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 주 동안은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었다. 5개월이 되자마자 시작된 이 앓이 때문에 안 그래도 적은 수유량도 반토막이 나고 깨어있을 땐 정말 하루 종일 악을 쓰고 울었다.
시골이라 인근에 병원도 없을뿐더러 홀로 우는 아기를 데리고 소아과가 있는 춘천까지 한겨울에 두 시간을 운전하는 것도 무리라 그냥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화천은 시도 때도 없이 눈이 내리며 길도 꽁꽁 얼어붙어 이곳에서 고립된 것만으로도 나는 아기가 아픈데도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사람이라는 무력감과 우울감이 점점 더 커졌다.
버티다 보면 지나가겠지, 조금만 더 힘들면 언젠가는 끝나겠지 싶었지만 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했다.
그냥 힘든 정도가 아니고 정말 딱 죽기 직전까지 내 몸을 갈아낸 시간들이었다.
혼자 있으니 도와줄 사람도 없이 하루 종일 아기를 안고 집을 돌아다녔지만 그래도 아기는 내내 울기만 했다.
오죽하면 아기가 자는 동안에도 울음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 이명 때문에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넋이 나가서 아기를 붙잡고 도대체 왜 그러냐고, 나는 더 못하겠다고 우는 아기를 그저 쳐다보면서 나도 같이 울기도 했다.
요즘엔 거울을 볼 일이 거의 없기야 하지만 한 번씩 거울을 보면 깜짝깜짝 놀란다.
벌써 며칠을 뜬눈으로 쪽잠을 자며 생활하니 다크서클은 볼까지 내려와 있고 얼굴은 칙칙하다 못해 새까맣다.
이전에 나이트킵으로 근무하던 때에도 이 정도로 피폐해 보인 적은 없었는데 혼자 육아는 여러모로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그나마 일을 할 때야 다음 근무자라도 있었지, 지금은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는 이곳에서 한시도 떨어질 수 없는 아기와 하루하루가 치열한 투쟁인 것 같다.
그래도 나름 버텨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쓰다 보니 요즘은 요령이 생겼다.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이 앓이에 도움이 된다는 것들을 매일같이 사면서 치발기와 쪽쪽이를 죄다 냉장고에 넣어두고 아기가 칭얼거리다 졸려할 때 먼저 물리고, 한동안 안고 집을 돌아다니다가 조금 진정되고 눈이 스르르 감길 즈음 그제야 조심스럽게 쪽쪽이를 빼고 젖병을 물려 먹인다.
물론 이 방법이 정석은 아닐지 몰라도 이렇게 해야 그나마 졸면서 조금이라도 먹는다.
나름 노력하면서 조금이라도 먹이려고 하는데 워낙 한번 먹는 양이 적다 보니 하루 종일 먹여도 최근의 아기 수유량은 200-30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간중간 직수를 하기도 하지만 몇 번 삼키지도 않고 빼어버리니 분명 실질적으로 먹는 양은 적을 것 같은데 절대 먹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주동안 혹시나 이번엔 먹을까 싶어서 많이 타고 버린 분유만 족히 두통은 넘는다.
젖병을 바꾸면 괜찮을까 싶어 며칠 사이에 브랜드별로 젖병들도 사 모았다.
젖병마다 젖꼭지도 따로 사고, 사놓고 물지를 않으니 다른 사이즈의 젖꼭지도 사며 정말 애가 타는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뭐든 먹질 않고 우는 건 똑같았다.
조금이라도 힘들지 않게 도와주고 싶어서 아침과 오후에는 하루 두 번씩 거즈를 미지근한 물에 적셔 입안을 닦아주고, 저녁에 너무 악을 쓰고 울 때는 챔프 시럽을 먹이고 계속 안아주다 쪽쪽이를 물리고 재운다.
아기가 잠들면 나도 같이 자고 싶은데, 겨우 아기를 재우고 나면 그제야 하루 종일 손대지 못하고 어질러진 집안을 치울 수 있어 그때부터 내 하루는 다시 시작된다.
거실과 부엌, 방마다 있는 가습기를 닦고 물을 다시 채워두고 어지럽게 놓인 장난감이나 아기 물건들을 제자리에 정리하고 하루 종일 사투를 벌인 흔적이나 다름없는 치발기와 쪽쪽이, 젖병들도 씻고 열탕소독을 하고, 아기 욕조도 씻고 아기 옷과 손수건들도 손빨래를 해서 말려두고 분유 포트와 중탕기도 다 비우고 다시 씻은 다음 물을 받아둔다.
모든 일을 하고 쓰러지듯 잠든 아기 옆에 누우면 정말 너무 피곤한데 눈은 말똥말똥하다.
수유량이 워낙 적으니 늦은 밤에 긴장하며 몰래 잠든 아기에게 다가가 꿈수도하고, 내일도 또 이러면 어쩌나 온갖 잡생각들을 하다가 새벽 즈음 겨우 잠들면 곧 아기가 일어나 칭얼거리면 달래주고 조금이라도 먹이려 또다시 달래다가 그냥 밤을 새운다.
손을 입에 욱여넣고 오만상을 찌푸리며 우는 아기를 안고 새벽 내내 눈이 풀린 채로 온 집안을 돌아다닌다.
이제 아기가 울면 관성적으로 '쉬-쉬-'하는 백색 소리를 내는 것도 습관처럼 입에 붙었고, 아기의 표정을 살피며 수유 시도를 하는 것도 내 하루의 유일한 일과가 되어버렸다.
이 앓이는 언젠가 지나간다고들 한다.
어찌 됐건 자라며 겪어야 하는 성장통이니만큼 내 역할은 그저 옆에서 응원해 주고 다독여주는 것 밖에 없긴 하지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 기약 없는 시간이 나는 너무 힘들다.
그래도 어떻게든 버티다 보면 훗날엔 힘들었던 시간 중의 하나였던 기록이 되겠지.
오늘도 치발기와 쪽쪽이를 수시로 닦고 물리며 하루를 버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