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쓰는 마음

글 속에서 다시 피어난 희망

by 린꽃

내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던 건 2년 전, 첫 아이를 유산했을 때였다.

뱃속에서 아기의 심장이 멈춘 걸 알게 된 그날의 충격적인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도대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 건지 좌절하며 매일밤을 눈물로 지새웠고, 차라리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 들었다.



유산 이후 바로 임신 준비를 했지만, 임신은 쉽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꾸준히 임신 소식이 들려왔지만 마음껏 축하할 수는 없었고, 지인의 임신 소식을 들을 때마다 한동안 눈물바람으로 방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왜 나는 안 되는 건지, 간절히 바라는 마음만큼 매달 좌절감도 컸다. 당시엔 나 자신이 정말 싫었다.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척척 임신도 하고 아기도 무사히 낳는 것 같은데, 임신이 안 되는 게 모두 내 탓인 것만 같아 자책하고

다른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며 점점 망가져가는 내 모습이 나조차도 안타까웠다. 다시 임신하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화학적 유산을 겪었고 실패가 반복될수록 자존감은 더 낮아지고, 남편과 싸우는 횟수도 늘어났다.

나도, 남편도 기약 없는 기다림으로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그때 내 감정을 풀어놓을 곳이 없어 쓰기 시작한 게 글이었다.

내가 울며 쓰던 글들은 어느덧 나를 위로해 주었고, 글을 쓰며 감정을 풀어내다 보니 조금씩 슬픔도 치유받는 듯했다. 아픔으로부터 비롯된 글쓰기는 나를 버티게 해 준 힘이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나를 위로하기 위해 쓴 글들이었다. 마음속 깊이 눌러 담아두었던 슬픔과 분노, 억울함과 질투, 그리고 여전히 꺼내기 힘든 희망과 사랑까지 글 위에 올려놓다 보면 나를 억누르던 고통스러운 감정들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그렇게 글로 인해 서서히 치유받고 조금씩 괜찮아지던 어느 날엔 오랜 시간 기다려온 아기가 찾아왔고, 열 달을 기다려 무사히 출산을 했다.

출산을 하기까지 조급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던 날에는 간절했던 내 과거의 글들을 보며 위로받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글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내 마음의 거울이라는 것을. 글을 쓰며 나는 여전히 아픈 시간 속에 갇혀있던 나 자신을 인정했고, 동시에 그런 나도 괜찮다고, 많이 아팠으니 이제는 행복해도 된다고 다독여줄 수 있었다. 아기를 낳은 지금도 여전히 완전히 치유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당시의 나는 무너진 채로 멈추지 않고 살아내고 있었고 그 덕에 아기를 만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상실 때문이었지만, 계속해서 쓰게 만든 건 ‘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살아야 하니까. 살아서 나의 아이를 만나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언젠가는 내 삶에도 예쁜 아기가 찾아와 다시 웃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붙잡고 싶었으니까.



지금도 나는 글을 쓴다. 쓰면서 슬픔을 기억하고, 쓰면서 나를 위로하고, 쓰면서 내일을 기다린다. 언젠가는 이 모든 글이 내가 지나온 길을 증명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아픔 속에서도 위로를 줄 언어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언어들이 한 줄기 빛으로 나를 살려냈다는 것을.

그래서 앞으로도 나의 이야기도 계속 쓰고 싶다. 여전히 부족하고, 여전히 흔들리지만 그럼에도 살아가고 있는 나를 확인하기 위해.

내일을 살아갈 나와, 그 곁에 함께할 나의 아기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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