과 진입의 문제. 추가적인 금전의 문제. 여행하다 겪는 문제.
이렇게 적다 보니 어쩌면 부모님은 당연한 일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마음이 아픈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난 아직 어리고, 의지할 곳이 필요한데 따뜻하게 걱정해 주거나 조언을 해주면 좋을 텐데. 그저 내가 준비가 안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모르겠다.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원래 이런 걸까? 늘 같은 고민을 한다.
만약 어른이 되어서도 의지하는 것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나는 의지할 다른 사람을 찾는다. 그러나 그럴 사람이 없음을 깨닫고 만다. 부모님이 의지가 안되면 다음으로 찾을 사람은 스승님(선생님)이다. 근데 대학 교수는 점수 주는 사람이지 믿을 사람이 못 된다. 애초에 그럴 사람도 아니고. 중고등학교와 다른 체계, 스승이지만 선생은 아니다. 가르침은 받지만 의지할 사람은 아니다.
친구에게 의지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니다. 예전에는 조금 그런 부분이 있었다. 나의 고민을 계속 말하고 특정 친구들을 통해 덜어내려고 했다. 근데 지금은 각자가 너무나도 바쁘다. 누구는 노느라, 누구는 재수하느라, 누구는 고민하느라, 누구는 돈을 버느라. 각자가 모두 어른이 되어버렸고 각자의 이유로 바쁘다. 근데 누구에게 의지하겠는가?
어른은 원래 기댈 곳이 없다고 한다. 어른이니까 그런 것이라고 한다. 근데 난 어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당연한 것인가. 나는 고작 20살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