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첫 혼자 외출
출산 이후에 처음으로 혼자 외출을 했다.
수술 이후에 병원이 멀다고, 밤새 아기가 잠을 안 자서 매일 밤을 새우며 피곤하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던 산부인과 진료도 가야 했고 출산하고부터 내내 이가 시려서 치과도 가야 했다.
집에 산후도우미님도 오시고 있고, 남편도 휴가라 산후도우미 님과 남편에게 아기를 맡기고 혼자 짧은 외출을 나섰다.
나가면서도 남편에게 아기를 잘 보고 있으라고 하고, 유축한 모유를 앞 날짜부터 정리해 놨으니 순서대로 먹여달라고 신신당부하고 길을 나섰다.
한 달 동안 망부석처럼 주차장을 지키고 있던 내 차에 시동을 걸고 춘천으로 향하는데 처음 걱정하던 마음은 사라지고 묘하게 해방감이 들었다.
전날도 밤새 우는 아기 덕에 한숨도 못 자고 출발하던 길이라 피곤이 가득했지만 오로지 혼자 어딘가 나서는 건 출산 이후에 처음이었다.
아기가 태어나고 남편 차에 탈 때면 음악도 듣지 않고 뒷자리에서 카시트의 아기만 쳐다봤는데, 오랜만에 혼자 운전하니 이전처럼 음악도 크게 틀어놓고 좋아하던 곡들을 흥얼거리면서 도시로 나섰다.
시골에 사는 내내 매번 한 시간의 구불거리는 길을 운전하는 게 스트레스였지만 이번엔 모처럼의 외출에 들떠서 춘천까지의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도착하자마자 출산 이후 처음으로 산부인과 진료도 보고, 치과 진료도 보고 나니 순식간에 두 시간이 흘렀다.
진료 대기하면서도 줄곧 홈캠으로 아기가 뭘 하고 있는지 확인하느라 내 이름을 부르는 줄도 모르고 정신이 없었다.
진료를 다 본 후에는 마트에 들러 장도 봤다.
이것저것 볼일들을 처리하다 보니 수유패드는 벌써 젖어들어가고 있었고 모유가 차올라 묵직하게 불편한 가슴과 함께 마음이 자꾸 다급해졌다.
남편이 춘천에 가는 내게 간 김에 좋아하던 카페라도 하나 다녀오라고 했었는데, 이 상태로는 카페든 뭐든 가지 못할 것 같아 급하게 짐을 싣고 집으로 향하다 말고 잠시 망설였다. 정말 이번에 돌아가고 나면 혼자 보내는 시간이 더 이상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마트 바로 앞의 카페를 들렀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고 있던 춘천,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한낮의 푸른 풍경이 반겨줬다.
한때 내가 좋아하던, 이제는 마음껏 누릴 수 없는 혼자 좋아하던 곳에서 보내던 순간들
오랜만에 커피를 마시고 싶었지만 혼합수유로 모유수유를 하는 중이라 조금 망설이다 결국 카페인이 없는 차를 주문했다.
커피를 마시지는 못했어도 모처럼 맛보는 고소한 스콘과 함께한 행복의 시간이었다.
차에 있던 책도 가져와 아주 잠깐 책도 읽었다.
'작은 자유, 작은 기쁨, 작은 평화, 작은 희망'
언제 어디서든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취할 수 있는 정도의 작고 무용한 아름다움에 관하여.
책 속의 문장이 마음에 와닿아 몇 번을 곱씹으며 읽어봤다.
내게도 이런 시간이 내 삶을 움직이던 원동력이었는데.
이제는 그 시간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에 조금 슬펐다. 카페에 머무는 내내 지금 이 순간이 자꾸만 그리워졌다.
책을 펼쳐 들고도 집중이 되질 않아 카페에서 내내 홈캠만 바라보다가 결국 십분 정도 머물고, 얼른 집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도망치듯 서둘러 나왔다.
카페를 나오던 길에도 푸르르던 정원의 꽃과 풀들이 나를 위로해 줬다.
마음은 이곳에 조금이라도 더 머물고 싶었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끝내 돌아섰다.
또다시 한 시간을 운전해 집에 돌아오자마자 세상모르고 곤히 자고 있는 아가를 보니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여기가 내 세상이고 내 행복이 여기 있네- '
하는 마음이 들었다.
거실에서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아가를 가만히 쓰다듬다 서둘러 유축도 하고,
아기 수유를 하고 또다시 재우고 난 뒤엔 낮에 장 봐온 것들로 모처럼 남편과 밥다운 밥도 먹었다. 밥을 다 차리자마자 아가가 울어서 달래주느라 남편도 기다렸다 같이 밥을 먹었을 땐 수프도, 고기도 식어있었지만 그래도 다 식은 저녁을 먹으면서 행복했다.
혼자 보낸 시간도, 집에 돌아와 내 사랑들과 함께한 시간도 모두 너무 소중해서 비록 너무 힘들긴 하지만
문득 내가 제일 행복한 순간이 지금 이 순간들이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