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 제2의 도시
[우연한 동행]
이과수에서의 첫 아침. 원래는 오늘로 계획되어 있던 이과수 여행을 어제 끝내버렸기 때문에 하루가 붕 떠버렸다. 이 동네가 폭포를 보는 것 빼고는 그다지 뭘 할 거리가 없는 동네였기 때문에 이과수에서 가까운 파라과이의 '시우다드 델 에스테'에 방문하기로 계획했다.
숙소 밖을 나서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데 어떤 무리에게서 "Korean?"이라는 말이 들렸다. 그쪽을 보니 동양인, 서양인으로 구성된 4명의 일행이 내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다고 대답하자 한국인인 듯한 사람이 "혹시 어디 가는 길이세요?"라고 물었다. "저는 오늘 파라과이 당일치기로 다녀오려고요." "오 저희도 파라과이 가는데 혹시 같이 가실래요?" 혼자보다 여럿이 함께하는 여행이 흥미로울 것 같았고, 그렇게 우리는 뜻밖의 팀이 되었다. 이 4명의 일행은 각각 한국인 남자, 서양계 홍콩인 여자, 동양계 홍콩인 여자, 영국인 남자로 구성되어 있었고, 한국인 친구는 유튜브를 운영하는 듯 고프로에 대고 수시로 말을 하곤 했다.
시우다드 델 에스테를 가는 길은 조금 특이했다. 버스로 국경 근처까지 간 후, 도보로 다리를 건너 방문하면 됐다. 당일치기로 여행하면 출입국 도장을 받을 필요도 없었지만 여권에 도장을 새길 겸 굳이(!) 들렸다.
시우다드 델 에스테는 파라과이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라고는 했지만, 사실 기대한 것만큼 대단한 것은 없었다. 이 도시의 첫인상은 브라질과 달리 어딘지 모르게 혼란스러웠고, 조금 낡은 느낌마저 들었다. 좁은 거리에는 상점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고, 그중 대부분은 수많은 전자기기 상점들이었다. 제2의 도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도시가 가진 특유의 소박함이 나를 잠시 혼란스럽게 했다.
우리는 한식당에 들러 가볍게 점심을 먹기로 했다. 한국인 친구의 이런 제안에 나머지 친구들은 모두 웃으며 긍정적으로 답했다. 아주 빼어난 맛이다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먼 곳에서, 그것도 외국인 친구들과 한식을 먹는다는 행동 자체가 색다른 경험이었다. 소맥까지 즐기며 살짝 알딸딸해진 우리는 그 후, 전자기기 상점들을 둘러봤지만, 특별히 관심을 끌만한 것은 없었다. 아마도 이 날의 의미는 쇼핑보다는 국경을 넘었다는 그 사실에 있지 않았을까?
이 날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바로 우정의 다리를 건널 때였다. 파라과이와 브라질을 잇는 이 다리는 두 나라의 경계에 서 있는 상징적인 곳이다. 평소에도 도보로 국경을 넘는 일은 이들에게는 일상과도 같은 일이겠지만 우리 같은 여행객들에게는 그리 흔한 경험이 아니었다.
다리를 건너온 우리는 저녁에 이 친구들의 숙소에서 가볍게 술 한잔을 하기로 했다. 피자에 칵테일을 한잔을 곁들이며 서로의 여행계획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담소를 나눴다. 혼자 파라과이에 방문했다면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하루였을 것 같았지만, 우연한 만남 덕에 충분히 특별한 경험으로 남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