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150일, 나의 100일

겨울 속에서도 자라고 있는 우리

by 린꽃

드디어 아기의 150일!
아기 150일을 맞이해서 뭘 해줘야 하나 한동안 고민을 하다가, 귀여운 컨셉의 소품들을 미리 준비해 셀프 촬영을 해줬다.
아기가 그나마 기분이 좋은 낮 시간에 귀엽게 옷을 입히고 꼭꼬핀을 벽에 꽂고 하얀 천을 깔아 배경을 만들어두고 작은 소품을 꺼내 놓고, 삼각대를 세우고 한 손에는 딸랑이를 흔들면서 후다닥 찍었다.
혼자 육아를 하고 있으니 도와줄 사람도 없어 촬영을 위해 세팅을 하는 것도 은근히 손이 많이 가고 요즘 이 앓이 때문에 부쩍 칭얼거리는 아기를 달래 가며 사진을 찍기란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 나름대로는 정말 행복하게 촬영을 했다.




이날은 우리에게 조금 특별한 날이었다.
아기가 태어난 지 150일이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혼자 육아를 시작한 지 꼭 100일이 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시골에 혼자 남겨져 주말부부를 시작했던 50일 무렵부터 지금까지 정말 혼자서 치열하게 아기를 키웠다.
혼자 육아하는 동안 인터넷 속의 또래 아기를 키우는 다른 사람들은 아기 사진도 예쁘게 남겨주고 여기저기 좋은 곳을 데리고 다니는 걸 볼 때면 항상 너무 부러웠는데, 살고 있는 곳이 시골이라 변변찮은 카페나 아기를 데리고 갈 만한 곳이 없기도 하고 그동안 혼자 아기를 키우며 너무 힘들어서 사진을 찍어주거나 뭘 해줄 생각도 못 하고 그저 넋이 나가 있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매일매일 그저 오늘을 무사히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렇다고 아기를 사랑하지 않는 날은 없었지만, 서툴게 엄마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히 적응해 가며 나 자신을 돌아볼 틈은 전혀 없었다.




요즘은 특히 더 그랬다.
최근 일주일 동안 이앓이 때문인지 아기는 부쩍 먹는 양도 줄어 수유량이 반토막이 나고, 종일 악을 쓰며 울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같이 지쳐갔다.
아기가 울 때 나도 같이 울며 정말 못하겠다고, 나는 할 만큼 했다고,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냐며 뻗어버리고 싶었지만 아기에겐 돌봐줄 사람이 나뿐이니 섣불리 지칠 수도 없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날 사진을 찍으면서 마음이 점점 풀려갔다.
아기를 앉혀두고 카메라를 보며 어떻게든 웃게 하려고 애쓰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카메라 앵글 너머로 보이는 아기의 작은 몸짓이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부쩍 자라 혼자 앉기도 하고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앞으로 나아가기도 하고, 나름대로 혼자 몸을 움직여보려 안간힘을 쓰며 아기의 찡그리는 표정이나 투정 부리는 표정마저도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사진 속 너무 예쁜 아이를 바라보는 내가, 생각보다 잘 버텨왔다는 것도 느껴졌다.
내가 이렇게 잘 키워냈구나.. 이 힘듦이 헛된 시간은 아니었구나. 기쁘고 벅차올랐다.
그동안의 고생이 단번에 보상받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위로는 되었다.
아기가 잠들고 난 깊은 밤, 핸드폰 속 아기 사진을 한참을 들여다보며 바로 옆에 곤히 자고 있는 아기 머리를 쓰다듬었다.
세상모르고 잠든 아기에게 오늘도 엄마랑 잘 살아줘서 고맙다고, 내일은 더 재미있게 놀아보자고 속삭였다.




정신없이 후다닥 찍은 사진이었지만, 아마 이날의 사진들은 오래도록 내 마음속에 따뜻하게 남을 것 같다.
아기의 150일이자, 나의 100일.
그동안의 시간이 전부 보상받는 날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내가 잘 버텨왔다는 사실만큼은 나 스스로 인정해 주고 다독여줄 수 있는 하루였다.
혼자 아기를 키워낸 시간이 내내 힘들었고, 지금도 여전히 힘들지만 이렇게라도 한 장의 사진으로 오늘을 남길 수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내겐 큰 위로가 되었다.
앞으로도 수없이 지치고 흔들리겠지만, 오늘의 이 마음을 기억하며 또 하루를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분명히 우리에게 행복한 날이었다.



내 공주님, 그동안 잘 자라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엄마랑 열심히 자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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