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쉬리공원에서의 한낮의 산책
철원에 제일 늦은 봄이 찾아오고, 곳곳에 꽃들이 피어나는 계절이 찾아온 어느 주말엔 남편과 와수리에서 데이트를 했다.
와수리는 남편과 내가 연애를 하던 시절에 남편이 근무하던 곳이라 자주 데이트를 하던 곳이다.
와수리를 떠나 부부가 되어 화천으로 이사를 간 이후에도 우리는 종종 와수리에서의 기억을 추억하며 와수리를 찾곤 했다.
길가의 꽃구경을 하며 남편이 살던 집 앞도 지나고 우리가 좋아하던 카페에서도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둘이 아닌 뱃속의 아기와 함께하는 지금이 정말 평화롭고 행복했다.
동네를 한 바퀴 걷고 익숙한 쉬리공원에 도착해 강가의 돌다리를 건넜다.
늘 나보다 한 발자국 앞서가는 남편은 어김없이 내 손을 꼭 잡고 두 눈은 부산스럽게 강가를 살피며 걸었다.
돌 하나를 건널 때마다 물고기들을 보라며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급하게 물속을 쫓는 남편의 시선이 정말 사랑스러웠다.
그런 남편의 옆모습도 찍어놓고 남편 시선 끝의 물고기도 사진으로 남겼다. 내게는 이 풍경 하나하나가 모두 예쁜 수채화 빛의 그림 같았다.
손을 맞잡고 쉬리공원의 산책길을 걸으며 오늘 걸은 길들에 대해, 우리가 지금까지 걸어온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이 시간에 머물기 위해서 만나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고.
지나온 시간이 물론 아플 때도 있었지만
결국 모두 이겨내고 지나온 이 순간이 정말 행복하다고.
다음 계절엔 셋이 되어 이곳을 다시 찾자, 그때는 또 어떤 기분일까? 아기와 함께 이 길을 걸으면 정말 너무 좋을 것 같다며 우리는 아직 경험하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며 행복해했다.
그 와중에도 시선 끝에 닿는 오리들의 모습이며 푸른 자연의 모습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와수리에서의 시간은 이번에도 내게 충분히 행복한 시간을 선물해 줬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눈 닿는 곳마다 빛나던 모습으로 나를 숨 쉬게 해주는 와수리의 쉬리공원.
비록 멀어졌을지라도 이곳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폭풍우 치던 내 마음이 조용해지고, 늘 평화로워진다.
곧 또 와수리를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