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낮, 종종 혼자 찾는 이외수 문학관을 찾았다. 내게 집 근처의 이 문학관은 책과 문학을 좋아하는 내겐 놀이터이다. 집에 있다가도 나가고 싶어지면 꼭 문학관을 나와 책을 읽는다. 푸르른 자연 속에 위치한 이곳은 언제 찾아도 너무 예쁘고 편안하다.
입구부터 늘 나를 위로해 주는 따뜻한 글귀들.
자주 오는 곳이지만 올 때마다 새롭다.
아직도 곳곳에 고인이 된 작가의 흔적이 남아있다.
들어가서 여느 때처럼 천천히 구경을 한 후 한편에 있는 책들을 집어 들고 의자에 앉아 한참을 읽었다. 이곳엔 작가의 생전 다양한 책들이 많이 있다. 이곳에서 작가의 책들을 하나씩 천천히 읽으며 문학 자체를 느끼는 시간이 나는 너무 행복하다.
많은 책들 중,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책. 좋은 글귀들이 정말 많았다.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이곳에서 책을 정독하고 있는데 갑자기 왠 돌아다니는 까만 물체가 내 옆으로 쓱 들어오지 않는가? 화들짝 놀래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다시 보니 다행히도 다람쥐였다. 생전 처음 보는 희한하게 생긴 다람쥐. 몸이 네모난 모양이었다. 날개 같은 걸 옆에 달고 있었는데 슈가글라이더와 확실히 달랐다. 바로 우리나라 천연기념물인 하늘다람쥐였다. 내가 놀래서 벌떡 일어나니 다람쥐는 내 옆에 잠시 머물다 방향을 틀어 반대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신기해서 구경을 하다가 책을 읽으며 옆에 뒀던 핸드폰을 급하게 다시 잡고 하늘다람쥐를 따라갔다.
엉금엉금 기어가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그 와중에 어찌나 빠른지,
사진을 찍기도 전에 잽싸게 도망가는 하늘다람쥐였다.
열심히 달려가던 하늘다람쥐가 마주한 구석.
잠시 안절부절못하다가 가만히 주변을 사주경계하며 얌전히 그 자리에 잠시 앉아있었다.
다소곳이 앉아
나를 경계하며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잠시 바라본 하늘다람쥐는 눈도 크고 정말 예뻤다. 내가 살면서 본 어떤 동물들 중에도 제일 예뻤다.
'와! 넌 왜 이렇게 예뻐?'
반복하며 하늘다람쥐에게 말을 걸었다.
잠시 쉬던 하늘다람쥐는
이내 쏜살같이 또다시 어디론가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내 목소리에 때 맞춰 등장하신 이곳을 지키는 어르신이 또 왔냐고 말씀하시며 다람쥐에게 '저 쪽으로 가자~' 타이르듯 몰아 밖으로 안내했다.
어르신이 이 하늘다람쥐는 이곳에 자주 오는 손님인데 바로 앞의 감성도서관 낡은 건물이 하늘다람쥐의 집이랬다.
중간중간 돌들의 사이를 폴짝폴짝 뛰어서 건물로 향해서는 기둥을 잡고 힘겹게 오르는 하늘다람쥐였다.
어르신께 '날개가 있는데 한 번도 날지 않네요?' 했더니 어르신께서 쟤는 날개가 달렸지만 나는 건 한 번도 못 봤다고,
아마 나는 법을 잊은 것 같다고 하셨다.
어쩐지 마음이 아팠다.
날개가 있지만 날 수 없는 하늘다람쥐가 더 애틋했다.
자꾸 하늘다람쥐의 눈망울이 아른거렸다.
어르신께 책을 읽는 내 옆에 다가와 머물렀다 했더니, 원래 사람 옆에 잘 안 가는데 내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고 하셨다. 그 말이 참 좋았다.
나도 네가 마음에 들었어, 하늘다람쥐야.
하늘다람쥐가 집으로 가는 걸 한참 지켜보고 시야에서 사라진 이후,
나도 하늘다람쥐가 사는 이곳을 한 바퀴 걸으며 자연을 그저 느꼈다.
바로 옆에 졸졸, 깨끗한 물도 흐르고 온통 푸르른 이곳. 예쁜 눈을 가진 하늘다람쥐가 앞으로도 이곳을 예쁘게 날았으면 좋겠다. 원래도 좋았던 이외수 문학관인데 하늘다람쥐가 이곳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사랑하는 문학관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된다.