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불안, 낯선 희망

2차 기형아검사와 젠더리빌

by 린꽃


임신 16주에는 2차 기형아검사를 했다.
1차에서 괜찮아도 2차에서 기형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또 걱정 많은 나는 며칠을 걱정하며 이것저것 찾아보고 잠을 못 이뤘다.

매일 아침 하이베베로 심장소리를 듣지 않으면 불안해서 병원 가는 아침까지 하이베베로 심장소리를 확인하면서도 두려움이 앞섰다.

다행히 아기는 주수에 맞게 잘 자라 있었고,
초음파에 아기 갈비뼈나 척추뼈가 보이는 게 너무 신기했다. 이제는 아기 머리크기, 배크기, 허벅지뼈 길이를 합쳐 무게도 재주신다. 아직 200g인데 제법 사람 같았다.



지난번에도 얼굴을 가리고 있어 실패한 입체초음파는 아기가 자궁벽에 얼굴을 딱 붙이고 있어서 이번에도 실패했다.

주치의 선생님이 몇 번을 시도하며 예쁘게 보여주고 싶은데 이게 최선이라며 안타까워하셨는데 아무렴 괜찮았다. 심장만 잘 뛰고 잘 있기만 하면 입체초음파쯤이야 늘 실패해도 상관없었다.
드디어 성별도 알았다! 아기가 다리를 오므리고 있어서 애매하다고 이번엔 17분이나 초음파를 봐주셨다.
아기의 성별은 딸!
대추밭백한의원의 한약을 먹고 가진 아기 성별이 아들이었다는 설이 많아서 성별을 알기도 전에 한 번씩 아기 성별이 아들이냐는 질문도 받았는데, 나는 아마 나만 한약을 먹어서인 것 같기도 하다.
임신 초반부터 과일만 찾는 입덧이며 진주를 안은 태몽이나 그간의 모든 게 딸일 것 같긴 했다.
남편에게 초음파사진을 보내니 성별이 뭐냐고 묻는데 집에 돌아오면 알려주겠다 하고 잠시 비밀로 해뒀다.



이번 진료에서는 입덧약은 일단 줄여볼 생각으로 2주 분만받아왔다.

이제는 여전한 입덧도 아기가 잘 있다고 보내는 신호인 것 같아 그런대로 견딜만하다.



나오던 길, 아기의 성별을 알게 된 기념으로 들떠서는 근처의 인생 네 컷에서 초음파 사진과 함께 사진도 찍었다.



집에 돌아오면서 남편에게 소소하게 젠더리빌을 해주고 싶어서 빵집에 들렀다.
우리 집은 시골이라 레터링케이크를 미리 준비할 수 없어서,
생각해 둔 계획은 아들이면 블루베리 롤케이크에 크림을 바르고 딸이면 산딸기 롤케이크에 크림을 바르고서 젠더리빌을 해주려 했는데 두 군데 빵집을 돌아다녀도 블루베리 롤케이크밖에 없었다. 급하게 둘러보다 딸기가 들어간 빵을 골라 들고 나와서 분홍색 아기양말이랑 꽃다발을 샀다.



남편이 도착 십 분 전에 전화하는 바람에 서둘러 대충 치덕치덕 빵에 생크림을 바르고,
서둘러 테이블 위에 준비한 것들을 올려뒀다.
그래도 미리 준비한 꽃과 아기 양말, 젠더리빌용 초를 꽂아두고 나니 그럴듯했다.

곧이어 귀가한 남편이 빵을 잘라보고서는 '딸기가 있네? 딸이야?' 물어서 맞다고 하니 사실은 남편도 딸을 원했다며 좋아했다.
직전까지 남편이나 나나 누군가 우리에게 '아들이었으면 좋겠어, 딸이었으면 좋겠어?' 물으면 성별 상관없이 건강하게만 태어났으면 좋겠다던 우리였는데.
이런 설렘과 기쁨을 느껴보는 게 처음이라 울컥해서 좋아하는 남편의 얼굴을 보며 살짝 눈물이 났다.


걱정했던 2차 기형아검사도 정상으로 나오고 나니 큰 산을 넘은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에 처음으로 안도했다.

너무 두렵기만 했던 1,2차 기형아검사를 무사히 통과해서 정말 다행인 것 같다.

불안만 가득하던 일상 속,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정도로 처음 겪어보는 낯선 행복들만 가득하던 나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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