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계획대로 되지 않은 곳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저렴한 도시]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추운 파타고니아를 떠나, 살타로 넘어왔다. 사실 한국인들이 거의 가지 않는 도시지만, 이곳에서 갈 수 있는 'Cafayate'라고 하는 협곡을 갈 겸 들른 곳이다. 그리고 더욱 끝내주는 점은 안 그래도 저렴한 아르헨티나에서, 더 저렴하게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점!
엘칼라파테에서 넘어와서 그런지 살타의 햇살은 더욱 따갑고 더욱 건조하게 느껴졌다. 흐린 하늘이 대부분이었던 엘칼라파테와 달리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하늘을 볼 수 있는 것도 만족스러웠다.
살타에서도 역시 소고기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저렴한 가격에 감탄했지만 이곳의 스테이크는 더욱 저렴했다. 사진에 보이는 스테이크가 당시 가격으로 만원도 안 하는 가격이었으니,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도시라는 말이 새삼 와닿았다. 물론 맛은 말해 무엇하리
그리고 식사를 하며 동시에 모바일로 Cafayate투어를 예약하고 여유롭게 식사를 즐겼지만....
밤 10시 갑자기 문자가 왔다. 스페인어로 되어 있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번역기를 사용해 보니 '투어가 취소되었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아뿔싸 살타에서는 투어 빼곤 생각한 일정이 없는데...
[볼리비아 비자발급받기]
투어가 취소된 김에 볼리비아 비자를 이곳에서 받기로 했다. 원래는 현지에서 비자를 받으려고 했지만, 외국에서 발급받는 게 1/5 정도의 가격밖에 들지 않아 이곳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볼리비아 대사관에는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 사람만 있고,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 없었다. 어느덧 30분 정도 지났을까? 직원이 내려오며 내게 "어떤 일로 방문했어요?"라고 물었다. "아 비자 발급받으려고요." "일단 이 문서 작성하면서 기다리고 계세요." 비자발급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을 끝마치자 비자발급을 처리해 주는 듯한 다른 직원이 내려왔다. 스페인어로 무슨 말을 쏟아냈지만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NO Paper!"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다른 시민이 짧게 번역해 주었다. 단 두 단어였지만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요즘 볼리비아 비자를 발급받으러 대사관에 방문하면 비자 인지가 없어 비자를 발급받지 못했다는 썰들이 종종 들렸는데 그게 내가 될 줄이야...
요즘 들어 '인지 부족은 핑계고 저렴한 사전 비자발급 대신, 비자로 장사를 하기 위해 120달러의 값 비싼 현지비자를 발급받게 하려는 것 아닌가요?' 하는 의심의 말들이 많이 나왔는데 나 역시 그런 불만을 쏟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
[새까매진 도시]
투어도 취소되고 비자발급도 실패했지만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도시구경이라도 나가기 위해 핸드폰의 배터리를 가득 채우고 나가기 위해 충전기에 핸드폰을 꽂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지 오늘 아침까지도 잘 충전되던 충전기가 작동하지 않았다. 충전기뿐만이 아니었다. 형광등, 에어컨 어느 하나도 작동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 정전이었던 것이다.
아직도 긴가 만가 한 상황. 시내에 있는 공원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공원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식당, 은행, 신호등 어느 하나도 작동하지 않는 것을 보며, 정전인가 하는 추측에 확신을 하게 해 주었다.
그렇게 도착한 공원의 모습은, 평범한 어느 일상과 다르지 않았다. 아이들은 뛰놀고, 어른들은 벤치에 앉아 핸드폰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오늘 뭔가 돌아다닌 일은 많았지만 제대로 이뤄진 일은 없었다. 분명 살타는 값도 저렴하고 좋은 도시였지만 날을 잘못 잡은 느낌이었다. 결국 계획보다 하루 일찍 숙소에서 체크아웃하며 이곳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러곤 곧바로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볼리비아 우유니로 넘어가는 관문인 아르헨티나의 국경 '라끼아까'로 향하는 버스티켓을 발급받기 위해.
여행 중 유일하게 일정대로 된 것이 없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