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하는 긴 밤들

지친 몸이 보내는 신호

by 린꽃

출산 이후로 꽤 자주 악몽을 꾸고 가위에 눌린다.
가위에 눌리는 원인이 수면 부족, 불규칙한 생활패턴과 잠 부족,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이라는데 아는 사람도 없고, 인근에 사는 사람도 없는 외딴 시골에서 혼자 남겨져 아기를 키우고 있는 나는 항상 극도의 긴장상태라 그 모든 원인들이 다 맞아떨어지긴 한다.
늘 긴장하는 것 뿐만 아니더라도 아직도 아기 새벽 수유를 한 번씩 하고 있고, 아기가 140일인 지금도 유축 수유를 하느라 유축도 하루 네다섯 번씩 하고 있어 새벽에도 아기 수유를 하고 재운 이후에 30분씩 앉아 유축을 하다 보니 제대로 자 본 적이 없다.
퇴근하고 집에 오는 남편도 없어 잠시라도 대신 아기를 봐줄 사람도 없다보니 흔히 말하는 육퇴는 내게 해당되는 말이 아니기도 하다.
남편 없이 벌써 몇 달을 홀로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자주 코피도 나고 허리와 손목 통증도 이젠 익숙해져가며 내 몸은 철저하게 망가져가고 있었다.



며칠간은 시골생활에 지칠대로 지쳐 홀로 아기를 데리고 잠시 친정에 내려와 있었다.
친정에 있는 동안 친정엄마가 대신 아기 새벽 수유를 해주긴 했지만 나도 같이 일어나 아기 수유를 하는 시간보다 더 긴 시간 유축을 하느라 크게 의미는 없었다. 다시 침대에 눕는 시간이 단축될 뿐이지 유축은 누가 대신 도와줄 수 없는 부분이다 보니 늘 일어나야 해서 피곤은 풀리지 않았다.
친정집에 왔어도 여전히 하루에 한두 번은 코피도 나고, 여기저기 아픈데 유축하느라 약을 먹을 수도 없어 허리 보호대나 손목 보호대를 차고 버티며 낮 동안은 홀로 아기를 돌봤다.
그래도 친정에 내려온 후로는 엄마가 퇴근 후에 아기를 봐주고, 유축기나 젖병도 닦아줘서 잠시 외출도 해보고 조금 여유롭게 육아하며 한 며칠 가위도 눌리지 않고 처음으로 대여섯 시간을 내리 자보기도 했는데 다시 화천으로 떠나기 전, 가위에 눌리기 시작했다.



평소에 두시쯤 일어나는 아기가 밤 열두시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수유를 하고 유축을 하고 잠들었는데 잠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악몽을 꾸다 또다시 가위에 눌렸다.
일상처럼 자주 가위에 눌리면서 나름 터득한 방법들이 있는데,
눈을뜨려고 노력하며 눈알을 굴리고 목소리를 내보려하거나 손가락과 발가락도 움직이려해보고 옆으로 돌아누우려 온몸에 힘을 주다보면 어느순간 풀리곤 했었다.
이번에도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여보려 손가락을 움찔거리다가 잠결에 입도 열지 못한 채로 비명을 질렀다.
꿈속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이었던 건지 옆방에서 자고 있던 엄마가 방으로 들어와 열심히 움직여보려 해도 경직된 내 양손을 붙잡고 주물렀다.



꿈속에서 어둠속을 헤매는 내게 누군가 불쑥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고 괜찮다고, 연신 괜찮아, 괜찮아,를 속삭였는데 깨어보니 그건 엄마의 목소리였다.
연신 굳은 내 팔과 다리를 주무르며 속삭이던 그 주문 같은 말을 듣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드디어 움직이는 몸과 함께 눈을 번쩍 떴을 때 내 두 눈에는 가득 눈물이 고여있었다.
그제야 걱정스레 나를 내려다보는 엄마가 보여 반대로 돌아누워 고인 눈물을 흘려보냈다.
엄마가 나 때문에 같이 깨서 칭얼거리는 아기를 안고 토닥여 재우고 다시 나갔을 때 시간을 봤을 땐 고작 두시였다.
평소에 일어나던 시간을 몸이 기억해 늘 일어나던 시간에 가위에 눌린 건지 알 순 없었지만 짧은 잠도 제대로 못 자는 내 처지가 새삼 서러워서 그대로 숨죽여 계속 울었다.



가위에 눌리고 난 뒤에는 이상하게 잠이 더 안 와서 결국 울다가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몸은 풀렸지만 마음은 더 또렷해진 채로 또다시 지독한 어둠 속에 혼자 남겨졌다.
어쩌면 이 반복되는 악몽과 가위는,
혼자서 너무 오래 버텨온 몸이 이제는 멈춰야 한다고,
더는 혼자 견디지 말라고 보내는 신호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더 이상 혼자 버틸 수 있을까? 길고 긴 화천의 겨울은 이제 시작일뿐인데 다시 돌아가 나 홀로 버텨야 하는 이 겨울이 너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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