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심장소리를 듣던 날
임신을 확인한 이후, 매일 임신테스트기의 진하기를 체크하며 병원에 갈 날을 기다렸다.
이전의 화학적 유산들의 여파로 너무 일찍 가면 피검사만 하고 돌아오게 될까 봐, 아기집도 보이지 않을까 봐 여러 두려움이 앞서서 아예 늦게 병원을 찾고 싶었던 것도 있었지만 연속된 유산들로 산부인과는 내게 공포의 장소가 되어 최대한 가고 싶지 않은 곳이기도 했다.
병원을 가기 전까지 맘카페나 인터넷에 다양한 임신초기 증상들을 찾아보며 전전긍긍하다가, 임신 6주를 앞두고 조금씩 피가 비치기 시작해서 놀란 마음에 더 미루지 않고 급하게 병원을 찾았다.
일 년 만에 산부인과 검진대에 오르며 너무 긴장한 나머지 한겨울인데도 땀이 비 오듯 흘렀다.
'잘못됐다고 하면 어쩌지?'
'이번에도 임신이 아니라고 하면 어떡하지?'
이전의 화학적 유산들에서는 이렇게 조금씩 피가 나다가 생리로 끝나곤 했기 때문에 어쩌면 두려운 게 당연했다.
초음파를 보자마자 아기집과 함께 작은 난황이 보였다.
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듣지 않고도 단번에 임신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수없이 많이 찾아보며 봤던 초기 임신의 초음파였다.
초음파를 유심히 보던 선생님은 아기집 옆에 아기집만큼 큰 피고임이 있다며, 착상하는 과정에서 미세혈관을 건드려 피가 고일 수 있고 며칠간은 피가 나올 수 있다며 유산을 방지해 주는 질정을 처방해 주셨다.
그리고 뒤이어, 아기의 심장소리를 처음 들었다.
난황 옆으로 보이는 아주 작은 아기를 확대하니 깜빡깜빡 규칙적인 작은 움직임이 보였다.
작지만 힘차게 뛰고 있던 그 심장소리를 듣기 위해 숨을 참고 화면을 바라봤다.
작지만 분명히 심장이 뛰고 있었다.
심장 소리를 들으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같이 화면을 보고 있던 남편과 눈을 마주쳤다.
나와 같이 긴장한 채로 초음파 화면을 바라보며 어느새 눈이 벌게진 남편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살며시 웃었다.
우리가 그토록 기다려온 순간.
우리에게 두려움과 행복이 한 번에 찾아온 순간이었다.
초음파 화면을 보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번엔 꼭 너를 지켜낼게. 우리에게 와줘서 고마워.'
계속된 임신 실패로 당장에 살고 싶지 않은 날들의 연속이었는데,
작지만 힘찬 그 심장소리가 나를 다시 살아가게 하는 숨결이 되었다. 내 안에 뛰는 또 하나의 작은 심장이 내게 조금 더 살아보라고, 나와 함께 다시 살아가자고 용기를 건네고 있었다.
그렇게 나의 세상을 처음 만난 날, 그 이후부터 내 삶은 조금씩 흑백에서 예쁜 수채화빛 세상으로 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