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 자라나는 시간
조리원에 들어온 지도 벌써 일주일째,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만큼 정신없이 시간이 간다.
이른시간부터 유축과 모유수유로 시작해 낮동안에는 매일 달라지는 프로그램들이며 교육, 요가나 마사지를 받으러 다니고, 하루 일정을 마치고 방에 돌아오면 잠들기 직전까지 곧장 아기와 함께하는 모자동실시간이 찾아온다.
조리원에 오기 전엔 조리원에서 같이 있는 엄마들과 친해지고도 싶었는데, 각자의 아기를 돌보느라 프로그램 전후로 짧게 이야기하는게 다이다.
아기는 너무 예쁘지만 아직 제왕절개 수술의 여파로 아기를 안고 일어날때마다 수술부위의 묵직한 통증에 한번씩 멈칫하게 된다. 출산 이후의 생활은 아무리 조리원이라도 몸도, 마음도 여러모로 힘들고 바빴다.
세시간마다의 유축과 더불어 아기가 자고 깨는 시간에 맞춰 수유 시간은 끝없이 이어지고, 아기에게 직수하는 시간이 짧은 것 같아 수유를 마치고 트림 시킨 후에 유축을 반복하다 보면 여러모로 지칠 때가 많다.
자기전에는 아기를 신생아실에 데려다주고 밤중에는 수유콜을 받지않고 유축만 하고 있지만 새벽에 세시간에 힌번씩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나 유축을 하는게 여간 쉬운일이 아니다. 어쩌다 잠결에 알람을 끄고 잠들면 조금 뒤에 수유브라며 옷이 축축하게 다 젖어있어서 낭패이다.
급하게 씻고 유축한 다음 유축시간까지 얼마나 더 잘 수 있는지 시계를 보다가 침대에 쓰러지듯 잠드는 생활의 반복이다.
나름 열심히 수유도 하고, 유축도 하는데 조리원에서 아침마다 아기가 하루에 먹은 유축한 모유, 분유의 양과 아침 몸무게를 알려줄 때마다 매일 시험 성적표를 받는 것 처럼 떨린다.
아기의 몸무게가 며칠째 거의 똑같은 것 같아 내가 뭘 잘못하고있는건가 싶어 하루종일 우울해하기도 했다.
임신을 했을 때는 뱃속의 아기가 잘 있는건지 매일 초조했는데, 낳고나니 아기의 찡그리는 표정이나 작은 몸짓에도 걱정이 앞선다.
걱정이 한가득인 나를 본 조리원의 선생님들은 지금 충분히 잘 하고있다 응원해주시긴 하지만 여전히 아기의 상태에 따라 내 기분도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지치는 와중에도 아기의 얼굴을 바라보는 순간 힘듦이나 초조함이 금세 사라진다.
잠결에 짓는 배냇웃음, 작고 여린 손끝, 세상 가장 순한 숨결이 내 마음을 감싸 안는다.
수유를 하고 피곤에 절어 아기를 트림시키던 와중에 졸면서도 방긋방긋 웃는 아기의 웃음을 보고서는 너무 행복해서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아기의 얼굴 너머로 창에 비춘 내 얼굴에 미소가 한가득인 상태로 정말 기뻐보였다.
내가 이렇게 잘 웃을 수 있던 사람이었던가- 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이렇게도 누군가에게 애틋한 마음을 품게 되었다는게 정말 놀라웠다.
조리원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서툴지만 매일 새로운 시간을 배워가고 있다.
처음엔 아기와 단 둘이 있는 모자동실 시간이 너무 두려웠지만 아기를 안고 수유를 이어가며, ‘잘하고 있는 걸까’ 자책하다가도 아기가 고요히 잠드는 모습을 보면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는 위로를 얻게 된다.
조리원에서의 시간은 엄마가 되는 과정을 조금씩 배워가는 과정인 것 같다.
이 과정을 겪으며 조금씩 단단해지고,
엄마로서의 마음을 배워가고 있다.
훗날 이 순간들을 언젠가 떠올리면, 힘들었던 기억보다
아기와 함께한 애틋한 시간으로만 남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