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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스 아이레스] EP02. 탱고, 애환의 춤

본토에서 즐기는 탱고

by 임지훈

[탱고의 탄생지 라 보카]

https://www.youtube.com/watch?v=Gcxv7i02lXc

여인의 향기 OST로 유명한 탱고곡 'Por Una Cabeza'
20240306_144104.jpg 진한채도의 색이 인상 깊은 항만 지역 라 보카

"No mistakes in the tango, darling, not like life. It’s simple. That’s what makes the tango so great. If you make a mistake, get all tangled up, just tango on."

"탱고에 실수란 없어요. 인생과 달리 단순하죠. 그렇기에 탱고는 멋진 거예요. 실수를 해서 엉킨다? 그게 바로 탱고예요." - 영화 여인의 향기 中


알 파치노가 탱고를 추는 씬이 매우 잘 알려진 영화 여인의 향기의 대사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탱고를 각인시켜준 가장 유명한 영화일 것이다. 오늘 나는 이 탱고의 탄생지에 왔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맑은 하늘은 오늘도 날 반갑게 맞이했다. 라 보카의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는 거리를 걷다 보면, 마치 무지개가 땅으로 내려와 건물로 변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질 것 같았다.


이 화려한 색채의 비밀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럽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이 조선소에서 일하다 남은 페인트로 건물을 칠했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시작된 행동이 이토록 아름다운 예술이 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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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보카는 탱고의 발상지라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 길거리에는 탱고복장을 입고 퍼포먼스를 취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라 보카는 그리 큰 골목은 아니었지만 속이 알차게 차있는 느낌이었다. 화려한 색감, 탱고를 추는 사람들 그리고 함께 퍼포먼스를 완성하는 사람들까지. 왜 관광객들이 사랑하는 곳인지 알 것 같았다.


[탱고공연]

20240307_225358.jpg 탱고 공연의 한 장면

거리의 탱고가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진정한 탱고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주저 없이 탱고 공연을 예약했다. 비용이 만만치 않았지만, 이곳에 왔을 때가 아니면 또 언제 볼 수 있을까? 남미여행 단톡방에 오늘 탱고를 함께 볼 사람이 있는지 물었더니 2명 정도 동행이 구해졌다. 우리가 보기로 한 탱고쇼는 '미켈란젤로'. 탱고를 보고 온 많은 사람들이 추천해 준 공연이었다.


공연이 열리는 극장 앞 직원에게 표를 보여주자, 대충 이름을 확인하더니 안으로 들여보내주었다. 간단하게 서로에 대한 소개를 나눈 우리는 가만히 앉아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탱고쇼의 볼거리는 무척이나 화려했다. 탱고를 추는 남녀의 춤도 엄청났지만, 공연 중간중간 있는 채찍쇼와 화려한 보컬쇼는 관람객들의 흥미를 유지하기에 충분했다.


공연이 끝난 후, 티켓 값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이런 수준 높은 공연을 볼 수 있어서 감동일 정도였다. 탱고의 본고장이라 그런지 아곳에서 보는 탱고는 역시 달랐다. 이들에게 탱고는 단순한 관광 상품이 아닌, 삶의 일부구나 하는 그런 감동.


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의 일정을 더 늘리지 않았나 아쉬움이 들 정도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일정은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다음에 또 방문한다면 탱고쇼를 직접 배워보고 싶을 정도로 멋들어진 도시였다.

먼 훗날 다시 오더라도 이 도시의 아름다움과 정열에 다시 한번 사랑에 빠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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