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아기와 단둘이 근방이라도 꽤 자주 외출을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혼자 세상 밖으로 아기를 데리고 나간다는 건 엄두도 나지 않았는데, 한동안 지독하게 이어진 이 앓이를 겪으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며칠 전엔 정말이지 하루 종일 너무 울어서, 버티다 못해 아기를 데리고 냅다 바깥으로 나섰다.
이른 아침부터 냉장고에 차갑게 식혀둔 쪽쪽이도 물리고, 양손에 치발기도 쥐여줘 보고, 토닥이며 재우고, 안고 집 안을 돌아다니고, 별 짓을 다 해봐도 몇 시간 내내 이어진 울음은 좀처럼 잦아들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결국 넋을 놓고 우는 아기 얼굴만 쳐다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충동적으로 아기 우주복만 급하게 입힌 채, 나는 옷을 입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집에서의 차림 그대로 얇은 잠옷 원피스만 입은 채로 슬리퍼를 끌고 밖으로 향했다.
낮이었지만 여전히 영하권의 추위였고,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이 불어왔지만 그때의 나는 추위보다도 당장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문 앞을 나설 때까지만 해도 나가서도 이렇게 울면 어쩌나 한가득 걱정을 하며 밖을 나갔는데,
걱정을 안고 나간 게 무색하게도 밖에 나서자마자 여태 칭얼거리던 아기는 금세 조용해졌다.
언제 울었냐는 듯 볼에는 눈물자국이 그대로 남은 채로 내 품 너머로 두리번거리며 바깥을 둘러보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매일 보던 집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어서인지, 아기는 세상 구경을 하며 아픈 것도 잠시 잊은 것처럼 보였다.
나도 춥지만 시원한 바람을 쐬며 모처럼 바깥을 걸어 다니니, 확실히 상쾌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열흘 넘게 단둘이 집에만 있었으니, 나도 아기도 이런 환기가 필요했었다.
여기저기에 있는 동네 고양이의 곁에 잠시 앉아 아기를 보여주기도 하고 아기에게 나무나 쌓인 눈을 보여주면서 말을 걸었다.
내 품에서 조금은 설레는 표정으로 세상을 둘러보는 아기를 보며, 진작에 데리고 나올 걸 그랬다는 생각을 그날 처음 했다.
어느새 들뜬 마음으로 추위도 잊고 텅 빈 놀이터의 버려진 장난감 위에도 앉혀보기도 하고 그저 안고 벤치에 앉아 바람을 맞아보기도 하며 처음으로 아기와 집 밖에서 시간을 보냈다.
확실히 외출을 하고 온 날은 아기의 칭얼거림도 부쩍 줄었다.
그날 이후로 다음 날도 어김없이, 한낮에 아기가 칭얼거리자 간단히 옷을 입고 다시 밖으로 나섰다.
이날의 목적지는 차로 십오 분쯤 가면 있는 동네 카페였다.
시골이라 걸어서 갈 수 있는 카페도 없고 문화센터나 아기를 데리고 갈만한 곳도 없지만, 운전해서 갈 수 있는 한 시간 이내 거리에 드문드문 카페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게 느껴졌다.
혼자 아기를 데리고 움직이기엔, 그만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거리였다.
굽이진 시골길을 운전하며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운전할 때도 아기는 뒷좌석의 카시트에서 내내 조용했고,
카페에 들어서자 싱긋싱긋 웃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좋아하는 말차 라떼를 주문하고 한적한 카페에 머물면서 아기와 나란히 앉아 오랜만에 울음소리가 없는 시간을 보냈다.
가만히 앉아 주변을 구경하던 아기가 조금 칭얼거리기 시작해 안아주니 이내 내 품에서 세상모르고 잠들었다.
그런 아기를 안고 카페 안에 조용히 흐르는 음악을 들으며 나도 모처럼 온전히 쉬는 시간을 가졌다.
카페에서 잠깐 쪽잠을 자고 집으로 돌아온 아기는 집에 오자마자 거부하지 않고 조금이나마 수유도 하고 울지 않고 잠들었다.
앞으로도 한 번씩은 아기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야겠다고, 그날 이후로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됐다.
아기도, 나도 힘겨운 이 앓이의 시간 속에서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었던, 작지만 대단한 용기를 냈던 외출이었다.
그래서 다음날도, 또 그다음 날도 아기가 칭얼거린다 싶으면 바로 안고 늘 가는 카페로 향했고 우리에겐 낮 동안 힘든 시간을 견디며 갈 수 있는 아지트가 생겼다.
자주 가는 카페의 사장님은 내가 아기와 들어서면 신나는 음악을 조용한 클래식으로 바꿔주시며 나름의 배려를 해주시고 원래 셀프로 가져가야 하는 음료를 위층까지 가져다주셨다. 이 작은 순간들이 모여 나도, 아기도 조금씩이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처음 아기와 단둘이 외출을 나섰던 그날 이후로 나는 알게 됐다.
우리에겐 잠깐 문밖을 나설 수 있는 용기만 있어도 충분하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