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에 만개하는 능소화 꽃잎은 주황색을 띠고, 그 안은 노란빛을 담고 있다. 한 여름의 해를 닮은 색. 꽃이 담고 있는 색 자체만으로도 여름의 뜨거움을 닮아 있어 무더운 여름에 제일 예쁘게 피어나는 걸지도.
능소화가 피는 계절은 7월에서 9월이다. 장마나 폭풍이 지나는 힘든 계절에 제일 예쁘게 피어나는 능소화가 나는 늘 대견했다. 다른 꽃들이 피고 질 봄에 열심히 피어날 준비를 하다가, 다른 꽃들은 열매를 맺기 시작할 즈음에 늦게 피어 여느 꽃보다 예쁘게 피어나니까. 피어난 그 순간부터 장마와 폭풍과 뜨거운 해를 견디며 더욱 예쁘게 빛나기까지 몇 번의 계절을 지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시련을 이겨냈을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힘듦을 견디며 살아가는 능소화의 삶을 늘 닮고 싶었다.
7월에 만개한 능소화
능소화는 벽이나 담장에 붙어 덩굴지며 자라난다. 그래서 넓고 높게 자라며 풍요로운 꽃들을 여럿 피워낸다. 한바탕 비가 지나고 난 뒤에 꽃 잎이 떨어진 순간에도 떨어진 꽃은 떨어진 꽃대로, 피어있는 꽃은 더 힘차게 살아남으려 애쓴다. 꽃이 지고 나면 계속해서 또 피어나면서 여름을 빛낸다. 끊임없이 살아남는 그 강인함이 애틋했다. 자신을 죽게 하는 이유들 속에서도 살려고 애쓰며 예쁜 꽃을 피워내니까.
나도 능소화처럼 살고 싶다. 폭풍우가 덮쳐와 꽃잎이 떨어질지라도 떨어진 자리에 새로운 꽃을 다시 피워내고, 한여름의 무더위를 닮은 지치는 순간이 찾아올 때도 제일 예쁘게 만개한 채로 환하게 빛나고 싶다. 한 여름의 변덕스러운 날씨에 지친 이가 지나던 길에 나를 볼 때 예쁜 빛으로 잠시간의 평온과 위로를 주고 싶다. 나는 능소화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