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잎 클로버를 찾은 산책길
요즘 동네의 산책길 곳곳에 토끼풀이라 불리는 클로버들이 가득하다.
클로버를 보면 늘 아련하게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고향인 제천에 살 때는 이맘때쯤 의림지 솔밭공원을 누비며 친척들과 세잎 클로버 사이의 네잎클로버를 찾아다니곤 했다.
클로버를 찾다 보면 항상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어둑해질 때까지 풀밭에서 시간을 보냈었다.
고향을 떠난 지도 벌써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때의 온도와 햇빛, 손끝에 닿던 풀의 감촉까지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하루 종일 풀숲을 뒤적거려 그때 즈음의 내 손에는 항상 은은한 풀냄새가 배어있었다.
남편과 한낮에 집 근처 산책을 하다가 클로버가 눈에 띄기에 별안간 ' 네잎클로버를 찾아보자! 나중에 아기가 태어나면 선물로 주고 싶어. '라고 말하곤 냅다 쪼그려앉아 클로버 사이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런 나를 보던 남편은 '그렇게 앉아있으면 배가 눌리잖아 아기한테 안 좋아. 내가 찾을게 '라며 정신없이 풀숲을 살피는 나를 일으켜 세우곤 나대신 주저앉아 네잎클로버를 찾았다.
남편의 옆에서 고개만 조금 숙이고 네잎클로버를 찾고 있는데 열심히 풀숲을 헤집던 남편은 지금껏 한 번도 네잎클로버를 찾아본 적도, 찾을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내가 고향에서 매년 이맘때쯤이면 네잎클로버를 찾아다녔다고 얘기하자 남편은 어김없이 도시에서 자란 본인은 네잎클로버를 찾을 일이 없었다고 얘기한다.
도시에서 자란 남편과 시골에서 자란 나는 어린 시절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종종 서로의 삶에 거리감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그 점이 지금은 장점이 되어 산책길에 남편에게 식물 이름을 알려준다거나 밭의 농작물의 종류를 알려주는 식으로 서로의 삶을 공유한다.
식물이나 작물들에는 관심도 없던 남편이 이제는 주변을 먼저 살피며 내게 식물이나 꽃의 이름을 묻는다.
네잎클로버를 처음같이 찾던 이날도 남편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우리에게는 함께 기억할 새로운 추억이 생겼다.
시간이 한참 흘러도 고개만 삐죽 앞으로 내민 나도,
열심히 쭈그려앉아 풀숲을 뒤적거리던 남편도 네잎클로버는커녕 그 비슷한 것도 찾지 못했다.
실망하는 내게 남편은 '세잎 클로버도 행복이래~' 말하며 세잎 클로버라도 가져가자고 말했다.
사실 세잎 클로버든 네잎클로버든, 클로버를 찾으며 얘기하던 순간은 아주 오래 행복으로 기억될 것 같았다.
한동안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네잎클로버를 찾던 시간. 바로 앞의 개천에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우리가 우리로 행복했던 평온한 시간으로 간직하게 되리란걸 알았다.
결국 네잎클로버 찾기를 포기하고 마저 산책을 하자며 일어선 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길가의 클로버들이 모여있는 곳에선 어김없이 멈춰 서서 세잎 클로버 속의 네 잎을 찾았다.
그러다 문득, 그냥 지나치려던 내 눈앞에 다섯잎 클로버가 보였다.
중간에 아주 작은 잎 하나가 더 자란 다섯잎 클로버.
신이 나서 남편에게 다섯잎 클로버를 내밀며 자랑을 하니
" 우리는 더 큰 행운을 찾았네! " 말하며 웃는다.
그 길로 소중하게 집까지 다섯잎 클로버를 들고 와 무거운 책 사이에 삼 일간 곱게 펴두고, 코팅을 했다.
코팅을 한 뒤엔 제일 밑에 클로버를 발견한 날짜와 아기의 태명을 적어뒀다.
다섯잎 클로버가 선물해 준 이날의 행복했던 시간.
앞으로도 잊지 못할,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