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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길 May 05. 2024

중간고사 다음 날

어느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이야기

시험이 끝난 직후 제가 한탄하면서 썼던 글입니다.





 고등학교의 첫 시험이 끝났다. 국어, 영어, 수학, 통합과학 그리고 한국사 이렇게 5가지 과목의 시험을 보았다.

 중학생 때는 난 학교에서 전교권에 서식하던 학생 중 하나였다. 지필고사를 치르게 될 때 90점 미만의 점수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들어온 지금, 나는 난생처음으로 89점이라는 점수를 받았다. 이런 내게 사람들은 와서 말한다.

 "그 정도면 완전 잘본거잖아, 나 놀리는거야?"

 나의 당시의 심리를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싶으나, 적절한 비유가 떠오르지도 않는다. 나의 마음을 반 친구들에게 전하면 비난이 섞여오고, 나의 마음을 잘 알고있는 상위권 아이들에게서는 내 스스로 박탈감이 느껴져 온다. 나의 부모님께서는 시험에 너무 개의치말라고 하신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꿈이 왕성할 나이인 17살의 한 고등학생에 불과하지만, 내가 지금 이어가는 학업인 학교시험이나, 수행평가나, 아니면 모의고사라던지 다 부질없게 느껴진다. 그렇게 느끼고 싶었다. 중학교 때에는 노력을 1만큼 한다면 결과가 10만큼 나왔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5를 노력해야 10만큼이 나왔다. 이것이 어찌 단점이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허나 내가 현재 재학중인 고등학교에는 1만큼 노력해서 20만큼의 결과가 나오는 아이들이 10명 정도 된다. 내 능력이 절대 부족한 것은 아니다. 그저 그 아이들이 소위 말하는 '괴물들'인 것이다. 하지만 중학교 때에는 내가 '괴물'로서의 위상을 떨쳤어서 그런것인지, 나보다 시험을 월등히, 혹은 꽤나 잘 본 그 진짜 괴물들의 모습은 나를 가을의 나뭇잎 처럼 만든다. 존재가 눈에 띄지도 않고, 사라져도 신경이 안쓰이는 그런 나뭇잎. 그런 나뭇잎 같은 나는 이름 모를 고민에 휩쌓여 있다. 하지만 고민의 이유도 모르겠으며, 왜 이리 마음이 답답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마음을 글로 쓰면 좀 알게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여전히 나의 생각을 모르겠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나를 가장 잘 알아야할 내가 나를 가장 모른다.

 학원들 중에는 내가 부르는 표현으로 '참된 학원'이 있다. 이러한 학원의 특징은 작은 동네 학원이면서, 학업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그 학원을 다니면 그냥 삶이 즐겁고 행복해진다. 나의 꿈은 이러한 학원에서 일을 하며 조용히 책이나 쓰며 자기만족을 하는 삶이다. 이런 삶을 추구하는 내게 있어서는 사실 공부를 재촉당할, 혹은 조급해항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나의 마음은 중학교 시절의 나 처럼 정상을 노려야한다는 마음에 의해서인지 정상에 오르지 못한 나는 항시 불안 상태인 것 같다. 내 자신에 대해 내가 추측하다니, 확신이 드는 그 순간까지 생각을 끊임없이 해야겠지.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는 기숙사에 들어와 있다. 기숙사에서 나의 침대에 앉아 핸드폰으로 이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 내가 있는 기숙사는 거리순이 아닌 성적순으로 기숙사 학생을 선출하기에 꽤나 상당한 인재들이 여기에 많이들 들어와 있다. 그러한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중학생 때에는 스스로 낙관적으로 살며, 항상 웃고 전교 등수 한자리였던 나조차도 등수가 두자릿수로 밀려나며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진다. 이 박탈감을 나는 외면하고 싶었다. 익숙해지기 싫었다. 그러나 기숙사에 입사한지 한 달이 넘어가는 지금, 나는 이 박탈감에 익숙해져 있었다. 이런 나를 발견하게된 나는 이 글을 써내려가며 내가 어디서 부터 잘못되어있었는지를 찾고 싶었다. 허나 찾은 것 같지는 않다. 그나마 하나 깨달은 점은, 글을 쓰고 하루 뒤에 보면 '내가 왜 이딴 글을 썼지' 하는 마음과 같이 나 혼자만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혼자만 심각하면 다행이라고도 볼 수 있고, 어떤 시각에서는 불행이라고도 볼 수 있을 듯 하다. 벌써 자습시간이 찾아오니 나의 첫 글은 여기서 급히 마무리 해야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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