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날에 찾아온 따뜻한 사람들

by 린꽃

최근엔 집에 꽤 자주 손님들이 찾아와서 외로울 틈이 없었다.
연고가 없는 이곳에서 알게 된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쓰면 댓글을 달아주다 연락하게 된 지인들이 대다수인데, 근방이 아니더라도 철원이나 포천에서 나를 보러 찾아와 준다.

이 외로운 곳에 아기와 단 둘이 남겨진 이후로는 한번씩 사람들이 오는것자체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지인들이 놀러 오면 사창리 번화가에 몇 안 되는 배달이 가능한 메뉴들을 주문하거나, 내가 직접 요리를 한다.
시골이라 장을 볼 곳은 없지만 그나마 컬리를 주문하면 다음날 배송되어서 손님들이 오기로 한 이틀 전에 미리 주문을 해둔다.
아기를 보면서 쫓기듯 후다닥 요리를 하는 순간도 내겐 행복이다.
기껏 열심히 차려두고 밥을 먹으려고 하면 항상 아기가 울어서 한쪽 팔에는 아기를 안고 밥을 먹는다. 평소에는 혼자 잘 놀다가도 어떻게 매번 귀신같이 내가 밥 먹을 때를 알고 이렇게 우는지.. 이제는 신기할 뿐이다.
혼자 있을 때야 늘 익숙한 일상이지만 손님이 왔을 때도 마음 편하게 얘기하며 밥을 못 먹는 게 조금은 슬프다.
이전의 여유로운 일상들은 출산과 동시에 사라진 지 오래이다.



우리 집에 오면서 화천에는 없는 투썸에서 새로 나온 롤케이크라며 케이크를 포장해 와서 먹어보기도 하고,
디저트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화천에는 없는 브랜드의 디저트도 사 온 덕에 모처럼 힐링을 할 수 있었다.
혼자 육아를 하는 내가 밥을 못 챙겨 먹을 것 같다며 반찬을 만들어 오시거나 과일을 사다 주시기도 했다.
한동안 얘기하면서 수다 떨다 보면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중간중간 아기 하루 일정에 맞춰 수유도 해야 하고, 재우기도 해야 하지만 희한하게 손님들이 온 날엔 아기가 비교적 조용히 있는 편이다. 평소엔 잠투정도 심한데, 안고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말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금방 잠이 든다.



지인들이 오면 나 대신 아기를 보며 놀아주기도 하고, 아기에게 자주 말을 걸어준다. 아기는 손님들을 보면 나와 둘이 있을 때와는 다르게 옹알이도 많이 하고, 항상 생긋생긋 웃는다. 나와 단둘이서만 보내던 일상에,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존재가 아기에게도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사실 인근에 사람이 없는 곳에서 아기와 덩그러니 단 둘이 남아 시골생활을 하면서 아무리 사람들이 놀러 온다고 한들 가끔은 소름 끼치게 외롭다고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런 선물 같은 날들이 모여 만들어준 따뜻한 온기가 나를 살게 한다.
낯선 곳에서 혼자 아기를 키우며 버티는 동안, 내가 완전히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해주는 순간들.
먼 길을 다시 돌아가는 지인들의 뒷모습을 배웅하며 문을 닫을 때면, 집 안에 다시 익숙한 고요가 스며드는데 그 고요가 이전처럼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따뜻한 말과 웃음, 함께 나눈 음식의 냄새가 아직 머물러 있는 듯해 마음 한편이 포근해진다.
시골의 조용함이 외로움이 아닌 휴식으로 느껴지는 순간.
이날의 따뜻한 사람들이 내 하루를, 그리고 이 시골살이를 조금 더 살아볼 용기로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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