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곁의 사랑의 순간들

by 린꽃

최근엔 남편이 퇴근하고 오면 수유텀 한두 번 정도는 수유를 돕고 아기를 본다. 그 덕에 나도 하루 이십분 정도 아기를 남편에게 맡기고 혼자 산책하는 시간이 생겼다.
해가 짧아져 저녁을 먹고 곧장 나가도 세상은 온통 깜깜하지만, 하루 종일 집 안에만 있다가 서늘한 바깥공기를 쐬고 나면 마음이 상쾌해진다.


밤이 되어 삭막한 집 앞 시골길 풍경
가로등 아래 분홍빛으로 피어난 예쁜 꽃


평소엔 그냥 지나치던 풍경들이 너무 소중해서 여기저기를 구경하다가 금방 집에 들어온다.
이전에는 남편과 함께 이야기하며 산책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이제는 혼자 산책을 하면서 시간이 더디게 가는 느낌이다. 나간 지 고작 이십분도 채 되지 않아 집에 돌아오면 조금 더 걷고 오지 그랬냐는 남편의 말이 뒤따른다. 물론 집 주변의 푸른 자연을 보는 것도 너무 좋지만 바깥에서 보는 풍경보다, 나는 집 안에서 남편과 아기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는 게 더 좋다.


엄마턱받이와 함께하는 남편의 실내 룩

외출하고 온 남편이 아기를 볼 때면, 한동안 손을 꼼꼼하게 씻고 실내복으로 갈아입은 뒤 마치 전투복을 착용하듯 비장한 모습으로 친구가 선물해 준 트림 패드를 착용하고 아기를 안는다.
처음엔 무뚝뚝한 남편이 턱받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 제법 웃겼는데 지금은 익숙한 풍경 중의 하나이다.
아직 아기를 다루는 게 서툴러서 안는 것도, 내려놓는 것도 서툰 터라 내게 자주 혼나기는 하지만 서서히 발전해 가고 있다.



밥을 먹고 놀 때면 파닥파닥 팔을 공중에 휘저으면서 노는 귀여운 아기.
밤부터 새벽 수유를 하려면 조금 자두라는 남편의 말에도 이 귀여운 모습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결국 아기의 옆에 눕는다.
한동안 잔디처럼 자라난 귀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다가 자꾸 말을 걸고 초점책이나 그림책을 보여주면서 내 나름대로 놀아준다.
가끔 배냇짓으로 웃어주는 아기를 보면 그 모습이 정말 예뻐서 급하게 카메라를 켜는데, 항상 카메라만 켜면 웃지 않아서 사진에 담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늦은 시간, 수유를 하고서도 칭얼거리는 아기에게 쪽쪽이를 물려주고 아기침대 옆에 같이 누웠다.
잠들때까지 쪽쪽이가 빠지는 족족 울어서 다시 물려주고 손을 대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항상 같이 잠든다.
잠이 드는 와중에도 내 손 한마디도 채 되지않는 작은 손으로 내 손끝을 꼭 잡고 있는 아기의 손이 정말 사랑스럽다.




육아가 힘들고 지치기는 하지만, 요즘엔 밤잠을 대여섯시간은 자게되면서 새벽 수유도 한 번 정도만 해서 이전보다는 조금 괜찮은 것 같다.
무엇보다 이런 사랑의 순간들이 늘 내 곁에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감사하다.
아기가 우리 집에 오고 난 후로는 우리 가족에게 웃음만 늘어가고 있다.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며 다시 한번 느낀다.
잠시의 피로와 긴 하루의 무게보다, 우리 가족이 함께 만드는 이 시간이 더 깊고 단단하다는걸.
남편이 아기를 품에 안고 분유를 먹이는 모습, 그 옆에서 나와 남편을 번갈아 바라보는 아기의 작은 눈빛 속에 우리 집의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내일은 또 어떤 순간들이 우리를 반겨줄지 모르지만, 오늘의 이 고요하고 따뜻한 밤을 오래 마음에 담아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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